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를 고급화한 아슬란
아슬란은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

과거 그랜저 HG는 젊어진 그랜저를 표방하는 시작점이자,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아직도 사랑받고 있는 중고차 시장의 베스트셀러다. 물론 신차 때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현대차는 그 당시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연달아 출시함으로 인해 그랜저의 대상 연령층 또한 낮아지기 시작했으며, 현대차는 제네시스보다 아래급 그리고 그랜저보다 상급의 자동차를 내놓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결국 현대차는 제네시스 사이의 틈새 차종의 개발을 감행하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아슬란이다. 그랜저 HG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인테리어를 제네시스 DH와 거의 동일하게 만든 대쉬보드, 조금 더 길어진 전장과 당시에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HUD 옵션, 그리고 더 고급스러워진 가죽과 NVH 보강을 위한 이중 차음 글라스까지 내용만 보면 여실 없는 고급차임에는 틀림없던 아슬란. 그런 그 차가 왜 이토록 저평가가 되었는지 오늘 이 시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권영범 에디터

아슬란의 족보는
어디서부터인가
20114년 10월 어느 날, 현대차는 아슬란의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있었고 이 당시 아슬란의 사전계약을 받고 있는 시절이었다. 2014년 부산 모터쇼에서 프로젝트명 ‘AG’로 처음 공개되었고, 본격적으로 고객에게 인도되는 시기는 10월 30일이었다.

아슬란의 포지션을 정리해 보자면 다소 복잡한 족보를 들춰봐야 한다. 때는 1990년대 준대형 세단 그랜저는 원래 현대차를 대표하는 기함급 세단으로써, 국내의 고급차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연이어 출시하게 되자 그랜저의 위치와 위상이 점차 떨어지게 되었고, 그랜저 TG 때부터 l4 2.4L 모델이 출시되자 젊은 오너들의 유입이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랜저 HG의 출시는 역대 세대교체 중 변화의 폭이 컸다. 현대차 특유의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적용되었으며, 과거 부드럽기만 한 그랜저들 대비 단단함이 가미되었고 심지어 당시에는 역대급으로 커진 차체 사이즈 또한 판매량에 큰 일조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슬란은
왜 태어났는가?
그 이유는 바로 ‘많이 젊어진 그랜저’이기 때문이었다. 원래 주 구매층이었던 중장년층들에게 그랜저 HG는 더 이상 중후하고 위엄 있는 대형 세단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현대차는 이를 대응하기 위해 HG330 셀러브리티를 출시하였지만, 판매가 부진함에 따라 출시되고 2년 만에 단종시켜버리는 참패를 맞이했다.

그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모델이 바로 아슬란이다. 말 그래도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의 끼워 맞추기였으며, 프로젝트명 ‘AG’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준대형차용 프로젝트명 ‘G’를 쓰면서 플랫폼만 같을 뿐 성격을 달리해, 오로지 고급화에만 신경 쓰면서 그랜저와 다른 모델로 의미를 두었다.

시작부터
불길한 징조
현대차는 이런 전략에 꽤나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이었다. 아슬란이 출시되고 얼마 안 된 시기인 11월 19일에 아슬란 품평회가 열렸다. 이 당시 열렸던 품평회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별로 구분하여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참가 인원 222명에 현장 투표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품평회는, 현대차가 원하는 결과값인 “그랜저보다 낫다”라는 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으로 가려진 결과치였다.

나머지 결과값은 영 좋지 못한 대답이 나왔다. 222명의 인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반응은 바로 ‘기존 준대형급 세단보단 낫지만 제네시스나 수입차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43.2%였기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보다 약 1,000만 원가량 저렴한 가격을 매력 포인트로 어필하면서 어찌 보면 현대차 나름대로 가성비 전략을 세웠었던 것인데, FF 고급 세단과 FR 고급 세단을 비교 대상으로 마케팅한 것 자체가 에러라는 반응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그날이었다.

실상 새차로 사기엔
가치가 없었던 아슬란
그랜저 HG보다 길어진 전장과 제네시스 DH와 판박이었던 인테리어, 정숙성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위해 그랜저 HG 대비 느슨해진 하체셋팅 그리고 흡음재 보강과 이중 접합유리 거기에 당시 디자인 트렌드를 잘 반영한 뭉툭한 디자인은 그랜저 HG와 형제차라고 믿기 힘들 만큼 다른 인상을 줬다.

그러나, 이 차를 옵션을 좀 넣어서 살 돈이면 보다 더 좋은 바디강성과 옵션을 가진 제네시스가 눈앞에 나타난다. 그렇기에 이 차는 살 가치가 없던 녀석이었고, 아슬란의 최대 단점이었다.

여기에 그랜저 HG와 부품 호환성이 높았다. 파워트레인 또한 달라진 거 없이 람다 2 GDI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도 전무하다시피 했고 무언가를 노력한 흔적이 없어 보인다라며, 그냥 ‘껍데기만 다른 차’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출시 초반에는 신차효과로 인해 매월 평균 4,000대가량 판매가 이뤄져 나름 괜찮은 성적을 유지했었지만, 2015년에는 1,000 단위에서 100단위로 떨어져 월평균 500대에 그쳤고, 2016년에는 300대가량을 기록하다가 말년에는 월평균 30대가량 판매가 되는 처참함을 보여줬다.

막상 타보면
흠잡을 게 없더라
사실 네이버 혹은 인플루언서들의 시승기를 보면, 아슬란은 대부분 흠잡을 데가 없는 차라고 호평을 했다. 그 의견은 지금도 유효하고, 중고차 시장에서 가성비 준대형 세단으로 취급받고 있다.

3,000cc 준대형급에선 굉장한 가성비를 보여주며, 소비자들의 구매 선상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성비의 끝판왕으로 재평가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요즘 차들과 견줘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파워 트레인과 편의 사양은 신차로 사기 부담스러운 소비자층들에게 충분한 메리트를 주고 있으며, 과거 뼈아픈 시절 대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수 요대비 물량이 없어서 난감한 상황이 돼버렸다. 워낙에 팔린 댓수가 적은 탓이었을까? 온전한 개인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고 영업 이력이 존재한다든지, 사고이력 혹은 많은 킬로 수로 인해 구매함에 있어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차량이긴 하다.

현대마저 여러모로 부족했던 것을 인정했다. 결국 아슬란은 본의 아니게 그랜저의 네임밸류를 높이는데 사용된 소모품 역할이 돼버렸지만, 확실한 것도 존재한다. 그건 바로 그랜저보다 고급차라는 변치 않은 사실과 뒤늦게나마 아슬란의 가치가 조금씩 재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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