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지은 자동차 이름
뜻 모르는 영어와 합성어 혼재
그 시작은 始發자동차부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동차의 이름을 떠올려보자. 생각해 보면 전부 서양의 휴양지거나, 특정 단어 또는 합성어가 혼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는데, 그렇게 한글이 위대하다면서 산업의 꽃인 자동차엔 왜 순우리말 이름이 없을까? 찾아보면 의외로 우리말로 지어진 자동차 이름이 존재한다. 다만 마지막 명맥이 2000년대 초반에서 끝나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은 현대차의 포니가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아예 대한민국 내에서 처음 제작된 자동차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始發(시발) 자동차다. 이 자동차는 일부 자동차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당시에 생산한 원형은 1968년 이전 모두 폐차되어 멸종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재 전시 중인 것은 모두 재현품인데, 그나마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에 전시된 개체가 가장 원형에 가깝다고 전해진다.


새한자동차 시절 맵시
대우자동차 이후 맵시-나
대우자동차가 출범하기 이전엔 새한자동차가 있었는데, 이 회사에서 생산한 소형 세단의 이름 중 하나가 ‘맵시’였다. 여기서 말하는 맵시는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당시 일본 이스즈의 제미니를 면허 생산하던 새한자동차가, 제미니를 페이스리프트 하며 이름을 바꾼 경우다. 이름을 순우리말로 지은 것까진 참 좋았지만, 당시 품질이나 성능에서 비판받던 제미니에 신차 효과만 줄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여론이 좋다고 볼 수 없던 것이 흠이었다.
이후 새한자동차가 대우자동차로 바뀌면서 가나다의 ‘나’를 붙여 맵시-나로 개명과 동시에 2차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다. 당시 대우자동차의 서브네임 중 하나였던 XQ가 붙기도 했는데, 이는 대우자동차의 1,500cc급 XQ 엔진을 얹어 판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엔진이 말썽이었던 제미니에서 엔진을 바꿨으니, 혹평은 조금 수그러들었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는 ‘하이 디럭스’라는 서브네임까지 붙이며 판매되다가 르망에 순서를 넘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쌍용에서 등장한 SUV
최근 KGM으로 부활한 무쏘
다음 순우리말 자동차 이름은 쌍용에서 등장한다. Future Jeep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되던 고급 SUV 계의 혁신적 차종, 무쏘다. 무쏘는 ‘코뿔소’를 뜻하는 순우리말 ‘무소’에서 나온 차명인데, 이를 방증하듯이 실제 무쏘 런칭 광고의 첫 장면은 코뿔소가 등장한다. 이후 무쏘 스포츠가 등장하며 코뿔소를 형상화한 엠블렘을 적용하는 등 KGM에게 유서가 깊은 이름이다.
렉스턴에 자신의 고급 SUV 포지션을 물려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멀어진 무쏘는, 최근 쌍용의 후신인 KGM에서 서브 브랜드로 부활했다. KGM으로서는 무쏘의 헤리티지를 이어가기 위한 방침이었는지,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이 무쏘 스포츠, 무쏘 칸으로 개명함과 동시에 상술한 코뿔소 형상의 엠블렘을 추가했다. 이는 토레스 EVT로 알려졌던 무쏘 EV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우자동차 누비라
삼성자동차 야무진
공교롭게도 현재는 모두 사라진 자동차 브랜드에서 순우리말 차명이 다시 등장한다. 대우자동차 (현 한국GM)에서 에스페로의 후속 차종으로 전개한 준중형 세단, 누비라가 그 주인공이었다. 누비라는 개발 당시부터 김우중 회장의 각별한 애정을 받았던 차였다는 후문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동시에 개발되던 라노스와 레간자와는 다르게 ‘도로를 누벼라’에서 따온 순우리말 이름을 부여받았다. 꽤 서양식 어감이라 얼핏 들으면 순우리말 이름인지 모르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다음 타자는 현재 흔적을 찾기 어려워진 삼성자동차의 1톤 트럭이다. 삼성자동차가 각고의 노력 끝에 승용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삼성상용차 역시 1톤 트럭 라인업의 부재가 아쉬웠는지 닛산의 1톤급 트럭 아틀라스를 토대로 SV110이라는 트럭을 만들었다. 처음엔 SV110이라는 코드명으로만 판매되던 이 1톤 트럭에 ‘생김새 등이 단단하고 굳세단 뜻’의 ‘야무진’으로 이름 붙인다. 문제는 정작 차가 전혀 야무지지 못해 그 이름이 퇴색된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갈수록 어렵고 헷갈린다
언젠가 다시 등장하길
자동차의 종류가 많아지고, 진출하는 세그먼트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차명은 계속해서 생겨난다. 문제는 그 종류가 너무 많아져서 차명이 어렵고 헷갈리는 것이 문제다. 현대차를 예시로 들면, 일부 사람들은 ‘베라크루즈’와 ‘맥스크루즈’를 헷갈리는 불상사 역시 존재한다. 갈수록 길고 복잡한 영단어의 조합 탓에 비판받는 아파트 이름과 같은 맥의 비판점이다.
현재 제조사 별 차명을 짓는 법칙이 있다. 기아는 세단 라인업에 K+세그먼트 숫자, 전기차에 EV+세그먼트 숫자 방식의 작명을 택했고, 현대차는 SUV에 휴양지의 이름을 붙이는 전통 아닌 전통이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개발한 전기+수소 스포츠카 ‘N 비전 74’의 해외 발표 명을 ‘N Vision Chilsa’라고 할 계획을 밝혔던 만큼, 언젠가 다시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멋진 국산차가 출시될 날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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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순우리말로 된 차명이없다는것이. 넘 아쉬워요ᆢ북한엔 평화자동차 란 이름도있는데ᆢ 세종대왕께서 얼마나 섭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