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3월 대우자동차에서 대한민국에서 독자 개발한 중형 승용차가 탄생하였다. ‘감자’라는 애칭이 붙는 이 차는 정숙성에 대하여 엄청난 자신감을 선보이며 90년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 차 오늘 만나보실 차는 대우차의 레간자다.

옛날 독자분이라면 레간자의 CF를 기억하실 것이다. 소리 없이 강한 차를 캐치프레이즈 하였다. 유난히 정숙성을 강조하였고, 다른 CF는 개구리가 레간자 루프에 올라서서 미소를 띠며(??) 외발로 서있는 장면이 있었다. 다 좋은데… 시간이 지나도 다소 무리수 같았은건…뭐… 그만큼 대우차에선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생각하면 좋을 거 같다. 여하튼, 한때 레간자는 당시의 동급 중형 차들 대비 우수한 주행능력과 레간자만의 고급스러운 감각은,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 있는 이들이 꽤나 많이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는 대우차 레간자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권영범 수습 에디터

1.8L부터 2.2L까지
세분화된 파워트레인
과연 그 시절 중형 차답게 이코노미 버전부터 호화스러운 버전까지 나뉘어 있다. 프린스 이후 GM 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모든 것을 대우 혼자서 개발하고 제작한 차답게 편의 사양도 이전보다 다양했다.

풀 오토 에어컨을 트림 한정으로 무조건 선택사양이 아닌 기본 장착으로 고급화에 신경을 썼으며, 선루프 또한 제조사 순정으로 시공이 들어갔다. 엔진은 1.8L SOHC, 1.8 DOHC, 2.0 SOHC, 2.0 DOHC, 2.2 DOHC, 2.0 SOHC LPG까지 총 6가지 엔진이 탑재가 되었다.

다양한 엔진만큼 지향하는 성격 또한 제각각이었는데, 실제로 과거 1.8L 엔트리급 트림보다 2.0L SOHC 모델이 꽤나 많이 팔렸다.

여기에 90년대 차답지 않게 알루미늄 엔진오일 팬을 장착하였고, 구동 벨트를 여러 개 나눴던 그 당시 엔진과 다르게 각종 제너레이터와 에어컨 컴프레서, 댐퍼풀리 등을 하나로 묶은 원벨트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소음 저감에 탁월한 대용량 레조레이터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과거 대우차는 동급 대비 좀 시끄러웠다는 평을 종식시킨 일등 공신이 바로 레간자다.

레간자의 끝판왕
2.2 울트라
레간자의 가장 끝판왕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차가 있다. 아주 잠시 동안만 생산되어 신차 출고도 흔치 않았던 2.2 DOHC다. 브로엄 후기형에도 잠시 동안 제공해 줬던 이 엔진은 원래 캐나다와 미국 수출형 엔진이었으나 미국에선 대우차가 먹히지 않았기 때문에 팔리는 둥 마는 둥 했고 사실상 재고 처리의 명목으로 신설된 새로운 트림이었다.

그건 바로 2.2L 수출형 엔진이 얹어진 레간자, 동시에 그 당시에도 얼마 팔리지 않아 후에 중고로 구하고 싶어도 쉽사리 구하질 못했던 그 차는 1999년 연식변경을 통해 선보였다. 당시 대우차의 주력 자동변속기는 ZF 사의 미션이었고, SOHC 엔진을 얹은 모델들은 ZF의 기계식 4단, DOHC 엔진을 얹은 모델들은 동일한 ZF의 전자식 4단을 탑재했다.

즉, 2.2L DOHC도 ZF의 전자식 4단이 들어갔던 모델이었던 것이다. 당시 현대차의 쏘나타 3, 기아차의 크레도스와 비교했을 때 고속 안정성과 대우차 특유의 기어비 셋팅으로 시내에선 스타트가 썩 빠릿한 움직임은 없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그 누구도 두려울 게 없던 차가 바로 2.2L 엔진이었다.

