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클리닝 시스템 탑재한
기아의 대형 전기차 EV9
레벨 4 자율 주행은 눈앞?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기술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기아의 대형 전기 SUV EV9이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상징적인 시험무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은 최근 EV9에 새로운 ‘센서 클리닝 시스템’을 탑재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차량 전면부에 위치한 모든 핵심 센서의 감지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기술의 핵심은 외부 환경 오염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클리닝 기능에 있다. 빗물, 눈, 먼지, 벌레 등 외부 이물질로 인한 센서의 시야 방해는 자율주행차 안전성에 치명적이다. 특히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는 ‘레벨4’ 자율주행에서는 센서의 오작동이 곧 사고로 직결된다. 이번 기술은 그런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의 한 단계 도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상 악화에도 성능 유지
EV9이 보여준 실질적 진보
기아 EV9에 적용된 센서 클리닝 시스템은 단순히 유리창을 닦는 수준을 넘어서, 자율주행 핵심 센서 전반을 실시간으로 청결하게 유지하는 자동 모듈을 탑재했다. 기존에는 와이퍼 외에 별도 청소 장치가 없어 기상 악화 시 감지 성능 저하가 불가피했지만, 이번 기술은 이를 완전히 보완한다. 전면부 전 영역에 적용된 클리닝 장치는 각 센서의 위치에 맞춰 개별 작동되며, 눈·비·먼지·벌레 등에 즉각 대응한다.
이러한 기술은 장시간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자율주행차는 정밀지도와 센서에 의존해 상황을 판단하지만, 눈이나 진흙 등으로 센서가 가려지는 경우 판단력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복잡한 도시 교통환경이나 우천·폭설 등 기상 악화 상황에서 센서의 감지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레벨4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해당 기술은 준정부기관인 TS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 전문 기업들이 협력해 공동 개발한 것으로, 전량 국내 기술로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TS 측은 향후 다양한 기후 조건과 도로 환경에 맞춰 이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킬 계획이라 밝혔다. 기술 시연이 끝난 EV9은 현재 실증 평가 단계에 있으며, 향후 실차 적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국내 자율 주행 상용화에
현대차도 본격적인 준비 중
현대차그룹 역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개발자 콘퍼런스 ‘Pleos 25’에서 공개된 ‘아트리아 AI’는 HD맵 없이도 도로 상황을 인지해 주행하는 차세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은 “경제성과 효율성, 확장성을 모두 고려한 자율주행 플랫폼”이라고 설명하며, 2027년까지 양산차에 레벨 2+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레벨 2+’는 운전자가 전방만 주시하면 차량이 대부분의 주행을 스스로 수행하는 수준으로, 사실상 고도화된 자율주행의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센서 융합 기술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활용 능력도 강화 중이다.
또한 현대차는 자율주행 전문 기업 웨이모(Waymo)와 협력해 아이오닉 5 기반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닌 독립된 주행 시스템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센서 클리닝 기술이 하드웨어 측면의 진보를 이끌었다면,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의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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