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덮친 차량용 반도체 대란
반도체 대란, 중고차 시장 어부지리?
미국 중고차 시장, 판매 가격 분석
신차보다 더 비싼 중고차?

지난해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올해에도 이어졌다.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시 일정을 미루거나 잠정 연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차 시장은 반사이익으로 얻었다. 늦어지는 출고 지연으로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고차 시장에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먼저 중고란 이미 어느 정도 사용했거나 오래된 것으로 뜻한다. 그런데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량들이 신차 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 것일까? 오늘은 쓰고 팔아도 오히려 이득이 되는 최근 중고차 판매 가격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정서연 에디터

역대 최다 기록
지난해 2조 원 돌파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국내 중고차 거래현황 분석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 수는 전년 대비 5.3% 증가한 251만 5,000대로, 신차 시장 규모 190만 5,000대의 1.32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카 측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39조 원이며 오는 2025년까지는 5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리고 한국무역협회와 중고차 기업 ‘유카’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수출 대수는 46만 7,038대, 수출 금액은 19억 7,294만 달러, 한화로 약 2조 3,85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대수는 전년 38만 7,537대보다 20.5%, 수출 금액은 전년 1조 5,047억 원보다 58.5%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9년 수출 대수인 46만 9,876대에는 살짝 못 미쳤지만 수출액으로 보면 역대 최대 규모였다.

중고차 시장 / KAMA 웹진
좌=차량용 반도체 / UPI뉴스, 우=현대차 공장 / 조선비즈

신차 생산 차질로
중고차 시장 반사이익?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이 줄면서 중고차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세단이나 SUV, 상용차 등을 구매해도 인도를 받는 데 평균 1∼4개월 정도가 걸렸고 기아의 카니발, K8,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은 7개월 이상 대기해야 했다. 당시 대부분의 차량이 계약하더라도 올해가 되어서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었다.

미국 중고차 시장 / iSeeCars

가격 하락이 아니고
신차보다 비싸다?

신차를 구입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부분 중고차 시장에 있는 중고차들은 신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반도체 대란으로 신차 출시는 미뤄지고 계약한 차량은 출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소비자들은 차를 빨리 구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몰렸고 인기 차종의 중고차 판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검색엔진 iSeeCars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평균 1년 된 중고차는 신차보다 1.3%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주행거리가 거의 없는 신차급 중고차는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2022년 1월 1일부터 2022년 1월 31일까지 판매된 신차와 중고차 150만 대 가격을 분석한 결과,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혹은 구하기 힘든 고가 차량들의 중고 가격이 신차 가격보다 크게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 G바겐
7,000만 원이나 비싸다?

국내에서는 구매하고 싶어도 없어서 구하기 힘들다는 메르세데스-벤츠 G바겐이 신차 대비 중고차 가격 인상률이 가장 높은 차종으로 꼽혔다. G바겐은 3.0 디젤 모델도 1억 6,000만 원이며, 고성능 G63은 2억 1,700만 원으로 매우 고가의 차량이다. 원래도 비싼 차량인데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하려면 신차 대비 35%를 더 주고 사야한다. 중고차를 신차보다 6만 2705달러, 한화로 약 7500만 원이나 더 지불하고 구매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다음으로 가격 인상률이 높은 차종은 쉐보레의 스포츠카인 콜벳이었다. 2020년에 출시된 콜벳은 현재 출시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예전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콜벳을 구매하려면 신차보다 20% 넘는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고성능 모델 Z06 버전이 추가될 예정으로 한차례 더 많은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모델 3
포드 브롱코 스포츠

테슬라의 인기 전기차인 모델 3 역시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하려면 신차보다 더 비쌌다. 현재 테슬라 모델 3는 최하위 트림의 가격은 6,159만 원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여기서 18% 가까이 가격이 더 올랐다. 테슬라 모델 3 같은 경우 지금 주문을 해도 최소 6개월 이상 대기를 해야 하기도 하고 ADAS 추가 옵션이 갈수록 비싸져서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을 찾았고 이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모델은 현재 정통 오프로더의 기능성과 일상생활도 겸비할 수 있는 다목적성을 갖추고 있어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포드 브롱코 스포츠다. 머스탱과 함께 젊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브롱코 스포트도 현재 중고차가 신차보다 16%가 넘는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쉐보레 트레이블레이저
현대차와 기아

한국GM이 생산해 수출하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도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다리기 싫어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트레일블레이저를 구입하고 있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하려면 신차 가격 대비 약 16% 가까이 더 지불해야 한다.

기아 텔루라이드와 프라이드, 현대 엑센트 등 국산차의 중고차 가격도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신차 가격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2019년 출시 이후 큰 사랑을 받아 신차 가격이 인상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차를 구하기 힘들어졌고, 눈길을 중고차로 돌린 소비자들이 텔루라이드 중고차 가격을 크게 상승시켰다.

다 오른 것은 아니다
포드 머스탱 하락

그렇다면 과연 모든 중고차의 판매 가격이 신차 판매 가격보다 비싸진 것일까? 미국의 자동차 검색엔진 iSeeCars의 조사 결과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모든 중고차의 가격이 신차보다 비싸진 것은 아니었다. 일부 모델은 신차 구입 후에 바로 중고차로 되팔아도 완전 헐값에 팔아야 했다.

그중에서 포드 머스탱이 신차 판매 가격 대비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포드 머스탱은 신차 구입 후 1년이 지나지 않는 차량을 다시 중고차 시장에 팔아도 20% 가까운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BMW 7시리즈, 아우디 A6, 벤츠 E-클래스와 같은 프리미엄 모델도 중고차로 구입할 경우 1,000만 원 이상 저렴했다.

일본 닛산의 모델들
가장 많이 하락했다

신차 대비 중고차 가격 하락률 상위 15위를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이 포착된 자동차 브랜드는 닛산이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고차 순위 중에서 닛산 로그가 5위에 들기도 했는데 도대체 어떤 모델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신차 판매 가격대비 큰 하락률을 보였는지 살펴보자.

닛산의 소형 전기차 리프부터 준대형 세단 맥시마, 중형 SUV 무라노, 3열 대형 SUV 패스파인더, 풀사이즈 SUV 알마다까지 차종과 크기가 다양하게 하락률 순위권에 자리 잡고 있었다. 최근 닛산은 미국에서도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신차 계약 후 취소 문의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중고차 판매 가격 하락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품귀 대란으로 중고차 판매 가격이 오른 현상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안 그래도 2억 넘는 비싼 차를 중고차 시장에서 3억에 산다고..? S 클래스 2대 살 수 있는 가격인데”,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몰리면 당연히 판매 가격이 오르는 건 알고 있는데 이 정도로 오른다고?”,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현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로 “미국 중고차 판매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국내 중고차 가격도 많이 올랐다”, “국내 중고차 시장 갔다가 깜짝 놀랐다. 중고차 가격이 거의 신차 가격이더라”, “중고차가 이렇게 비싸면 그냥 출고를 기다리는 게 더 낫지”, “중고차를 더 비싸게 주고 살 마음 없다. 그냥 출고 지연 기다려야지”, “출고 지연으로 계약 후 기다리고 있는데 중고차 시장 가서 그냥 더 비싸고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라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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