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처음으로 개발한 북미 전략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최근 미국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픽업트럭 강자들이 많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이미 생산 물량인 3만 대가 사전 계약으로 모두 소진된 상태다. 미국에서 반응이 좋다 보니 국내에도 출시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싼타크루즈의 국내 출시는 어렵다. 또한 이 어려움을 모두 뚫고 국내에 출시되더라도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싼타크루즈가 국내에 출시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다뤄본다.

이진웅 에디터

미국 물량을
생산하기도 바쁜 상태
현대차는 옛날 포니 픽업을 제외하고는 픽업트럭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었다. 그에 반면 포드와 쉐보레를 비롯해 토요타, 닛산 등 일본 브랜드는 수십 년간 픽업트럭을 만들어 왔다. 그렇다 보니 F150급이나 레인저급의 정통 픽업트럭으로 정면 대결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현대차는 크로스오버 소형 픽업트럭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리기로 했다. 보디 형식도 보디 온 플랫폼이 아닌 아닌 일반 승용차와 동일한 유니바디다. 틈새시장인 만큼 연간 생산량도 적게 배정했다. 올해는 3만 대만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미국 내 반응이 괜찮았는지, 올해 생산 예정 물량인 3만 대가 사전 계약으로 모두 소진되었다. 만약 반응이 시큰둥해 물량이 어느 정도 남는다면 국내에 가져와 파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사전 계약 물량을 소화하는 것도 벅찬 상황이다.

관세가 높아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하다
싼타크루즈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이유는 한미 FTA 조항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한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25% 관세가 부과된다. 원래 2021년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2041년까지 20년이 연장되었다.

관세가 25%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 현재 싼타크루즈의 기본 가격이 2,500만 원 전후로 알려져 있는데, 만약 국내에서 생산되어 미국에 수출해 관세 25%가 부과되면 3천만 원을 넘어버린다. 미국에 판매 중인 다른 정통 픽업트럭과 가격 격차가 줄어든다. 포드 레인저는 물론 F150 기본 가격(2만 9,290달러) 보다 비싸진다.

노조 반대 때문에
수입은 물론 국내 생산도 어렵다
그러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픽업트럭을 국내로 가져와 판매하는 방안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현대차 노조들이 반대한다. 해외 생산 물량은 국내 판매 시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단체 협약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그동안 일감 분배 및 고용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해외 생산되는 차를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것을 찬성한 적이 없다.

또한 내수 및 북미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도 어렵다. 생산라인을 새로 깔거나 조정 및 근무 조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도 노조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 싼타크루즈를 양산할 만한 라인 증설 및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며, 근무 강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인기가 높은 아이오닉 5를 증산하는 합의도 순탄치 않았는데, 싼타크루즈 양산은 볼 것도 없다.

픽업트럭의 장점인
세제혜택 대상이 아니다
국내에서 픽업트럭은 화물차로 분류하고 있는데, 화물차는 비영업용 기준으로 연간 2만 8천 원이라는 저렴한 자동차세를 납부한다. 다른 승용차가 배기량에 기준금액을 곱해 수십만 원이 나오고, 친환경차라는 전기차도 13만원, 1,000cc 경차도 8만원을 내는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국내에서 화물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승객석과 적재함이 완전히 분리되어야 하는데, 유니바디인 싼타크루즈는 승객석과 적재함이 일체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차의 세제혜택을 받지 못한다. 적재함이 2세제곱미터를 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건 내수형에 한해 적재함 면적을 넓히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승객석과 적재함의 분리는 차의 기초부터 아예 다시 만들어야 된다.

감소세를 보이는
픽업트럭 국내 판매량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레저 장르 및 험로 주행은 SUV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며, 승차감도 픽업트럭보다는 SUV가 더 좋은 편이다. 그리고 화물을 싣는데 주력하는 사람은 더 저렴하면서 적재용량이 더 높은 1톤 트럭을 구매한다. 그렇다 보니 픽업트럭이라는 장르는 대중적이지 않고 마니아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판매량이 많지 않았고, 국내에 픽업트럭을 정식으로 출시한 브랜드는 쌍용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레저 열풍이 불면서 SUV와 더불어 픽업트럭의 수요도 많아져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를 국내에 출시함으로써 선택지가 늘어났다.

하지만 현재 픽업트럭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5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픽업트럭은 총 1만 211대로, 전년 동기 1만 5,832대 대비 35% 감소했다. 또한 2018년과 2019년 연간 4만 대를 넘겼던 픽업트럭 판매량은 작년 3만 8,930대로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판매 추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올해 판매량은 2만~3만 대 사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문가는 국내에 판매되는 SUV와 미니밴이 고급화되고 점차 커지면서 연비와 승차감이 떨어지는 픽업트럭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현대차도
모든 가능성을 검토했을 것
성공 가능성이 없어 출시 안 한다
당연히 현대차도 국내 출시 가능성에 대해 모든 방향으로 검토했을 것이다. 만약 국내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벌써 생산라인 다 깔고 사전계약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것은 현대차 내부에서도 국내 출시는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의 1차 목표가 수익을 얻는 것인데, 수익이 안 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싼타크루즈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아쉽겠지만 국내에 출시된 다른 픽업트럭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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