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한 장면 같은데 현실이다. 2012년에 공개된 사진 속 ‘엔초 페라리’는 당시 중동 지역에 발이 묶여있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중동에는 이런 사례가 매우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페라리를 비롯한 슈퍼카와 희귀 클래식카들이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어 있는 사례 말이다.

중동에만 있는 줄 알았던 슈퍼카 방치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는 최근 공개된 사진과 함께 국내에 방치되어있는 슈퍼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제보자=남자들의 자동차 ‘대성’님)

애스턴마틴 DB9
한때 애스턴마틴의 기준이었고, 다양한 파생모델의 뿌리이기도 한 ‘DB9’이다. 국내에서 촬영된 사진 속 DB9은 비닐과 천막이 씌워져 있었다. 비닐과 천막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보닛 위에는 타이어를 올려놓았다.

DB9이 왜 저곳에 방치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비닐이 정성스럽게 씌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사고 차량이라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양재동과 과천 근처 등 수입차 수리 업체 주변에 이렇게 방치되어 있는 슈퍼카나 클래식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리를 위해 부품 조달을 기다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DB9은 애스턴마틴이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생산한 GT 카다. 007 시리즈가 아닌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등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에는 영화 007 제임스 본드 테마를 적용한 ‘DB9 GT 본드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당시 애스턴마틴이 새롭게 출시했던 DB9 GT를 기반으로 스페셜 에디션 모델이 제작되었다. DB11에게 명맥을 이어주기 전 일종의 파이널 에디션 정도로 통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애스턴마틴과 영화 제임스 본드가 처음으로 협력한지 50년째가 되는 것을 기념하는 모델이기도 했다.

본드 에디션은 총 150대 한정 제작되었다. 6.0리터 V12 엔진은 그대로 사용하고, ‘Spectre Silver’ 컬러와 007 Bond Edition 배지 등으로 기본 모델과 차이를 두었다. 차체 앞과 뒤에 부착된 애스턴마틴 배지는 순도 92.5% 은 ‘스털링 실버’로 제작되었다.

실내에는 가죽 내장재와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 새틴 카본 파이버 센터 콘솔 서라운드, 제임스 본드 테마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등이 적용되었다. 구매 고객에게는 애스턴마틴 줄이 달린 오메가 시마스터 아쿠아 테라 시계와 글로브 트로터 가죽 캐리어도 함께 주었다. 물론 국내에서 포착된 방치되어있는 애스턴마틴은 본드 에디션 모델이 아닌 기본 모델이다.

(제보자=남자들의 자동차 ‘고인철’님)

페라리 458 스파이더
역사적인 페라리, 최고의 엔트리 페라리로 알려져 있는 ‘458’도 국내에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 사이에 방치되어 있는 듯한데, 왜 페라리가 이곳에 방치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애스턴마틴처럼 비닐이나 천막이 덮여있는 것도, 보닛에 타이어가 올려져 있는 것도 아니다.

깔끔한 외관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후면 디자인을 보아 이 자동차가 ‘페라리 458 스파이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에 공개된 458 스파이더는 페라리가 ‘430’ 때도 사용하던 ‘스파이더’ 명칭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430 스파이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붕을 소프트톱이 아닌 하드톱으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드십 구조 자동차로서는 최초로 하드톱을 채용한 것이었다. 알루미늄 경량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통상적으로 제작되는 소프트톱보다 가벼운 25kg으로 완성했다. 공차중량은 쿠페 모델에 비해 50kg밖에 늘어나지 않았고, 앞뒤 무게 배분도 쿠페와 동일한 42 대 58로 유지했다.

후면 디자인은 캐빈을 지나며 변화하는 기류를 정리하기 위해 최적화되었다. 하드톱 개폐에 걸리는 시간은 14초다. 전동식 윈드 스크린을 채용했으며, 페라리는 이에 대해 “전동식 윈드 스크린으로 캐빈에서 발생하는 난류를 억제해 200km/h로 주행 중일 때에도 목청을 높이지 않고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슈퍼카 방치 사례
이런 것들이 대표적이다
위에서 살펴본 애스턴마틴처럼 사고 차량이기 때문에 수리를 기다리기 위해 방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해외에는 더욱 다양한 이유로 방치되어 있는 사례들이 많다. 기사 말머리에서 보았던 사진 속 ‘엔초 페라리’는 2012년 당시 두바이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 엔초 페라리는 영국인의 것으로, 빚 때문에 엔초 페라리를 두바이에 버려두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에서는 빚이 범죄 행위인데, 많은 채무자들이 자동차를 비롯한 재산을 남겨둔 채 감옥을 피해 해외로 도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진 속 엔초 페라리는 전 세계적으로 이슈 되기 약 20개월 전에 인터폴에 의해 수배되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에는 엔초 페라리뿐 아니라 ‘혼다 NSX’, ‘재규어 XJ220’ 등 종류와 연식을 불문하고 다양한 슈퍼카들이 버려지고 있다.

두바이 정부에겐 6개월 이상 방치된 차량을 경매에 부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범죄자들에게 부과되는 벌금은 2만 7,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200만 원 정도다.

범죄나 사고 때문에 방치되는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4년에 1971년식 ‘페라리 365/4 GTB 데이토나 베를리네타’가 경매에 오른적이 있는데, 얽혀있는 사연 때문에 더욱 이슈가 되었었다. 이 페라리는 40년간 차주 한 명만 소유했었으며, 원래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왔다.

차주와 페라리는 1971년 프랑스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캐나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차주 Patrick Shin은 비행기 이륙 시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공항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게 되어 때마침 열린 제네바 모터쇼 현장을 방문하게 된다.

그는 모터쇼 현장에서 페라리 데이토나를 만났다. 데이토나가 가진 매력에 빠진 그는 결국 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했고, 마리넬로 페라리 공장을 직접 찾아가 주문한 데이토나를 그해 여름 무렵 캐나다로 가져와 18년 동안 꾸준히 몰았다.

그가 이 기간 동안 주행한 거리는 9만 km였다.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의 죽음으로 홍콩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겨 몇 개월 집을 비운다는 생각으로 출국했다. 이후 데이토나는 토론토에 있는 차고에서 천을 뒤집어쓴 채 25년 세월을 흘려보냈다.

그는 6년 만에 홍콩에서 돌아왔지만, 귀국하자마자 일이 바빠져 메르세데스와 포드를 몰았고, 페라리는 사실상 방치되었다고 한다. 이 차가 경매에 나오던 2014년 당시 그의 나이는 77세였다. 그는 자신이 한때 지극히 아끼던 데이토나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나이가 든 자신이 예전처럼 차를 즐길 수 없다고 판단하여 큰돈을 들여 복원하는 대신 다른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경매에 내놓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자동차가 방치되는 사연은 매우 다양하다. 사고 차량일 수도 있고, 채무자의 자동차일 수도 있고, 영화 한 장면이 떠오르는 스토리가 숨어있는 경우도 있다. 방치되어 있는 자동차이기 때문에 주인을 찾기도 힘들 터.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방치되어 있는 차가 왜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알기란 매우 어렵다.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