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자동차, 마이크로카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
직접 복원하고 보관하는 박물관

일본의 도시 도로망은 그 촘촘함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도로는 부족하고 차량은 많지만, 일본은 이 문제를 실용성과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바로 경차를 넘어서는 초소형 마이크로카 라는 기상천외한 해법이었다. 한때 일본의 재건을 위한 초석이었던 이 작은 차들은 오늘날엔 거의 전설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역사를 잊지 않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과연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을까?
와카야마현의 작은 골목길, 이곳에는 와즈카 마이크로카 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이곳은 50cc급의 초소형 자동차가 다시 숨을 쉬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방문자는 SNS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되고, 박물관의 주인은 직접 차량을 복원하고 보관하며 그 역사를 관람객과 나눈다. 가라앉은 기억을 다시 물 위로 떠 오르게 만든 그의 노력은 작은 차가 품은 커다란 가치를 재조명하게 만든다.


초소형 마이크로카 기원
경차 중심 개편에 역사 속으로
마이크로카의 시작은 생존과 접근성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1970년대 미쯔오카는 이탈리아의 마이크로카 수리 불능 사태에서 착안해 직접 제작에 나섰고, 그렇게 탄생한 첫 모델이 바로 셔틀 50이다. 엔진은 50cc급 소형 가솔린으로, 뒷바퀴 하나만을 굴리는 삼륜 구조였다. 조향과 브레이크, 가속은 모두 오토바이처럼 조작했고, 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어 장애인, 고령자, 주부 등 일상적 이동에 제약을 겪는 이들에게 실질적 해방감을 안겨주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BUBU 501, 505-C 등의 모델이 잇따라 등장했고, 이들은 단지 기이한 차가 아닌 도심 환경에 특화된 진짜 생활 밀착 이동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승용차 면허 없이 운전 가능하다는 점은 대중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좁은 도로와 협소한 주차 환경에도 잘 어울려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안전 기준이 강화되며 마이크로카에도 운전면허가 의무화됐고, 동시에 경차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이 독특한 장르의 차들은 시장에서 점차 사라지게 됐다.


30년 전, 역사는 시작됐다
도쿄의 골목대장, 마이크로카
해당 박물관의 주인이 처음 마이크로카를 접한 건, 약 30년 전 시골 카센터 한쪽에 버려진 차량을 복원한 것이 계기였다. 그 이후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차량은 10대가 넘으며 SNS를 통해 관심이 이어지자, 그는 자택 1층 차고를 박물관으로 꾸몄다고 한다. 박물관이라지만 특별한 시설이나 관람료는 없다. 그저 방문을 원하는 이들이 사전 연락만 하면 고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개중에는 예술품이라 불릴 만한 모델도 있다고 전해진다.
대표는 마이크로카 문화를 일본이 도시 문제에 가장 창의적으로 대응했던 흔적이라고 설명한다. 경차조차도 크다고 느껴지는 도쿄의 뒷골목에서, 이 조그만 탈것들은 그 어떤 슈퍼카보다 빠른 것에 더해 시선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실제로 그와 동료 마이크로카 오너들이 모이면, 단 4대의 차량으로도 한 블록을 마비시킬 만큼의 관심을 받는다. 이들은 누구보다 실용을 고민했고, 그 해답이 마이크로카라는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시절의 열정과 창의력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한다
오늘날 마이크로카는 안전 규제와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현실에서 거의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이 조용한 박물관은 그 시절의 열정과 창의를 한자리에 모아두고 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쓰이기 전부터, 일본은 이미 가장 작은 차를 통해 그 정신을 실현하고 있었다. 어쩌면 경차 최강 일본 시장의 초석이 되었을지 모른다.
도쿄에서 7시간, 오사카에서 2시간 거리. 와카야마현의 작은 거리 끝에서 그는 여전히 새로운 마이크로카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의 집념이 아니었다면, 이 독특한 모빌리티의 역사는 기록에서조차 희미해졌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역사는 누군가 기억하고 기록할 때 더 빛을 발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이들이 그의 박물관을 찾고, 작은 차가 품은 커다란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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