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오카 스포츠카 오로치
뱀을 형상화한 외형에 ‘눈길’
전 세계에 단 400여 대 남았다

기괴한 외형과는 달리, 일본 스포츠카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 있다. 바로 미츠오카 오로치(Mitsuoka Orochi)다. 뱀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과 GT 성향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앞세운 이 차는, 단순히 특이한 차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름부터 일본 전설 속 ‘야마타노 오로치’에서 따왔고, 디자인은 그 뱀처럼 위협적이면서도 눈을 뗄 수 없도록 구성됐다.
오로치는 2001년 도쿄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후, 2006년 양산 모델로 출시됐다. 기반은 혼다 NSX의 섀시였다. 당시 최고의 핸들링과 첨단 섀시 기술을 자랑하던 NSX는, 미츠오카가 스포츠카 시장에 진출하는 데 훌륭한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오로치는 NSX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NSX의 고회전 V6 엔진 대신, 미츠오카는 토요타의 자연 흡기 3.3리터 V6 엔진(3MZ-FE)을 장착하며 자사의 독자 노선을 확실히 드러냈다.

전설을 품은 외형
거기다 토요타 엔진?
오로치의 외형은 보는 이마다 평가가 엇갈린다. 전면부는 작은 어안형 그릴과 날렵한 헤드램프가 인상적이며, 측면에는 삼각형 컷아웃이 차체 전반에 자리해 독창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뒷모습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를 연상케 하는 짧은 후면부와 길게 뻗은 테일램프로 구성되어 있다. 보닛 위의 요철 형태는 미적 감각보다는 공기역학적 기능을 강조한 요소로 해석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혼다 섀시를 기반으로 했지만, 미츠오카는 혼다의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토요타의 V6 엔진을 채택했다. 양 기업 간의 비공식 콜라보 상품인 셈이다.
3.3리터 자연 흡기 엔진은 약 233마력의 출력을 제공하며, 슈퍼차저 옵션을 통해 최대 300마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트랜스미션은 5단 자동만 제공되었고, 수동 옵션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점만 봐도 오로치는 순수 스포츠카라기보다는 GT카에 가까운 성격이었다.

매력적인 수집품
전 세계에 단 400여 대
서스펜션은 네 바퀴 모두 더블 위시본 방식으로 구성되었고, 18인치 휠과 통풍 디스크 브레이크가 기본 탑재되었다. 무게는 약 1,600kg으로 가볍지는 않았지만, 승차감과 코너링 안정성 면에서는 오히려 GT카로서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다만 0~100km/h 가속시간은 약 7초로, 성능 면에서는 동시대 슈퍼카들과 비교해 뒤처지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치는 여전히 ‘기념비적 모델’로 회자된다. 독특한 외형, 한정된 생산량,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츠오카라는 브랜드가 가진 특유의 장인정신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 남아 있는 오로치는 약 400대 남짓으로 추정된다. 희귀성과 특이성을 중시하는 수집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로망’으로 불린다. 그 생김새만큼이나, 존재 자체가 전설이 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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