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꽤 오래전부터 현대자동차의 ‘베타테스터’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이는 현대차가 출시되기 전 기아차에 먼저 신기술을 적용해보고 완성형 제품을 현대차에 적용한다는 에피소드에서 생겨난 일종의 루머다. 일각에선 “기아가 서자이기 때문에 항상 현대보다 매를 먼저 맞는 것이다”, “항상 기아차는 현대보다 살짝 부족하게 만든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뒤 ‘그랜저’ 판매량을 뛰어넘은 ‘K7 프리미어’에는 ‘스마트스트림’이라 불리는 새로운 2.5리터 가솔린 엔진이 적용되었다.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도 적용될 이 엔진은 출시 초기부터 시동이 꺼지는 결함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결국 리콜을 진행하게 되어 이번에도 “기아차는 그랜저 출시 전 베타테스터 역할을 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기아차는 현대차의 베타테스터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기아차의 2.5 스마트스트림 엔진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앞으로 현대기아차에
두루 적용될 신형 엔진이다
K7 프리미어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2.5 스마트스트림 GDI 엔진’은 현대기아차가 새롭게 출시한 신형 가솔린 엔진이다. 이는 2.4 세타 엔진의 뒤를 잇는 후속작이며, 기존 GDI 방식과는 다르게 MPI와 GDI 분사 시스템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 분사 시스템을 갖추어 뛰어난 연소효율과 출력을 발휘하는 신형 엔진이다.

현대기아차는 “신형 스마트스트림 엔진은 저회전 영역에선 포트 분사 방식인 MPI를 사용하며 고회전 영역에서는 직분사 방식인 GDI를 사용해 연료 효율과 출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상당히 이상적인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출시 초기부터
시동이 걸리지 않는
중대 결함이 발생했다
하지만 K7 프리미어에 적용된 2.5 엔진은 출시 초기부터 품질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K7 동호회와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새 차를 인수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으며 차에 이상이 있어 오토큐에 방문했지만 같은 결함 사례가 전무해 센터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해줄 수 없었다”라는 후기가 올라왔다.

결국 이 차주는 차선책으로 ECU 리셋 조치 밖에 받을 수 없었으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차주는 오토홀드가 켜진 정차 상황에서 차가 통통 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고, 주행 중 시동이 꺼져버리는 위험한 상황을 겪은 사례들도 공유되고 있다.

결국 리콜을
실시한 기아차
7월부터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는 결국 리콜 사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기아차는 최근 보도를 통해 2.5 엔진의 시동 꺼짐 현상이 제작결함인 것을 인정하였으며, 모든 K7 2.5 가솔린 모델의 리콜을 실시하였다.

기아차가 발표한 시동 꺼짐의 원인은 인젝터 불량이다. 기아차는 스마트스트림 엔진을 장착한 K7의 인젝터를 전량 교체해주고, ECU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는 리콜을 승인하였다. 이에 해당되는 차주들은 9월 6일부터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스마트스트림 엔진
왜 결함이 생긴 것인가
스마트스트림 엔진은 현대가 기존에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형 엔진이다. 제작사에서도 엔진 테스트 중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결함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결함은 안전과 직결되는 큰 문제이기 때문에 K7 차주들은 이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스마트스트림 엔진은 MPI와 GDI 분사 방식의 장점만을 모아 만들어낸 기술적으론 훌륭한 엔진이지만 “아직 숙성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언제든지 새로운 문제점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인젝터 결함 원인을 살펴보면 엔진 회전수에 따라 연료분사 방식을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이 되기 때문에 분사 방식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ECU 오류가 생겼거나 소프트웨어의 불안정함으로 인해 분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엔진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신기술 적용되는 건 좋다
하지만 품질은 놓치지 말기를
자동차는 매년 신차가 나올 때마다 이전 모델보다 더 많은 신기술들을 탑재하고 나온다. 제대로된 검사와 실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소형 SUV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아 ‘셀토스’ 역시 품질 논란이 나온 바 있으며, 중형 세단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 ‘쏘나타’도 출시 초기부터 변속기 결함 등 품질 논란이 드러났다.

초기품질 논란이 계속되자 일각에선 “현대기아차를 출시되자마자 사는 건 베타테스트를 자처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새로운 신기술들이 적용되어 국산차 수준이 발전한다는 사실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출시 초기 품질에서 문제를 보인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는 자연스레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아차는 정말
현대차의 베타테스터일까
최근 현대자동차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K7 프리미어에 탑재된 2.5 스마트 스트림 엔진과 성능은 동일하지만 품질을 개선한 개선형 엔진을 탑재할 것으로 최종 결정하였다”라고 밝혔다. 보도가 이어진 뒤 각종 커뮤니티에선 “K7은 실험용이었네”, “K7 산사람들은 베타테스터였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기아차가 현대차의 베타테스터 역할을 수행한다는 논리가 그리 적절한 것은 아니다. 지난 사례를 살펴보면 ‘쏘나타 DN8’은 2.0 누우 개선 엔진을 ‘K5’보다 먼저 적용하였으며, ‘투싼’은 ‘스포티지’보다 먼저 새로운 파워 트레인과 신기술을 적용하여 출시하였다. ‘코나’ 역시 ‘쏘울’과 ‘셀토스’보다 이른 시기에 출시가 되었으며,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현대가차 먼저 적용하는 사례도 많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아차가 먼저 신기술을 적용한 사례로는 이번 ‘K7 프리미어’의 2.5 스마트스트림 엔진과 과거 ‘쏘렌토’가 ‘싼타페’보다 새로운 파워 트레인과 신기술을 먼저 적용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따라서 기아가 현대의 베타테스터 역할을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두 브랜드가 출시 시기에 따라 서로 상호적으로 신기술들을 먼저 적용해 본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겠다. 그러나 어떤 브랜드에 신기술이 먼저 적용되더라도 초기 품질 논란을 잠재워야 하는 것은 공통적인 문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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