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WiLL Vi
기묘함과 개성 사이 디자인
희소성이 큰 무기로 변했다

2000년대 초, 일본 내수에서 가장 기묘한 디자인으로 회자하던 차량이 최근 미국 경매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토요타 WiLL Vi’다. 이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일본 대기업들이 Z세대 공략을 위해 펼친 유스 마케팅의 결과물이었다. 기묘한 디자인에 반하는 전통적인 파워트레인, 그리고 의외의 실용성이 공존하는 이 모델은 유명 웹툰 작가 기안84가 소유했었던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차가 최근 의외의 곳에서 포착되었다.
최근 미국의 자동차 경매 사이트 ‘브링 어 트레일러(Bring a Trailer)’에 올라온 이 WiLL Vi는 주행거리 약 48,000km의 신차에 가까운 컨디션을 자랑하며, 미국 도로교통법 상 합법 수입 가능한 조건을 충족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에는 지나치게 이질적이었던 이 차량의 디자인이, 현재에는 ‘희소성’이라는 무기가 되어 레트로 감성을 찾는 매니아층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일반 소형차 기반의 괴짜
유쾌한 실용주의의 정수
WiLL Vi의 기묘함은 그 외형부터 엿보인다. 역경사 리어 윈도우와 높은 루프라인, 노출된 트렁크 힌지, 측면 캐릭터 라인 디자인 등은 시트로엥 아미6와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가상 차종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괴상함’은 1세대 토요타 비츠(야리스)를 기반으로 한 평범한 소형차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결국 운전자는 다루기 쉬운 주행 감각과 뛰어난 연비, 내구성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1,300cc급 4기통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된다. 이 조합은 스펙에서 알 수 있듯이 강력한 주행 성능을 기대하기보다, 연비와 정비성을 위주로 하는 도시 생활에 최적화된 설정이다. 기본 사양에는 벤치 타입 시트, 매뉴얼 에어컨, 파워 윈도우, CD 오디오 시스템 등이 포함되며, 이 모든 요소들이 ‘평범함 속의 기괴함’이라는 독특한 개성을 완성한다.

자동차, 맥주, 과자, 팩스가 만났다
현실로 만들어진 Z세대의 꿈
WiLL Vi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었다. 아사히 맥주, 파나소닉, 글리코(포키 제조사) 등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한 융합 마케팅 프로젝트 ‘WiLL’의 일환으로, 청년층을 겨냥해 공동으로 기획된 복합 브랜드였다. 결과물은 가전제품, 주류, 식품, 여행 상품을 넘나들었고, 그 중심에 토요타의 WiLL Vi가 존재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WiLL Vi는 단 2년 만에 생산 종료됐다.
이후 파생 모델이 등장했지만, WiLL Vi만큼의 독특한 존재감은 구현되지 못했다. 이처럼 실패한 마케팅 프로젝트의 산물로 남은 WiLL Vi는 시간이 흐른 지금, 되려 가장 독창적인 시도로 기억되고 있다. 기성 브랜드가 시도한 전례 없는 파격적인 브랜딩, 괴짜 디자인에 숨겨진 실용성,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실험 정신까지도 ‘이질적인 도전’이 어떻게 시간이 지나 예술로 승화되는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지금 이 차를 소유하는 것은
2024년의 아이러니한 선택
3월 27일 종료 예정인 이번 경매는, 단순히 중고차 거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단순한 의미의 모델이 아닐뿐더러 흔치 않은 디자인의 소형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차’가 될 수 있는 모델이다. 동시에, 자동차 역사 속에서 잠시 스쳐 간 실패작이 어떻게 수집가에게 다시 포착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이기도 하다.
토요타 윌 Vi는 단지 이상하게 디자인된 차가 아니다. 이 차는 시대를 앞서간 상상력, 대기업의 파격적인 실험 정신, 그렇지만 놓치지 않은 실용성, 그리고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디자인이 결합한 산물이다. 어쩌면 지금 윌 Vi를 만난다는 것은, 마치 과거의 실수를 회상하며 웃는 유쾌한 방식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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