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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으로 살펴본, 팰리세이드 출시가 싼타페에 준 영향

이슈+|2019.02.11 16:21


현대차가 오랜만에 신형 대형 SUV를 출시했다. 2018 LA 오토쇼에서 공개하려는 계획이었지만, 해외 매체에서 외관 사진이 먼저 공개해버렸다. 그동안 스파이샷으로 느낌을 가늠하면서 기대와 우려를 함께 키웠다. 공개된 사진을 보고 나니 우려하는 마음이 더 자라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에 관한 댓글에서도 칭찬은 많지 않았다. 막상 오토쇼에서 데뷔하고 실차 사진이 공개되자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평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격이 공개되자 여론의 반응은 좋아졌다. 팰리세이드를 밀어주고 싶은 현대차의 부모 같은 마음이었다기 보다는 대형 SUV 시장의 점유율을 가져오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생각된다. 중형SUV 판매량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을리 없다. 팰리세이드의 수익성이 더 좋기 때문에 제 살을 깎아 먹더라도 추진한 가격정책이라면 관련 부서에 박수를 보낸다. th




유행은 돌고 돈다고 말하지만 과거의 형태가 그대로 현재에 재현되지는 않는다. 각 시대에 어울리는 트렌드란 게 있기 마련이므로 재해석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복고 유행과 함께 퍼졌던 레트로라는 단어마저도 뉴트로라는 단어로 대체되고 있다. 언어에는 문화가 담긴다. 유행이 바뀌는 이유는 사람은 익숙한 것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새로움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한 남자 연예인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신의 이상형을 모르는 여자라고 말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

 

새삼스럽지만 SUV의 인기는 대단했다. 우리나라는 쌍용차의 티볼리가 소형 SUV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출시 시기는 쉐보레의 트랙스가 빨랐지만, 쉐보레가 잘하는 일 중에 하나인 '가격정책 실패'를 통해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티볼리의 성공을 지켜보던 현대기아차는 분명히 배가 아팠다. 하지만 급하게 내놓지는 않았다.


현대차의 SUV 라인업의 패밀리룩이 코나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2017년에 코나가 출시됐고 2018년 상반기에 등장한 싼타페 TM에서도 DRL과 헤드램프가 분리됐고,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는 DRL이 위에서 시작돼 헤드램프까지 이어지긴 하지만 형태적으로는 위 아래로 분리됐다. 현대차는 소형-준중형-중형-대형 SUV 라인업을 완성하면서 일관성이 느껴지는 패밀리룩을 갖췄다. 경형 SUV인 베뉴가 출시가 예정됐기 때문에 모든 세그먼트의 SUV를 갖게 됐다.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외국 제조사에 세금으로 가격 패널티를 주기 때문에 합작회사가 대부분인 중국 시장을 빼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한 국가 중에서는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가장 크다. 작년 2018년에 우리나라 자동파 판매량이 177만대 정도인데 미국은 1,700만대 수준이다. 이 중에서 픽업트럭과 SUV가 1,200만대에 가깝다.


픽업트럭은 포드 F시리즈나 쉐보레 실버라도같은 풀사이즈 판매량이 높고, SUV는 준중형~중형이 압도적. SUV 판매가 1위는 토요타 라브4, 2위가 닛산 로그, 3위가 혼다 CR-V, 4위 포드 이스케이프, 5위까지가 쉐보레 이쿼녹스로 모두 우리나라 기준으로 준중형~중형 체급이다. 


가족 전체가 타는 패밀리카는 픽업트럭을 주로 이용하고 큰 짐을 싣지 않거나 적은 인원이 이동할 때는 움직이기가 더 편한 SUV를 이용하는 것.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젊은 부모들이 예전만큼 아이를 많이 낳지 않게 되면서 미니밴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이유도 있다.


2018년에 포르쉐는 미국에서 29,421대를 팔았는데 마칸이 11,650대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높은 모델이 카이엔보다 다소 높은 가격대인 911 라인업이기 때문에 꼭 마칸이 포르쉐 라인업 중에서 가격대가 낮다는 이유로 판매량이 높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제조사는 대형 SUV 시장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 BMW에서도 X7를 내놓는 것도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SUV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던 롤스로이스에서 컬리넌이 나왔고 벤틀리는 이미 2016년에 벤테이가를 출시했으며 페라리와 함께 슈퍼카의 대명사처럼 생각되는 람보르기니에서도 우루스를 세상에 선보였다.


대형 럭셔리 SUV 이미지를 확고하게 가지게 된 랜드로버는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판매량 신장을 보였는데 미국에서도 2015년부터 꾸준하게 점유율을 늘려왔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인 링컨은 에비에이터와 내비게이터를 준비한다. 


