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C 타이푼 경매 출품
무려 3억 3천만 원 낙찰
무주행에 가까운 소장 상태

미국의 전설급 SUV가 또 한 번 경매장을 뒤흔들었다. 최근 중고차 경매 플랫폼 Bring a Trailer에서는 1993년형 GMC 타이푼(Typhoon)이 무려 22만 6,000달러, 한화 약 3억 3,000만 원에 낙찰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첨단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한동안 진정세를 보였던 클래식카 시장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결과에 전문가들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SUV 한 대가 고가에 팔렸다는 사실만으론 이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차량은 30여 년 전 생산돼 지금까지 단 668마일(약 1,075km)만 주행한, 사실상 지금껏 주행 없이 소장만 해온 상태의 보존 가치가 있는 모델이다. 더불어 타이푼의 전체 생산량 4,697대 중, 단 345대만 생산된 애플 레드컬러라는 점도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요인 중 하나다.

퍼포먼스 SUV의 시초격
몸값이 곱절로 올랐다
퍼포먼스 SUV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GMC 타이푼은 시대를 앞서간 과감한 도전이었다. GMC 타이푼은 본래 픽업트럭 사이클론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며 탄생한 모델이다. 4,300cc급 6기통 터보 엔진은 280마력과 48kg·fm의 토크를 발휘하며, 4단 자동변속기와 AWD 방식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단 5.3초면 충분했다. 이는 동시대 슈퍼카인 페라리 348보다 빠른 수치로, 당시 기준에서는 상상조차 힘든 SUV의 퍼포먼스를 실현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타이푼은 400m 드래그 레이스 기준 14.1초를 기록해, 혼다가 동양의 페라리를 표방하고 만든 어큐라 NSX와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셀프 레벨링 리어 서스펜션을 기본 탑재하는 등 혁신적인 기술력으로도 주목받았다. 당시 출시 가격은 약 2만 9,530달러(한화 약 4,3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까지 더해져 수억을 호가하는 몸값으로 되살아났다.


레트로 감성의 디자인
일각에선 논란 점화되었다
이번 낙찰 차량은 세월을 무색케 할 만큼 완벽한 보존 상태를 자랑한다. 각진 박스형 차체, 큼직한 사각형 헤드램프, 그리고 3도어 구성은 전형적인 90년대 SUV 디자인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레트로 열풍과도 맞물려 수집가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단, 30년 전 출시된 파이어스톤 타이어 그대로인 점은 향후 주행을 고려할 경우 반드시 교체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 가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최신 차종의 고급스러운 감각을 차치하더라도, 실내에 조잡한 가죽 마감과 플라스틱 위주로 이뤄진 인테리어 구성은 ‘피셔 프라이스’ 장난감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3억 원이면 포르쉐 911 GT3, 혹은 풀옵션 레인지로버를 살 수 있는 금액인 만큼, 일각에서는 “희소성과 향수 외엔 설득력이 부족하다”라는 반응도 존재한다.

30년 전의 과감한 도전
그 흔적에 붙은 프리미엄
이번 낙찰 사례는 단순히 경매에서 클래식카가 비싼 가격에 낙찰되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다. GMC 타이푼은 미국 자동차 역사에서 퍼포먼스 SUV의 시초로 평가되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당시 GM이 대중 브랜드로서 얼마나 과감한 실험을 감행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오늘날 SUV 시장의 다양성을 가능케 한 출발점이었다.
구매자는 분명 일반 소비자와는 차원이 다른 수집가일 가능성이 크며, 이 낙찰가는 그저 숫자일 뿐 소장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대중으로서 본다면, 30년 된 대중 브랜드 SUV를 3억 원에 낙찰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뉴스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타이푼과 같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모델이라면 가격으로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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