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트럭으로 지목된 車
이제는 창고 속 골칫거리로
재고 넘친 테슬라 사이버트럭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출시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수요 부진이라는 뼈아픈 현실에 직면했다. 시장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전기 픽업트럭은 현재 1만 대가 넘는 재고로 쌓여 있다. 이는 사실상 연간 판매량에 해당하는 수치로, 초반의 열광과 달리 실질적인 소비자 선택에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테슬라는 가격을 낮추고 후륜구동(RWD) 모델까지 추가했지만, 반응은 차갑다. 그동안 테슬라 성공 가도의 비결로 꼽혔던 독특한 디자인, 실험적 구조, 고가 전략이 오히려 시장에서 역효과를 낳은 셈이다. 한때 미래를 담은 트럭이라 불리던 사이버트럭은 지금 테슬라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초기 생산분도 판매 못 했다
현실성 떨어져 단점으로 작용
사이버트럭은 2019년 첫 공개 당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스펙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들은 테슬라가 약속한 성능보다 실질적인 사용성과 가성비에 더 민감해졌다. 실제로 테슬라는 올해 초까지 4만 대 이상의 사이버트럭을 생산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여전히 판매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파운데이션 시리즈라 불리는 초기 생산분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재고로 적체되고 있다.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가격과 기능의 불균형이다. 69,990달러(한화 약 9,800만 원)로 시작하는 고가 전략에도 불구하고, 사이버트럭은 기존 테슬라 차종들보다 뚜렷한 기술적 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최근 출시된 후륜구동 모델은 배터리 용량은 유지한 채, 성능을 축소한 형태로 등장했다. 이는 비용을 낮추려는 조치로 풀이되지만, 소비자로서는 다운그레이드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결국 테슬라가 추진한 400만 원가량의 가격 인하 전략은 실효성 없는 일시적 조치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한 전기차 전문 매체는 “사이버트럭은 디자인은 독창적이지만, 사용자 관점에서 큰 매력이 부족하다”라며 “기존 전기 픽업트럭과 비교해도 실용성과 접근성에서 밀린다”라고 분석했다. 콘셉트카로는 흥미롭지만, 일상에서는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기술의 한계보다는 소비자 감각과의 괴리가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이미 간파당한 테슬라 전략
미래의 상징이 과욕의 산물로
테슬라는 오는 11월 새로운 연식의 사이버트럭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연식 변경 외에 근본적인 개선 사항은 알려진 바 없다. 소비자가 이미 간파한 테슬라는 다른 외형 변화나 라인업만 늘리는 방식으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것을 내다볼 수 있다. 더구나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점차 고도화되고, 구매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신모델 발표만으로 반전을 노리기는 어렵다.
사이버트럭이 직면한 문제는 재고만이 아닌, 테슬라라는 브랜드가 이제 파격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을 상징한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약속한 기술력과 실용성을 눈으로 확인한 후, 그 대가로 지갑을 연다. 사이버트럭은 이 기본적인 시장 논리를 간과한 채, 미래 감성과 마케팅으로만 승부를 걸다 좌초한 셈이다. 이는 테슬라에게 있어 단일 모델의 실패가 아닌, 전체 전략을 되돌아봐야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사이버트럭이 애초 기대와 다른 흐름을 보이는 지금, 그저 트림 추가보다는 시장의 요구를 다시 점검하고, 제품 전략을 새로 짜는 수준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때 미래의 상징이었던 사이버트럭은 이제 테슬라가 직면한 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모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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