MKZ를 시작으로 외관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고 콘티넨탈을 통해서 세단 라인업의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SUV 라인업은 MKX를 노틸러스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디자인 언어의 새로운 정의를 예고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세단 라인업과 비슷하지만 SUV만의 고유 색깔을 찾아냈다.




자동차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현대기아차에게 자연스럽게 쓴소리를 하게 된다. 신차 초기물량의 품질도 문제였지만 그 문제를 대응하는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고, 북미 시장에 같이 출시되는 모델이 안 좋은 의미로 내수와 차별되었던 까닭도 있다. 최근에는 풀체인지된 4세대 싼타페를 2월에 출시하고 나서 상품성을 개선한 최상위트림인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4개월만에 추가하면서 먼저 구매했던 소비자를 바보로 만드는 일이 있었다.

 

팰리세이드는 가격 정책으로 예비 구매자는 기뻐했을 것이고 싼타페 구매자 중에서 괜시리 아쉬웠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현대차가 대형 SUV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SUV는 같은 체급의 세단보다 가격대가 높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는 만큼 제조사를 대표하는 SUV 플래그십 모델은 대중에 소구하기도 좋다.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형 자동차 시장의 크기는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수요가 꾸준하다. 2018년에 G4 렉스턴은 16,674대가 팔렸고 유일한 국산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는 41,717대가 팔렸다. 놀라운 사실은 신차효과가 있었지만 1월 팰리세이드 판매량이 5,903대로 1년 G4 렉스턴 판매량의 1/3 수준을 한 달 동안 이뤘다.

 

G4 렉스턴이 출시되고 나서 판매량이 3,000대를 넘긴 적을 없었기 때문에 현대차라는 네임밸류를 감안해도 대형 SUV의 수요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다. G4 렉스턴은 쌍용차의 플래그십 모델인데도 반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등 부족한 상품성도 한몫했을 터다.


수치상으로는 팰리세이드가 출시되고 나서 SUV는 판매량이 전달보다 줄었다. 카니발, 렉스턴 스포츠, 스타렉스가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산 중형 SUV의 판매량 감소가 오직 팰리세이드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팰리세이드가 중형 SUV의 수요를 일부 흡수한 것은 맞다.


싼타페는 연식변경 모델로 추정되는 스파이샷이 작년 말에 이미 공개되어 올해 초에 구매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시기를 조율하다가 신차인 팰리세이드로 결정을 바꾸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쏘렌토는 1월 말에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되었고, qm6는 페이스리프트를 앞두고 있다.


G4 렉스턴은 작년 9월에 연식 변경이 되었기 때문에 올해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된다면 상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쏘렌토는 2020년에 풀체인지가 예정되어 있다. 매년, 작든 크든 자동차 시장은 변화하는데, 새롭고 큰 변화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쉽다. 주요 중형 SUV가 연식 변경와 풀체인지를 거쳤거나 앞둔 상황에서, 완전한 신차인 팰리세이드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싼타페는 1월 판매량이 12월보다 1,642대가 빠졌고, 쏘렌토는 1,528대, qm6는 1,974대, G4 렉스턴은 263대가 줄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픽업트럭인, 쉐보레 콜로라도와 포드의 F150의 국내출시가 검토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이 시장성은 있다는 이야기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작년에 6,909대 판매됐다. 중형 이상의 수입 SUV 중에서 판매량 2위다. 1위가 GLC인데 포드 익스플로러보다 전장이 380mm 짧은 중형 SUV다. 벤츠의 GLE보다는 3,949대 많고, 볼보 XC60보다는 4,250대 많은 판매량이다. 새삼 포드 익스플로러의 판매량이 높다.


현대기아차는 국산브랜드라서 우리나라 판매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상품성이 나쁘지 않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면 금방 인기모델이 된다. 단순노출효과는 심리학 용어로, 상대방과 접촉이 잦을수록 안 좋은 인상이 완화된다는 것인데, 상품 광고에서도 활용되는 이론이다. 제품의 질과 무관하게 대중에게 자주 노출될수록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것. 이런 관점에서 본격적인 대형 SUV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현대차에서 팰리세이드를 출시한 것은 대형 SUV 시장이 앞으로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예고다.


대형 SUV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에 이제 팰리세이드가 시동을 걸었다. 점화플러그를 통해 불이 붙었다. 비록 수요 예측을 잘하지 못해 옵션 문제로 출고가 지연되는 일이 있었지만, 만약 팰리세이드의 성공이 계속 되다면 웃는 건 소비자다. 시장이 확실하다는 계산이 서면 다른 제조사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있어야 가격도 쉽게 널뛰지 못한다. 올해 SUV 시장에 불게 될 바람은 얼마나 커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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