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주변에 차를 산다고 언급하면 간혹 “그 돈이면 차라리 이 차를 산다”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번에 쏘나타를 산다고 하면 “그 돈이면 차라리 그랜저 사는 게 낫겠다” 이런 식이다. 인터넷을 보면 모닝에서 시작해 롤스로이스까지 올라가게 되는 유머도 존재한다.

실제로 차량 가격을 살펴보면 가격표가 꽤 교묘하게 겹쳐져 있다. “이 모델을 사야지” 하고 가격표를 보고 옵션을 선택하다 보면 상급 모델의 기본 가격과 비슷해진다. 그렇다 보니 상급 모델이 눈에 들어온다. 인터넷을 보면 ‘아반떼 사러 갔다가 쏘나타 혹은 그랜저를 계약했다’와 같은 글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이진웅 에디터

하급 모델에 옵션 넣은 가격과
상급 모델의 기본 가격이 비슷하다
보통 일반적인 제품은 하급 모델의 가격대와 상급 모델의 가격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어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휴대폰도 삼성전자 갤럭시 국내 기준으로 보급형인 M, 중급형인 A, 고급형인 S와 노트, 폴더블 플래그십 Z 이렇게 나누어져 있다. 제품 출시에 따라 하급 모델과 상급 모델의 가격 차이가 많이 안 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급마다 가격대는 어느 정도 구분이 되어 있는 편이다.

반면 자동차는 옵션의 존재로 인해 하급 모델이라도 옵션 추가에 따라 상급 모델의 기본 가격을 넘어갈 수 있다. 국산차뿐만 아니라 수입차도 마찬가지며, 해외 시장도 똑같다. 이윤이 많이 남는 상급 모델로 구매를 유도하려는 일종의 판매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경차부터 시작해
그랜저까지 올라가는 과정
경차에서 시작해 롤스로이스까지 간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인터넷 유머이지만 사려고 했던 차의 2~3단계 위의 차를 구입하는 사례는 꽤 흔한 편이다. 여기서는 경차를 사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그랜저까지 올라가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모닝 기본 가격은 스탠다드 마이너스 1,175만 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말 에어컨이나 라디오와 같은 정말 기본적인 옵션들만 적용되어 있다. 심지어 이 트림에는 스피커는 단 2개뿐이고, 원래 모닝에 있던 뒷유리 와이퍼도 빠진다. 그 외 필수로 적용해야 하는 안전장치들과 직물 시트, 리모컨키, 오토라이트, 파워 도어록 등이 적용되어 있다.

그냥 차가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이 기본 트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한 단계 높은 프레스티지로 올라오면 인조가죽시트, 앞 좌석 열선시트, 운전석 통풍시트, 스마트키, 스티어링 휠 오디오 리모컨, 블루투스가 기본으로 추가된다.

그나마 조금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 드라이브 와이즈 1과 2를 적용하고, 열선 스티어링 휠, 가죽 변속기 노브, 운전석 선바이저 거울 및 조명, 동승석 선바이저 거울, 슬라이딩 센터 콘솔 암 레스트가 포함된 컨비니언스, 내비게이션, 풀 오토 에어컨, 하이패스, 후방 모니터, 6스피커가 적용된 멀티미디어 패키지를 선택해야 그나마 나아진다. 이렇게 선택하고 보니 1,610만 원이 된다. ‘모닝이 왜 이렇게 비싸?’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1,570만 원부터 시작하는 아반떼가 눈에 보인다.

결국 모닝을 포기하고 아반떼를 사기로 마음먹는다. 차 크기가 대폭 커졌다. 하지만 1,570만 원짜리 기본 스마트 모델은 수동변속기가 적용되어 있다. 요즘은 대부분 운전하기 편한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는데, 스마트 오토 트림을 선택하면 가격이 1,717만 원으로 올라간다. 기본 옵션 목록을 보면 모닝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선택 품목이 있지만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이다.

그렇게 한 단계 높은 트림인 모던으로 넘어간다. 기본 옵션 사양이 보강되었지만 가격은 1,948만 원으로 높아졌다. 여기에 하이패스+ECM 룸미러, 인포테인먼트 내비, 디지털 계기판과 앰비언트 라이트가 포함된 통합 디스플레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전동식 파킹 브레이크, 안전 하차 보조가 포함된 현대 스마트 센스, 운전석 전동 시트, 메모리 시트 등이 포함된 컴포트 1, 뒷좌석 열선시트, 뒷좌석 에어벤트 등이 포함된 컴포트 2 등 나름 필수라고 생각되는 옵션을 선택하니 2,333만 원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 선루프와 17인치 휠 옵션만 빠진 인스퍼레이션 트림이 눈에 들어온다. 가격 차이도 100만 원 정도이며, 오래 탈 것 그냥 사실상 풀옵션인 인스퍼레이션으로 가자 하며 선택한다. 차 가격은 2,453만 원이 되었다. 이제 선택을 마치고 현대차 매장으로 나가려고 하는 그때 2,547만 원부터 시작하는 쏘나타가 유혹한다.

쏘나타로 오니 기본 옵션이 꽤 좋아졌다. 스마트키와 LED 헤드 램프, 전동식 파킹 브레이크, 후방 모니터 등이 기본이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있어서 한 단계 위 트림인 프리미엄 플러스로 간다. 가격이 2,795만 원으로 높아졌다.

내비게이션과 운전석 전동 시트, 통풍 시트, 풀 오토 에어컨, 앰비언트 라이트,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안전 하차 보조 등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여기에 현대 스마트 센스, 12.3인치 클러스터, 플래티넘, 컴포트 1, 컴포트 2 정도를 추가했더니 3,146만 원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니 또 3,303만 원부터 시작하는 그랜저가 눈에 보인다. 위에서 선택한 쏘나타와는 200만 원도 차이 나지 않는데, 두 차가 가지는 이미지는 대중차와 고급차로 완전히 다르다. 또한 고급차다 보니 내비게이션이나 풀 오토 에어컨과 같은 선호 사양들이 아예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그렇게 그랜저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후 이 과정이 반복되어 제네시스, 수입차 이런 식으로 계속 올라간다.

실제 판매량을 보면
중, 대형 차들이 많다
원래 사려던 차에서 얼마 정도 더 보태면 상급 모델을 살 수 있도록 가격표가 구성되어 있다 보니 꽤 많은 소비자들이 차급을 한 단계 높여 구매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국내 자동차 판매 상위권을 살펴보면 중, 대형차들이 많다.

7월 승용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린 순대로 나열해보면 쏘렌토, K8, 카니발, 아반떼, 그랜저, K5, G80, 팰리세이드, 싼타페, 스타리아가 있다. 아반떼를 제외하면 모두 중형, 대형급이다.

차를 사는 것은 자유지만
감당이 가능한 선에서 구매할 것
소비자 개인이 어떤 차를 사는지는 자유다. 자신의 돈을 들여 차를 사는 건데 다른 누군가가 이에 대해 간섭할 권리가 없으며, 처음에 사려던 차는 아니었더라도 구입 후 자신이 만족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다만 차는 단순히 구입만으로 끝나는 물건이 아니다. 자동차세, 보험료, 기름값, 소모품 교환 비용 등 유지비가 계속해서 나간다. 큰 차를 살수록 당연히 유지비가 더 많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감당이 가능한 선에서 차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가장 베스트는 상급 모델과 차이 얼마 안 난다고 덜컥 넘어가지 말고, 사려고 했던 차 그 선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차를 구매하면 카푸어로 전락하는데, 그 최후는 매우 비참하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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