(사진=네이버 남차카페 ‘이재빈’님 제보)

어떠한 제품의 성능을 비교할 때,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동일한 상태에서 측정해야 한다”이다. 특히 기계나 전자기기처럼 성능이 상품성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 스펙 비교에 있어서 동일한 기준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아이오닉5 성능과 관련하여 자동차 업계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기본 전제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5는 500km 이상의 주행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 홍보했던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실제 주행 거리는 430km 수준이었으며, 상위 트림으로 갈수록 주행 거리 성능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위 모델이라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현대차를 옹호하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궤변”이라며 강한 비판을 보이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아이오닉5 주행 성능에 관한 궤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E-GMP 성능과 차이 나는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자사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고안해냈다. E-GMP는 엔진과 변속기가 필요 없는 전기차에 맞춤형으로 설계되어 배터리 탑재 용량을 늘리고, 뛰어난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작된 전용 플랫폼이다. 현대차는 E-GMP 공개 당시 500km 이상의 주행 거리 성능을 보인다고 홍보했다.

이후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5가 출시되면서, 국내 언론은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를 홍보하는 기사를 전했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자리할 수 있는 요인으로, 테슬라 대비 저렴한 가격에도 500km 이상의 주행 거리를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출시 당시 아이오닉5 주행 거리는 430km로 전해졌으며, 이마저도 현대차 자체 측정 수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이오닉5 주행거리 논란이 발발했다.

환경부 공식 인증 거리가
전해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사전 계약까지 진행된 상태였던 지라 아이오닉5 구매자들은 “소비자 기만”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500km 이상의 주행 성능은 E-GMP의 성능일 뿐, 차종에 따라 주행 거리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며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500km 이상 성능을 보인다는 언론의 보도에 정정 자료나 수정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홍보 효과를 위해 방치한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환경부 인증 주행 거리가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공식 테스트를 통해 인증받은 주행 거리가 405km로 전해졌으며, 이마저도 고용량 배터리 탑재 모델인 롱레인지 2륜 트림의 주행 거리였던 것이다. 배터리 용량이 낮은 스탠다드 트림이나 전력 소모가 큰 4륜 모델의 경우 주행 거리는 이보다 더 낮아질 예정이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환경부 인증 대비
WLTP 기준이 엄격하다
아이오닉5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은 “WLTP 대비 엄격한 국내 인증 기준 때문에 수치가 낮게 나온 것이다”라며 옹호 의견을 펼쳤다. 앞서 500km 이상 주행 거리를 발휘할 예정이라고 전했던 언론들도 모두 유럽 전기차 인증 기준인 WLTP 기준임을 밝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행 거리 인증은 엄격한 기준을 통해 측정되기 때문에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WLTP 기준 대비 낮게 측정된다. 니로EV의 WLTP 기준 주행 거리는 453km였지만 환경부에선 385km로 인증되었으며, 테슬라 모델3의 경우에도 WLTP 기준 530km였던 주행 거리는 국내에서 446km로 감소했다.

상위 트림의 경우
휠 크기, 구동 방식 때문에
주행 거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상위 모델로 갈수록 주행 거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상위 트림 옵션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옹호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휠 크기에 따라 연비 성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더 큰 휠을 장착하는 상위 모델인 만큼 앞서 홍보했던 주행 거리보다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륜(후륜) 구동 모델보다 사륜(AWD) 구동 모델의 주행 거리가 떨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옹호했다. 하지만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를 둘러싼 일부 사람들의 옹호 의견에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다 궤변”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국내 판매 모델인데 WLTP 기준?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어야 한다
먼저 WLTP 기준 대비 환경부 인증 수치가 저조한 점에 대해선 당시 500km 이상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국내 판매되는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를 유럽 인증 기준으로 홍보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일부 홍보 자료와 언론 보도에서 WLTP 측정 기준임을 명시하긴 했지만, 차량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아니라면 WLTP 기준과 환경부 인증 기준의 차이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자세한 정보 없이 자체 인증 기준이나 WLTP 기준만을 내세워 홍보한 것은 엄연한 소비자 기만이라는 반응이 제기되었다.

성능 비교를 위해
테슬라 성능을 비교했을 땐
트림 별 구분을 두지 않았다
상위 트림이라 어쩔 수 없이 주행 거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아이오닉5는 출시 당시부터 테슬라의 대항마라는 언론 플레이가 이뤄졌다. 하지만 경쟁 모델인 테슬라의 주행 거리를 이야기할 때 트림 여하를 굳이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실제로 주행 거리를 비교할 때 테슬라의 트림 정보를 제시해 주었다 하더라도, 주행거리가 몇 인치 휠로 측정되었는지 상세하게 서술한 경우는 없으며, 소비자들도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테슬라 주행 거리와 관련해선 트림, 휠 여부를 신경 쓰지 않는데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에 있어 트림 별 차이를 거론하는 것은, 동일한 기준에서의 비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처음부터
명확한 성능 정보를
제공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커뮤니티에선 아이오닉5 주행 거리 논란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4륜 구동 모델에 풀 옵션 선택하면 주행 거리 400km도 힘들다는 소리 아니냐?”, “이게 껍데기만 바꾼 코나랑 뭐가 다르냐?”, “당연히 500km 이상 나오는 줄 알고 계약했다”, “이건 엄연한 과장 광고다” 등 비판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500km 이상 주행 거리를 발휘할 것이라는 홍보가 언론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언론 플레이 지긋지긋하다”, “아니라는 말 한마디 없다가 이제 와서 주행 거리 정정이냐?”, “한 달 동안 주행거리 이야기 몇 번 바뀌고 있는지”, “보는 사람 피로도만 쌓이고 있다” 등의 의견을 나타냈다.

혁신적인 기술만으로
논란을 일축할 수 있을까?
혹자는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주행 거리는 다소 아쉽지만, V2L이나 실내 공간 활용 등, 혁신적인 차량이라는 점만큼은 변함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제기되고 있는 논란의 중점은 “주행 거리”이고, 이는 결코 편의 사양이나 기능 같은 부수적인 것으로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편, 주행 거리와 관련된 세간의 논란이 커지면서 아이오닉5 주행 거리 정보에 대한 정정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초기 보도된 주행 거리에 대한 정보를 정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의도가 있었는지를 떠나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언론을 이용한 마케팅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지금, 이제는 마케팅 세대교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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