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모델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결국 판매량을 통해서 결정되기 마련이다. 출시 이전부터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로 말이 많았던 그랜저도 결국 역대급 판매량을 이어가며 최고의 흥행을 맞이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해외 제조사 모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초 야심 차게 국내에 출시한 BMW 4시리즈 역시 큰 기대와 우려 속에 적잖은 논란이 이어졌었는데, 상반기가 끝난 지금 그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게 됐다. 과연 BMW 4시리즈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글 김성수 인턴
신차 효과 받고 출시한 BMW 4시리즈
하지만 판매량은 처참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수입 제조사라고 한다면 단연 벤츠를 들 수 있다. 2020년 벤츠의 판매 실적은 76,879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량의 29.3%를 차지하며 1위를 이어갔다.
올해 2021년 역시 전반기 벤츠의 판매 실적은 42,17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량의 29.5%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뒤를 쫓는 브랜드는 벤츠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독3사라 일컬어지는 BMW다.
BMW의 2020년 판매 실적 58,392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22.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36,261대를 판매하며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25.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를 이어가고 있다.
BMW의 올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40%가량 증가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진 벤츠의 자리를 위협하기엔 역부족이다. BMW의 아쉬운 실적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올해 초에 출시되었던 신형 BMW 4시리즈의 부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BMW의 인기 모델인 5,3 시리즈가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10,998대, 4,389대를 판매하며 전체의 약 30%, 12%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큰 흥행을 이어가는 상황이지만, 4시리즈는 올해 초에 출시된 모델임에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BMW 4시리즈의 판매량은 총 748대로, 이 중 신형 4시리즈의 판매량은 622대에 그쳤다. 1세대 4시리즈가 출시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출시된 풀체인지 모델임에도 좀처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나름의 의미가 있다곤 해도
소비자들은 파격적 디자인이
낯설기만 하다
BMW 4시리즈는 2013년부터 생산 중인 3시리즈 기반 쿠페 모델로, 2도어 쿠페, 4도어 그란쿠페, 2도어 컨버터블 세 가지의 라인업을 지닌 모델이다. 신형 BMW 4시리즈는 전 세대 모델에 비해 크기가 다소 증가하였고 세로의 거대한 키드니 그릴이 적용되었다.
야심 차게 선보였던 신형 모델이었으나 출시 직후부터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말았는데, 전면의 키드니 그릴 디자인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에는 BMW가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회자의 상징과도 같은 모델에 BMW의 스포츠 DNA를 반영한 대형 그릴을 적용하였다.
“돼지코”를 연상시키는 전면의 거대한 그릴에 소비자들은 위화감을 적지 않게 느끼고 만 것이다. 더욱이 돼지코 그릴 사이로 번호판이 가로지르는 형태이기에 위화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 때문인지 4시리즈의 국내 첫 출시 당시 기록한 판매 실적은 67대에 그쳤다.
BMW 4시리즈의 디자인을 맡은 임승모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수평형 그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수직형 그릴을 낯설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그러나 익숙함을 비트는 게 디자인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4시리즈는 ‘3시리즈의 쿠페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로 다른 부품을 썼지만 그 차이가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한눈에 봐도 구별되는 디자인을 만들려 했다”라고 부연했다.
부진이 디자인 탓 만은 아니겠지만
상당 부분 영향 있는 건 부정 못해
그러나 너무나도 많이 비틀었던 탓일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상당 부분 부정적이다. “진짜 돼지코 닮았네”, “판매량 부진은 100% 콧구멍 때문이다”, “실제 진열된 차도 사진이랑 느낌이 똑같다”, “왜 가면 갈수록 콧구멍이 더 커지냐”, “소비자가 싫으면 싫은 거다. 디자이너가 할 말은 없다”라는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원래 쿠페는 국내에서 잘 안 팔리는 모델이다”, “애초부터 4시리즈 모델은 잘 팔리는 모델도 아니었다”라며 BMW 4시리즈의 부진을 외관 디자인으로만 볼 수도 없다는 의견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없진 않았다.
BMW 4 풀체인지 모델이 스포츠 세단의 DNA를 계승하기 위해 파격적인 디자인을 차용했다곤 해도 신차 효과를 받고서도 미미한 판매량을 보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 역시 이유야 어찌 되었던 결국 5시리즈와 같은 인기 모델을 중심으로 국내에 들여올 수밖엔 없다는 입장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앞으로도 BMW의 새로운 모델들이 4시리즈와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파격적이고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으로 봐 줄 순 있지만, 처참한 실적을 계속해서 이어가야 할 것인지는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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