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서 발견된 대우자동차 P100 / 사진 = 클리앙 ‘꾸룽’님

한국 GM의 역사를 들춰보면 참으로 기구한 사연이 여럿 존재한다. 한국 GM의 전신이었던 신진 자동차부터 시작해 새한 자동차, 대우 자동차, GM 대우 그리고 오늘날의 쉐보레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역경과 고난을 거쳐왔다. 그중 한국 GM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대우그룹 대우자동차 시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로얄 시리즈를 출시함에 따라 중형차 시장을 장악했고, 1980년대 들어서는 르망을 출시해 소형차 시장에 새 바람을 불게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런 대우 자동차도 IMF라는 잔인한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 힘든 시기를 버티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한 프로토 타입 자동차들이 여럿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졌던 차량들은 대다수 폐차가 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는데, 최근 멀리 카자흐스탄에서 대우자동차의 역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차 한 대가 발견되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권영범 에디터

전반적인 실루엣이 매그너스와 흡사하다

그랜저 XG를
대항하기 위한 준대형 고급 세단

대우자동차의 P100, IMF 이전의 대우자동차는 대우 워딩 테크니컬 센터 (이하 DWTC)를 인수한 이후 레간자보다 한체급 위의 준대형 차량을 만들기 위해 1997년 말부터 매그너스와 함께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대우자동차에서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만든 ‘쉬라츠’라는 대형 세단을 1997년 내놓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우자동차 경영진 측에서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체어맨 라인업만 쏙 빼내어 대형차의 역할을 하도록 라인업을 편성하였다.

쉬라츠다. 1997년 정상적으로 출시가 됐다면 국내 최초 V8 대형 세단이 됐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쉬라츠의 출시는 무산이 되었고, 당시 매그너스와 채어맨 중형차와 대형차의 사이를 이어주는 준대형급 차량으로 편성되어 개발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쉬라츠에 장착 예정이었던 V8 4,000cc 엔진과 L6 2,500cc 엔진 그리고 디자인 요소를 여럿 반영하여 최대한 비슷한 디자인을 취하도록 개발하였고, 이런 개발 과정에서 국산 최초의 가로 배치 직렬 6기통 엔진인 XK 엔진이 탄생하게 되었다.

20년도 더 된 P100 스파이샷

그러나 2002년 대우차가
GM에 매각되면서 무산되었다

이후 P100의 소식은 간간이 들려왔다. 그중 가장 공신력 있는 소문은 2000년~2001년 사이에 출시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실제로도 당시 월간 자동차 잡지책 여러 곳에서도 P100을 목격했다는 스파이샷 기사가 실릴 정도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대우자동차의 채권단과 P100의 개발비용 문제, 심지어 2002년 대우자동차가 GM으로 매각되면서 GM 대우라는 사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이 덜컥 찾아오게 되었다. 때문에 대우자동차 내부적으로도 P100 프로젝트를 폐기하느냐 살려서 출시하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었다.

대우자동차의 입장에선 P100을 개발해온 세월과 완성도를 미뤄볼 때 살려서 출시하길 원했고, GM의 입장에선 상품성도 활용성도 낮다는 판단하에 출시를 잠정 취소시켜버리고 말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준대형 라인업의 판매량은 중형차에 비해 월등히 낮았으며, 당시 GM이 가지고 있는 준대형~대형 세단 라인업만 하더라도 5개가 넘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기에 너무도 허무하게 P100 프로젝트는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되었다.

카자흐스탄에서 발견된 P100 / 사진 = 클라앙 ‘꾸룽’님

그리고 고향으로
돌오기 위한 몸부림

대우자동차 보존 연구소, 올드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고 한 번쯤 봤을법한 이름이다. 현재 정식적인 법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지만, 대우자동차에 관한 기록들을 보존하고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 바로 대우자동차 보존 연구소다. 최근 레간자 동호회의 데이터 베이스를 인수한 이력이 있으며, 각종 카탈로그, 차량 제원 자료들을 수집하여 국산 올드카 문화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는 이들이다.

이번 P100 발견 소식도 이곳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모금 활동을 시작하여 하루라도 빨리 P100을 고향인 대한민국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대우자동차 보존 연구소에서 말하길, 대우자동차가 GM으로 인수된 이후 여러 프로젝트 차량들이 폐차가 되었지만, 카자흐스탄에서 발견된 P100은 지난 2003년 한국에서 이동되어 약 19년이란 세월 동안 방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고, 이로 인해 각종 배선류와 몇몇 부품들이 유실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얼핏봐도 대우자동차의 XK 엔진이다. / 사진 = 클라앙 ‘꾸룽’님
P100임을 증명하는 TAG / 사진 = 클리앙 ‘꾸룽’님

그러나 다행인 점은 구동계는 아직 멀쩡하다는 소식이다. 시동은 정상적으로 걸린다고 하였으며, 한국으로 입항하게 된다면 P100을 살리기 위한 멀고도 험한 여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P100의 경우 매그너스와 토스카에 적용된 XK 엔진과 상당수 설계를 공유하였기에 여타 다른 프로토타입 차량들보다 정비에 있어 유리할 것으로 대우자동차 보존 연구소는 보고 있다.

여러 올드카 소식들을 전해 듣지만, 이번 P100의 소식만큼 가슴 설레고 조마조마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감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글쓴이도 적은 금액이지만 P100이 돌아오길 희망하기에 모금활동에 동참하였고, 무탈하게 대한민국 땅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오늘 이 시간은 대우자동차의 역사이자, 한국이 아닌 먼 타국에서 생존 소식을 알린 P100을 만나봤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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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그너스 타보기는 해 봤냐? 이런 ㅂ.ㅅ. 글 올리는… 참 딱하기도 하다. 이런 ㅂ.ㅅ.글 올리는 너그들 앞으로 자동차 관련 기사 쓰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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