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노조, 하지만 노조의 힘이 너무 세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현대차 노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파업을 자주 했으며, 그나마 작년과 재작년에는 임금 동결로 다른 해보다는 조용히 지나갔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다른 상황이다. 지난 6월 30일,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전체 조합원의 83.2%의 찬성 표를 얻어 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그러다 최근 파업을 미루고 14차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정년 연장을 비롯해 신산업 미래협약과 사택 지역 재개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글 이진웅 에디터

(사진=헤럴드경제)

작년과 달리 올해 임단협은
험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에는 한일 무역분쟁 여파,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월 30일, 울산공장에서 노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13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또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으며, 지난 7일, 현대차 노조 투표자 4만 3,117명 중 83.2%인 3만 5,854명이 찬성표를 던져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한 상태다. 이로써 3년 만에 파업 전운이 돌았다.

(사진=중앙일보)

파업을 미루고
최근 14차 교섭에 참여
최근 현대차 노조가 사측의 교섭 재개 요청에 따라 14일, 14차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 13일, 현대차는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할 테니 교섭의 재개하자”라는 취지의 공문을 노조로 보낸 바 있다. 이로써 3년 만의 파업은 일단 피했다.

노조는 20일까지 총 8일간 ‘집중교섭을 위한 성실교섭 기간’으로 선포하고 정상근무한다. 다만 상무집행위 등 일부 집행부는 정문에 유인물을 배포하고 3개 조로 철야농성을 시작한다. 대의원과 현장위원 등은 오는 14일부터 사측의 성실교섭 촉구를 위한 중식 홍보 투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문화일보)

사측과 노조는
무엇을 제시하고 있나
이번 임단협에서 현대차는 기본급 5만 원 인상에 경영성과급 100%+300만 원, 품질 향상 격려금 200만 원, 주간연속 2교대 포인트 10만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으며, 기본급 9만 9천 원 인상 및 당이 순이익의 30% 성과급, 신산업 미래협약 체결, 정년 연장, 사택 지역 재개발, 근속연수 차 D/C율 조정, 연구소 및 일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사진=매일경제)

이제는 경영까지 간섭하는
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을 살펴보면 단순히 노동자들 권익 항상뿐만 아니라 경영에 월권을 행사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8조 4천억 원을 투자, 미래 전기차를 생산하고 미국 내 자동차 생산능력을 강화한다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의 해외공장 투자계획에 노조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었으며, 이는 노조와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차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는 미래 신산업 국내 공장에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위에 언급한 노조 요구안 중 신산업 미래협약 체결이 이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또한 별도 요구안으로 배터리 직접 생산을 요구한 바 있다. 노조는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직접 생산에 나서고 있는데, 이대로 있으면 현대차는 단순 조립공장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 외에도 글로벌 기업으로 경쟁력을 키워 나가려면 배터리는 물론 반도체, 전장부품 등을 직접 생산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데 비해 실익이 크지 않으며, 전기차 신산업은 완성차 업체와 IT 및 배터리 회사가 전략적으로 제휴 중인데 현대차가 배터리 사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 업체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으며, 전문 인력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번 임단협에서 갈등이 큰 쟁점 중 하나는 정년 연장이다. 노조는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령 시까지 소득 없는 공백기가 발생한다며 사 측에 정년 연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정년은 60세이며, 국민연금 수령은 65세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 측은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공장 자동화가 빨라지고 전기차 시대로 바뀌면서 오히려 인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직원들 정년을 연장하면 인건비 증가로 회사 경영에도 부담이 되고 신규 채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아시아경제)

사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노조는 아예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기아, 한국지엠 등 다른 완성차 노조와 함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4장 개정을 요구하는 국회 동의 청원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법 개정을 해서라도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청원의 요지다.

또한 현대차 노조 측은 “조합원 대부분이 30년 이상 고숙련 노동자들인 만큼 자동차 조립 품질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정년연장으로 노동자는 안정적인 노후보장, 회사는 숙련노동 제공으로 품질력을 높일 수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매일경제)

네티즌들 반응은
당연히 좋지 않다
현대차 노조들의 정년 연장 등 요구를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돈만 더 챙기려는 이기적인 노조”, “노동자 권익 향상 시키라 했더니 경영에 간섭하고 있네”, “그럴 거면 그냥 나가서 회사 따로 차려라” 등의 반응이 있다.

그 외에도 “현대차에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노조 하는 거 보면 현대차 편 들어주게 된다”, “현대차는 노조만 아니었어도 지금보다 더 발전했을거다”, “지금 노조 월급 반만 줘도 일할 사람 많은데 다 자르고 새로 뽑아라” 등의 반응도 있다.

(사진=한국경제)

기대 이하 품질을 보여주면서
정년은 연장해달라?
요즘 현대차의 조립 품질을 보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특히 부품 조립이 잘못된 차가 그대로 출고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노동자들이 성실히 근무하고 QC에서 조금만 살펴보면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못 잡아내고 출고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휠이 짝짝이로 조립되어 있다든지, 선택한 옵션이 적용되지 않았다든지, 반대로 생뚱맞은 옵션이 적용되어 있다든지, 좌우 도어트림이 짝짝이로 조립되어 있다든지 등이 있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 연장의 이유로 조합원 대부분이 30년 이상 고숙련 노동자들이며, 자동차 조립 품질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노조 말대로라면 적어도 조립 불량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즉 최근 몇 년간 현대차가 보여준 조립 품질과 모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일보)

정년 연장이 되면 새로 뽑아야 하는 직원 수도 줄어들게 된다. 기존에 일하던 직원이 정년이 되어 퇴사하는 만큼 이 인원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직원을 뽑게 되는데, 정년 연장으로 기존에 일하던 직원이 퇴사하지 않으니 새로 뽑아야 하는 직원의 수도 적어진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정년 연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동 유연성은 보장되지 않으면서 정년만 연장해달라고 하면 기업은 그야말로 고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가 많은 노조, 이제는 개선되어야 될 때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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