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실물 / ’캐스퍼 오너스 클럽’ 동호회 x 오토포스트 | 무단 사용 금지

“무플 방지 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과거 조회 수도 높지 않고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시글에 종종 이런 댓글이 달려있었다. 반대로 비판적인 댓글이든 칭찬의 댓글이든 일단 댓글이 많은 글에는 이런 댓글이 없었고, 이에 해당 게시글이 관심받고 있다는 사실이 방증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캐스퍼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확실히 해당 모델이 관심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긍정적인 댓글이 대부분이었고, 지금은 부정적인 댓글이 다수라는 게 조금은 흠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항간에서 “네티즌의 비판은 곧 판매량 상승을 의미한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캐스퍼의 사전예약 기록이 예사롭지 않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D2C 판매 방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오늘은 D2C 판매 방식에 대해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국산차 판매 전선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정지현 에디터

캐스퍼 디자인 공개
당시 네티즌 반응은 우호적
지난 9월 1일에 캐스퍼의 공식 이미지가 처음으로 공개됐을 당시, 소비자는 생각보다 더 귀여운 캐스퍼의 디자인에 칭찬의 목소리를 더한 바 있다. 실제로 반응을 살펴봐도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기존 디자이너들 좌천 보냈나. 이쁘게 잘 나왔네요”, “오 귀엽네요”, “이건 디자인 깜찍하게 잘했네요” 등 디자인에 대한 칭찬이 다수였던 것이 그 근거다.

캐스퍼는 기존 경차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던, 경형 SUV를 표방하는 이색적인 모델이다. 이렇듯 독특한 외장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캐스퍼’라는 차량의 존재감을 각인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일부 트림에는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1열 풀 폴딩 시트까지 만나볼 수 있으니, 여러모로 화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디자인 좋았는데…”
가격대가 너무 높다
문제는 최근 가격이 공개되면서 네티즌의 반응이 싸늘하게 식었다는 데에 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캐스퍼는 가솔린 1.0 엔진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1.0 터보 모델은 선택 사양 ‘캐스퍼 액티브’로 운영한다. 가격은 기본 모델이 1,385만 원에서 1,870만 원이며, 여기에 터보 모델은 90만 원에서 95만 원이 추가된다.

기본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선루프와 스토리지 등 풀옵션을 갖춘 모델의 가격은 2,057만 원에 달한다. 심지어 모던 트림에서 몇 가지 옵션만 더해도 1,600만 원이 넘어가는 수준이라, 경차의 가격 메리트는 찾아볼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비싼 가격도 막지 못한
캐스퍼의 역대급 흥행
하지만 네티즌의 반응과 실제 소비자의 반응은 달랐다. 비싼 가격에 외면받을 줄 알았던 캐스퍼는 오히려 역대급이라고 칭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흥행을 거뒀다. 현대차에 따르면, 캐스퍼의 얼리버드 예약이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최다 기록인 1만 8,940대로 집계됐다는 소식이다.

이는 지난 2019년 11월 출시한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1만 7,294대 보다 1,646대나 더 많은 수치다. 현대차 측은 캐스퍼의 기록 경신에 “다재다능한 상품성 덕분”이라고 말했다. 더하여 “한국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진행한 D2C 방식으로 구매 편의성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D2C 판매 방식?
의미를 알고 가자
D2C 판매 방식이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많은 독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D2C는 Direct to Consumer라는 뜻으로 “소비자와 직접 만나서 거래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거래가 일상적인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동차 업계의 판매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현대차도 응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사실 테슬라, 벤츠, BMW 등 수입차 업계는 국내 시장에서 일찌감치 온라인 판매를 진행해왔지만, 현대차는 그렇지 못했다. 판매직 노조의 반발 탓이었다. 그러나 캐스퍼의 경우에는 광주 글로벌 모터스가 현대차 위탁을 받아 생산하기에 처음으로 D2C 판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100% 온라인 판매’라는 첫 시작을 함께한, 나름대로 의미가 깊은 모델이 바로 캐스퍼인 셈이다.

성공적이었던 D2C 마케팅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현대차에는 이번 캐스퍼의 출시가 D2C 마케팅을 테스트해볼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사전예약 기록을 보면 테스트의 결과도 성공적이었으니, 국산 자동차 업계에서 온라인 판매 방식의 저변을 넓힐 기회도 함께 생긴 셈이다.

온라인 판매 방식은 현대차에만 기쁜 소식이 아니다. 온라인 판매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었는데, 실제로 “집에서 그냥 클릭으로 차 예약할 수 있으니 간편하고 좋긴 하더라”라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렇듯 결과가 좋으니 다른 차에도 같은 방식의 판매를 진행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현대차가 넘어야 할 큰 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 / 연합뉴스

현대차가 넘어야 할
큰 산은 바로 노조다
언택트 그리고 디지털 트렌드를 타면서 기대 이상의 흥행 기록을 이룬 캐스퍼는 국내 신차 판매가 온라인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현대차 타 차종의 온라인 판매는 노조와의 협의를 거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기아 역시 EV6의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려다가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던 바 있다. 심지어 해당 경우는 실제 판매가 아닌 사전예약에 해당했으나, 노조 측은 영업 현장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를 극구 반대했다. 이러니 노조를 두고 현대차가 넘어야 할 큰 산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거스르기 어렵다
물론 노조의 입장도 자세히 보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노조의 입장에선 온라인 판매 방식으로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기업 역시 상식적인 수준에서 그들의 일자리 보장해야 하는 게 맞고, 동시에 상생의 태도도 필요하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법이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비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활성화하고 있지만, 사실상 애초에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이미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노조의 반대에 쉽게 진행할 수 없을지 몰라도, 온라인 판매 방식 자체는 ‘눈앞으로 다가온 미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력 세대가
젊어지면?
게다가 현대차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영업직 노조들이 현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다시 말해, 주력 세대가 바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은 은퇴할 것이고, 이들의 자리는 누군가 메꾸게 될 것이다.

그들의 자리를 과연 누가 메꾸게 될까? 젊은 세대들이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로 빈자리가 채워지면 온라인 판매도 자연스럽게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현대차 입장에서는 애써 서두르기보다 자연스럽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캐스퍼의 사전예약 흥행 소식부터 D2C 판매 방식까지 두루두루 살펴봤다. 이번에는 마무리하기에 앞서 큰 그림을 한 번 그려보자. 만약 온라인 판매 방식이 일상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미래는 전시장과 딜러의 역할이 완전히 구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가 사전예약을 하지만, 반대로 ‘차는 보고 구매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따라서 전시장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전시장은 말 그대로 ‘전시’장일뿐,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게 일상으로 굳어질지 모른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 같은 상상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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