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포스트 시승기
‘시선집중’을 시작합니다
거의 1년 반 만에 시승기를 진행해보았다. 이전에 있던 곳에선 한 달에 세 건 정도로, 많진 않지만 나름 꾸준히 시승기를 진행했었다. 오토포스트에선 처음으로 시승기를 보내드린다. 지난 1년 여간 오토포스트가 자리를 잡는 동안 다른 보도에 집중하느라 뉴스팀에서도 시승기 진행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간 독자분들의 시승기 요청이 많았고, 오토포스트는 앞으로 ‘시선집중’이라는 이름과 함께 시승기를 연재해나갈 것이다. 자동차마다 다른 성격과 배경에 초점을 두고 말이다.

예컨대, ‘메르세데스 S 클래스’라면 얼마나 럭셔리한지, 얼마나 편안한지를 다뤄야 할 것이다. ‘페라리’라면 얼마나 빠르고 멋있는지를 비중 있게 다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프리우스’를 두고 얼마나 럭셔리한지 논하는 것은 정말 무의미한 시승기가 될 것이다.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에선 자동차마다 다른 성격을 키워드로 정리하고, 그 키워드와 얼마나 잘 맞는지를 짚어본다.

김승현 기자
사진 Mj. K

800km 주행으로 평가해본
“하이-퍼포먼스 럭셔리 SUV”
오토포스트 시선집중 첫 번째 주인공은 ‘마세라티 르반떼 GTS’다. 시승 기간 동안 약 800km, 정확히 말하자면 총 797.3km를 주행했다. GTS 모델은 지난해 11월 말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국내에서 기존에 판매되던 르반떼는 V6 가솔린과 디젤 엔진만 라인업만 있었데, 이번 GTS 모델을 통해 V8 엔진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르반떼 GTS’는 550마력, 74.7kg.m 토크를 발휘하는 3,799cc V8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제로백은 4.2초, 최고 속도는 292km/h를 기록한다. 마세라티는 르반떼 GTS를 “이탈리안 하이-퍼포먼스 럭셔리 SUV”라고 소개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은 다섯 가지 키워드와 함께 ‘마세라티 르반떼 GTS’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마지막에 나오는 별도 키워드는 덤이다.

Q. 듣기 좋은가?
A. 페라리와 개발한 V8이다
첫 번째 키워드는 ‘SOUND’다. ‘마세라티’ 하면 ‘사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엔진 사운드 때문에 마세라티를 구매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세라티의 포효하는 듯한 사운드는 운전자와 듣는 이들을 황홀하게 해준다.

르반떼 GTS는 페라리와 개발한 V8 트윈터보 엔진을 품는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RPM이 한번 솟구치면서 우렁찬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는 신호를 보낸다.

일상 주행에선 근엄한 V8 사운드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소리만 들으면 낮게 깔린 슈퍼카가 떠오를 정도다. 지나가는 이들이 한 번쯤 소리 때문에 고개를 돌린다. 슈퍼카인 줄 알고 고개를 돌렸는지 SUV인 것을 보고 의아해 한다.

SUV이기 때문에 간혹 쇼윈도에 비친 모습을 보고 이 차가 페라리 엔진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잊곤 한다. 태코미터 바늘을 6,000RPM 근처로 끌어올리면 페라리의 V8을 실감할 수 있다. 근엄하던 목소리가 어느덧 포효하기 시작한다. 터널에서 듣는 페라리 스타일의 날 선 사운드는 마치 벽을 뚫어버릴 것 같다.

Q. 얼마나 잘 달리는가?

A. 모창을 잘할 뿐
프로 가수는 아니다
신형 스포츠카보단
오래된 머슬카가 떠오른다
‘SPORTY’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르반떼는 일반적인 SUV와 다르게 스포티한 주행 능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 키워드를 비중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페라리의 울음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해서 운동성능까지 페라리를 닮은 것은 아니다. 스포티하게 차를 몰아붙여보면 모창을 잘할 뿐 프로 가수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운드는 영락없는 페라리다. 직선 도로에선 정말 잘 달린다. 제원상 제로백이 4.2초인데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스포츠 모드를 켜고, 스포츠 서스펜션을 활성화시킨 뒤 RPM을 레드존 근처까지 올리면 긴장감마저 레드존까지 올라온다.

