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에서 ‘국민차’ 타이틀 굳히는 그랜저
뛰어난 상품성으로 그랜저의 위상에 도전하는 K8
준대형 세단 라인업의 승자는 누가 될까?

그랜저 실물 / 사진=보배드림 ‘프레기온’님

자동차 시장 내에서는 두 제조사, 두 제조사 모델 간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으로 대표적인 모델로는 현대의 그랜저와 기아의 K8이 그 주인공이다.

한 지붕 아래 식구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지만 두 모델은 같은 준대형 세단 라인업임에도 불구하고 외관 디자인부터 특징 사양들까지 다소 많은 차이를 지니고 있다. 오늘은 이 두 대표 준대형 세단 모델을 두고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김성수 에디터

파격적인 변화로 소비자층 늘린 그랜저
뛰어난 상품성으로 야심 차게 출시한 K8
먼저 그랜저를 살펴보자. 그랜저는 현대차에서 출시한 준대형 세단이자 현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의 자리를 차지한 모델이다. 아반떼, 쏘나타와 함께 오랜 시간 현대차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한 모델로 1986년에 처음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여실히 이어가고 있다.

그랜저는 과거 고급차 마케팅을 펼치며 이른바 ‘부의 상징’이라 불렸던 국산 세단이다. 하지만 점점 신형 모델로 거듭해 감에 따라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삼던 그랜저는 그 연령층을 조금씩 끌어내리기 시작한다.

젊은 세대에게도 눈길을 끌만한 파격적 디자인 변화를 거친 이번 6세대 모델 그랜저 IG에서 그 진가를 여실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초기 부정적인 반응이 주였던 여론은 출시 후 오히려 중장년층에만 국한되어 있던 수요층을 젊은 세대까지 확장시키는 효과를 내게 되었다.

의외로 합리적인 가격대도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끄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준대형급 그랜저의 기본 트림 가격이 중형급 최고 트림과 완벽하게 겹쳐져서 출시되었는데, 3,303만 원의 시작가는 중형급 모델 쏘나타, K5의 최고급 트림과 맞닿아 있다. 더구나 그랜저의 기본 사양 모델에도 상당한 기본 옵션이 적용되기에 중형 세단을 선택하는 비교적 젊은 세대의 유입이 원활하게 작용하였다.

다음은 경쟁 모델로 손꼽히는 기아의 K8이다. 올해 기아에서 출시한 전륜구동 기반 신형 준대형 세단으로 기존 준대형 세단의 포지션이었던 K7의 후속 모델이다. 새로 적용된 로고를 적용한 첫 번째 모델이며 이름까지 바꾸고 출시했던 만큼 상당한 기대를 모은 기아의 야심작으로 불린다.

야심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사전예약이 시작될 당시, K8은 그랜저의 사전계약 기록을 꺾기도 했다. 실제로 K8은 첫날 하루에만 1만 8,015대가 예약됐으며, 더 뉴 그랜저는 1만 7,294대에 그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첫 달 판매량에서는 그랜저를 뛰어넘지 못하며 그쳤는데, 생산물량 확보에 있어 그랜저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 판매량을 비교해 보더라도 K8은 대체로 그랜저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이어갔다. 특히 7월,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 공장의 가동이 대략 2주 지연되었음에도 판매량에선 K8에 비해 약 800대 가량의 차이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K8이 상당한 기대를 모으는 모델이었다곤 하지만 네티즌들은 아직까진 그랜저가 그간 쌓아온 네임밸류를 넘어서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K8 역시 3,279만 원의 시작가가 책정되어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중형 세단에서 넘어오기 부담 없는 가격대를 지니고 있으며 여전히 상당한 상품성을 지닌 모델인데, 과연 두 모델을 직접 비교해 보면 어떨까?

그랜저 시작가 3,303만 원
K8 시작가 3,279만 원
먼저 두 모델의 크기 제원을 비교해 보자. 그랜저는 크기 4,990mm, 넓이 1,875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885mm를 지니고 있다. K8은 길이 5,015mm, 넓이 1,875mm, 높이 1,455mm, 휠베이스 2,895mm다. K8이 길이에서는 20mm 더 길뿐만 아니라 휠베이스에서도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높이 면에서는 그랜저가 다소 앞선다. 다음으로는 두 모델의 모델 구성을 살펴보자. 먼저 그랜저는 2.5L 가솔린, 3.3L 가솔린, 2.4L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각 모델 별 기본 사양 트림의 시작가는 3,303만 원, 3,588만 원, 3,679만 원이다.


기아 K8은 2.5L 가솔린, 3.5L 가솔린, 1.6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모델 기본 트림 시작가는 3,279만 원, 3,618만 원, 3,698만 원이다. K8은 그랜저에 비해 최근 출시된 모델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랜저에 비해 앞서는 사양들이 다소 눈에 띈다.

먼저 국산차 최초로 적용되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또한 K8은 컴포트 옵션을 추가할 시 뒷좌석 통풍 시트가 적용된다. 파워트레인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상위 모델에서는 그랜저보다 더 높은 사양의 3.5 V6 가솔린 엔진이 적용되어 그랜저 대비 높은 출력, 토크와 높은 연비 효율을 보여준다. 3.5L 가솔린 모델 플래티넘 트림에 적용되는 전륜기반 AWD와 전자제어 서스팬션도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이다.

성능과 사양만 놓고 비교해 본다면 K8이 다소 우위를 점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K8이 출시된 이후인 4월부터 9월까지의 실제 판매량에선 그랜저가 1,200대 가량 앞서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앞서 언급한 공급에서 우위 및 반도체 이슈로 인해 그랜저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고 그랜저에 적용되고 있는 할인 혜택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기아 K8의 가격 구성도 다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K8의 큰 장점으로 꼽히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3.5L 가솔린에만 적용되고 AWD 역시 플래티넘 트림에만 적용된다. 만약 3.5L 가솔린 모델 최상위 풀옵션을 구성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상위 플래그십 모델인 K9이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소비자들 또한 없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K8이 기아의 야심작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상품성을 바탕으로 준대형 세단의 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그랜저의 네임밸류를 뛰어넘는 성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K8이 그랜저를 유의미한 격차로 따돌릴 가능성도 없다고 볼 순 없지만 이 역시 오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랜저 역시 조만간 풀체인지 모델이 예정되어 있다. K8이 아무리 현행 그랜저를 웃도는 사양을 지니고 있다곤 하더라도 풀체인지 그랜저는 K8보다 더 뛰어난 사양을 구성하여 출시될 것으로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결국 두 제조사 간 동급 차량 경쟁은 이 같은 구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결국은 모델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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