더욱이 제조사 측에서 발표하길 중형차 부문에서 전륜구동을 처음 만들고 후륜구동만 주력으로 만들다 보니 리스크를 들키기 싫어서 핸들링과 코너링에 상당히 공들여 만들었고, 동급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했을 정도였다.

1998년에는
EF 쏘나타 출시
출시 초반 레간자의 반응은 꽤나 호평에 연속이었다. 오만가지 흡음재를 투입하여 정말로 당시에는 정숙성이 뛰어났고 승차감도 동급에선 뛰어넘을 차가 없었다.

모든 대우차의 중형 차급 엔진 특유의 날카로운 “카르릉” 소리가 도드라지게 유입되어 디테일한 면에선 모자란다는 아쉬움을 남긴 평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새롭게 개발된 EF 쏘나타 또한 정숙성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써서 출시했다. 소재 또한 전작 쏘나타 3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고급화 되어 레간자를 대항했다.

경쟁사들의 신차 공세로 인하여 게임이 어렵겠다고 느낀 대우차는, 1999년 급하게 매그너스를 투입하게 된다. 1999년 한 해 동안 매그너스와 동일하게 파워 트레인을 꾸려 나갔으나 판매 간섭으로 인하여 2000년 3월 1.8L SOHC 모델과 LPG 2.0L SOHC 모델로만 라인업을 구성해 저가형 차량으로 강등시켰다.

이후 에어로 팩을 장착한 블랙 & 화이트 에디션을 단종 직전까지 판매하였고, 기존 2.2L 모델과 렌터카 사양은 매그너스로 이관하여 후속작 없이 단종되었다.

차값이 얼마나
저렴해졌길래 그러죠?
지금 기준으로 봐도 놀라운 가격 1.8L SOHC 가격은 1,086만 원으로 획기적이게 내려갔고, LPG 택시 모델은 835만 원으로 1,000만 원 언더로 구매가 가능했다. 당시 시판되는 중형 차들 중 옵티마와 함께 저렴한 중형차 포지션으로 기록되고 있다.

추가로 중형 차를 위해 설계되고 개발된 엔진들은 전부 다 버렸다. 대신에 대우차의 소형차 엔진인 E-TEC 엔진을 기반으로 엔진의 마진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를 통해 보어와 스트로크를 엄청나게 늘린 파생형 엔진 N-TEC 엔진이 탄생한다.

(사진 = 보배드림 ‘올뉴밀몽이’ 님)

실제로 이 엔진을 보면 중형차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간소하고 간단하며 널찍한 엔진룸 공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파워는 정말 별로였다.

이후 2002년 7월 레간자는 단종되었고 기존에 생산되어 공장에서 잠들어있는 재고 차 판매는 2003년 4월까지 이어졌다.

다시는 못 볼 가장 대우 다운
중형 차였다
원래부터 독자 기술에 욕심이 있던 김 회장은, 지긋지긋한 GM 과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94년 대우차의 세계 경영의 일환으로 자동차 사업부를 크게 부풀렸고,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은, 바로 롤스로이스와 BMW의 차량 설계 고문을 맡아왔던 워딩 테크니컬 센터를 인수하였고,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차가 레간자다. 그만큼 노력에 노력을 걸쳐 나온 레간자는 결국 경영난에 점차 주저앉는 신세가 돼버리고 만 것이다.

오늘은 대우차의 영혼이 가장 많이 깃들은 레간자에 대해 알아봤다.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그 차 레간자는 2002년 7월 단종 이후 2003년 4월 재고 차를 모두 소진한 뒤 내수 판매 18만 3717대, 해외 수출 15만 2341대로 총 33만 5858대를 판매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중고시장에서 찾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판매량에서부터 시작되며, 이후의 대우차는 중고 가치 많이 하락하여 찾는 이가 많질 않아 수출 혹은 폐차로 이어져 많이 사라져서 보기 힘든 차량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은 완전히 GM에 인수되어 없어져 버린 대우차, 다신 볼 수 없는 대우만의 감성을 가진 차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이 글을 마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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