그러나 SUV의 한계를 완전히 이기진 못했다. 급격한 코너에선 높은 무게중심과 2,300kg라는 무거운 몸집 때문에 후륜구동 기반 SUV임에도 불구하고 오버스티어가 아닌 언더스티어 느낌이 나기도 한다. ‘콰트로포르테’였다면 이 코너를 땅에 낮게 깔린 듯 민첩하게 빠져나갔을 것이다. 세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타이어는 노면을 잘 탄다. 때문에 포트홀같이 도로가 파여있는 곳보다 울렁울렁 올라와 있는 도로에서 다소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스티어링 휠을 힘주어 꽉 잡지 않으면 위험하게 느껴진다. 능동형 차선 유지 기능도 쓸데없이 개입하여 오히려 더 불안하다. 마치 직선 도로에서만 잘 달리고 코너에선 쥐약인 오래된 머슬카 같다.

브레이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독일차처럼 ‘잘 멈춘다’라는 느낌은 받기 힘들다. 그렇다고 국산차처럼 ‘밀린다’라는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니다. 2,300kg라는 무게 때문인지 브레이크의 성능이 좋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순수 스포츠카가 아닌 ‘스포츠카 성능을 갖춘 SUV’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것들이다. 온전히 ‘SPORTY’라는 키워드로만 본다면 좋은 점수를 받긴 힘들어 보인다. 직선에서 감탄하고, 코너에서 한탄한다.

Q. SUV의 자격을 갖췄는가?

A. 뒷좌석은 거주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앞 좌석을
신경 쓴 것도 아니다
스포츠카를 표방했지만 어쨌든 SUV다. 그렇기 때문에 SUV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어야 하고, SUV로서의 자격 요건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SUV라 함은 실용성, 편의성,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얼마나 타기 편한가도 중요하다. 우선 실용성은 무난하다. 트렁크 공간도 적당한 수준이고, 많진 않지만 적당한 수준의 수납공간을 갖췄다. 넉넉하진 않지만 슈퍼카만큼 부족할 정도는 아니다.

편의성은 글쎄. 감춰야 할 버튼은 잘 보이는 곳에 두었고, 오히려 그대로 두어야 할 버튼들을 모두 디스플레이에 넣어버렸다. 예컨대, 사용 빈도가 많지 않은 차고 조절 버튼은 비상등 버튼 밑에 크게 위치한다. 그런데 오토 하이빔, 아이들 스타트&스톱, 조향 연동 헤드 램프, 후진 연동 사이드미러 등 자주 사용하게 되는 기능들은 오히려 터치스크린으로 모습을 감췄다. 여러 개의 메뉴를 통해 들어가야 한다. 불편하다.

자신만을 위한 자동차라면 콰트로포르테나 기블리, 아니면 아예 2도어 쿠페를 선택할 수도 있다. SUV를 선택했다는 것은 뒷자리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르반떼는 뒷자리를 위한 자동차와는 거리가 멀다. 전동식 사이드 커튼, 열선 등 장비는 좋지만 승차 공간이 타이트하다. 쿠페 스타일로 루프가 떨어져 머리 공간이 부족함은 물론, 긴 휠베이스에도 불구하고 무릎 공간도 부족하다. 정리하자면 앞 좌석은 편의성이 떨어지고, 뒷좌석은 거주성이 떨어진다.

Q. 2억 원의 값을 하는가?
A. 소재만 좋은 것을 썼다
르반떼 GTS의 가격은 1억 9,600만 원이다. 취득세 1,487만 원가량을 더하면 실구매가격은 2억 1,000만 원 정도 된다. 마세라티는 르반떼를 “하이-퍼포먼스 럭셔리 SUV”라고 소개했다. 르반떼 GTS는 2억 원 만큼의 럭셔리를 갖추고 있을까?

