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멸신호는 무법지대인가
의외로 모르는 사람 많아
계속되는 교통사고

밤이 깊으면 도로 위 신호등은 점멸로 바뀌곤 한다. 운전자에게는 주의 또는 일시 정지를 의미하는 경고 장치지만, 현실에서는 신호 없는 교차로로 오해되는 경우가 더 많다. 교통사고 주범이라고 불리는 점멸 신호의 의미는 황색 점멸 서행, 적색 점멸 일시 정지를 의미하지만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운전하는 사례는 의외로 드물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야간 교차로에서는 서행 없이 질주하는 차량과 신호를 기다리는 보행자가 맞닥뜨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경기지역에서 점멸신호 구간 교통사고와 사망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는 인식 부족과 단속의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사실상 기능 상실 가까워
단속 없어 교통사고 반복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 점멸신호등은 총 2,793곳에 설치돼 있다. 이 중 남부권에 2,282개, 북부권에 511개가 운영 중이다. 점멸신호는 통상 교차로 혼잡이 적은 심야 시간에 전환되며, 사고 예방을 위해 황색 또는 적색으로 깜빡이며 주의 또는 일시 정지를 유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과는 달리 점멸신호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에 따르면 황색 점멸 구간에서는 서행, 적색 점멸 구간에서는 정지선이나 횡단보도에서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교차로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다수다. 지난해 10월 남양주에서 황색 점멸 신호에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처럼, 신호의 의미가 무시되는 상황은 적지 않다.
문제는 법적 기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단속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 역시 “점멸신호 위반에 대한 단속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라고 인정했다. 단속이 없다면 위반이 반복되고, 반복은 곧 습관이 된다. 그 습관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운전자에게는 신호 없는 도로로 인식되고, 보행자에게는 무방비로 건너는 횡단보도에 불과한 것이다.

계속되는 사고 증가 추세
이제는 대책 마련해야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점멸신호 운영 시간대인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각각 2,964건, 3,993건, 4,168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해마다 150명 이상을 기록하며 점멸신호 구간이 사고 취약지대로 굳어지고 있다. 신호가 있음에도 무시되고, 단속이 없음에도 방치되는 이 구조는 교통안전의 사각지대와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점멸신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점멸신호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운전자 교육과 홍보, 동시에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경찰 또한 단속보다는 인식 개선 중심의 대응에 머물러 있어 현장의 경각심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심야 시간대 점멸신호는 교통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지만, 운전자의 해석에 따라 무법 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주의 신호는 경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실질적 규제와 처벌이 수반되어야만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다. 지금처럼 무대응이 계속된다면, 점멸신호는 그저 깜빡이는 장식물일 뿐이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적 기준에 걸맞은 단속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신호는 명확해야 하고, 위반은 예외 없이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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