인테리어 소재들은 훌륭하다. 붉은색 피에노 피오레 가죽을 비롯하여 카본 파이버 인테리어 트림도 곳곳에 쓰였다. 문제는 소재만 훌륭하다는 것이다. 2억 원짜리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3,000만 원짜리 자동차에서 들을 수 있는 온갖 소음이 존재한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선 원인 모를 볼트 떠는 소리가 들리고, 트렁크는 요철을 지나갈 때마다 떨리는 소음이 발생한다.

편의 장비들은 제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 모르겠다. 스티어링 휠을 분명 정석대로 잡고 있음에도 시도 때도 없이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메시지와 경고음이 뜬다. 개인적으로는 전자 장비나 옵션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르반떼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겐 충분히 중요한 요소들이다.

르반떼는 스스로 ‘럭셔리 SUV’라 자처하고 있고, 2억 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극적인 경량화를 요구하는 슈퍼카가 아닌 SUV이기 때문에 편의 장비가 중요하다. 르반떼 GTS에겐 열선 스티어링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 오토홀드 등의 편의 장비가 없다. 2억 원을 지불하는 고객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올까.

Q. ‘마세라티’를 잘 드러내는가?
A. 아니, 설명이 필요하다
마세라티의 만듦새가 어떻든 드림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자동차 마니아들 시선이 아닌 일반적인 시선에서 말이다. 삼지창 로고, 우람한 그릴, 날렵하게 째진 눈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기블리나 콰트로포르테, 그리고 그란투리스모는 긴 설명 없이 마세라티라는 브랜드를 표현한다. 르반떼는 설명이 필요하다. “무슨 차야?”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마세라티”라고 대답한 다음 “SUV이지만 V8 엔진을 품고 있다”라고 설명해야 하고, “6,000만 원처럼 보이지만 2억 원 가까이한다”라고도 말해야 한다.

만듦새 말고, 자동차 마니아의 시각이 아닌 일반인 시각에서 보는 마세라티의 브랜드 파워는 어떨까. 그들에게 마세라티는 “설명이 필요 없는 자동차”로 통한다. 말 그대로 단골 드림카 브랜드인데, 르반떼는 설명을 요구한다. 설명이 길어야 하는 드림카보단 설명이 필요 없는 드림카가 더 낫지 않을까.

Q. 카이엔을 포기할 수 있겠나
A. 카이엔보다 나은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2억 원이라면 당연히 포르쉐 카이엔도 눈에 들어올 것이다. 두 자동차는 스포티한 고성능 SUV로 만들어졌고, 2억 원에 가까운 가격표와 함께 럭셔리함을 추구하기도 한다. 지향하는 바와 성격은 완벽하게 동일하다.

그러나 만듦새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포르쉐’는 잘 만들어진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의 정석’으로 불리고, ‘카이엔’은 ‘고성능 SUV의 정석’으로 불린다. 카이엔은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다. 고성능 SUV 다운 운동성능을 톡톡히 보여주고, 첨단 편의 장비와 실용성, 그리고 적절한 거주성 등을 통해 SUV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한다.

잘 정리된 자동차와
아직 야생에서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자동차
선택은 구매자의 몫이다
르반떼 GTS는 충분히 파격적이다. 2,300kg 거구가 제로백을 4.2초 만에 해결하고, 페라리와 공동 개발한 V8 엔진을 품고 있으며, SUV이기 때문에 스포츠카보다 좋은 실용성을 갖췄다. 그들의 날선 사운드는 언제나 귀를 즐겁게 하고, 삼지창 로고는 드림카를 꿈꾸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다만 르반떼 GTS를 구매하려면 몇 가지를 미리 감안해야 한다. 이탈리아산 자동차이기 때문에 원인 모를 잡소리를 감안해야 하고, 편리하지 않은 편의 장비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만듦새가 좋은 포르쉐 카이엔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잘 정리된 자동차와 아직 야생에서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자동차… 선택은 구매자의 몫이다.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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