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니밴 카니발은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다자녀 가구의 가장들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사업자 명의로 출고 시 세제혜택도 있기 때문에 법인차로도 활용되어 카니발은 항상 폭넓은 수요층을 바탕으로 훌륭한 판매량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대 성공과는 다르게 미니밴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시장에서만큼은 카니발이 라이벌들에게 밀려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황태자라는 카니발이 유독 해외에선 힘을 못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기아 카니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줄곧 미니밴 판매량
1위는 카니발 몫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카니발의 인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실 이것저것을 따지다 보면 카니발만 한 차량도 없다. 1세대가 출시되었던 98년부터 카니발은 9명이 탈 수 있는 넉넉한 실내공간 덕분에 다자녀 가구의 패밀리카로 사랑받아왔다.

실용성만 생각한다면 언뜻 SUV와 수요층이 겹칠 거 같지만 미니밴은 SUV보다도 공간 활용성이 더 좋고 차고가 낮기 때문에 패밀리카로는 인기가 더 많다. 여기에 슬라이딩 도어 역시 미니밴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지난 2019년 국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카니발은 63,706대를 판매하여 싼타페, 그랜저에 이어 국산 승용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국민차로 불리는 쏘나타나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형 SUV들보다도 더 많이 팔린 것이다.

국내에서 유독 카니발이 잘 팔리는 이유는 사업자 세제혜택과 버스전용 차로 이용 같은 혜택들이 존재하며 마땅한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카니발보다 좋은 수입 미니밴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혼다 오딧세이와 토요타 시에나는 카니발과의 가격 격차가 크며, 최근엔 일본차라는 이유 때문에 판매량이 더 줄어들었다. 여러 명을 편하게 태울 수 있는 실용적인 미니밴이 필요하다면 국내에선 카니발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북미 판매량은
꼴찌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좋은 분위기를 해외에서도 이어지진 못했다. 미니밴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판매량을 살펴보면 기아 카니발 (수출명 세도나)은 2019년 15,931대를 판매하여 사실상 꼴찌를 기록하는 불명예 타이틀을 얻었다.

바로 위 토요타 시에나와 판매량 격차는 거의 6배에 달했기 때문에 사실상 카니발은 북미 미니밴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해 전인 2018년을 보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가장 많이 팔리는 닷지 그랜드 카라반이 약 15만 대를 판매할 때 카니발은 2만 대도 팔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국내에선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카니발이 해외에선 유독 힘을 못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연간 4~50만 대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다
사커맘들에게 인기가 많은 미니밴들은 큰 차를 선호하는 미국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연간 4~50만 대 정도가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니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선 충분히 도전할만한 매력이 있는 시장인 것이다. 출시된 지 오래 지나 이제는 단종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닷지 그랜드 카라반은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일본차인 혼다 오딧세이와 토요타 시에나는 예전부터 꾸준히 북미 미니밴 시장에서 경쟁해 왔다.

최근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가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어 북미 미니밴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기아 카니발(세도나)는 오랜 기간 홀로 저만치 떨어져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라이벌들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니발은 인기가 없다.

카니발이 북미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는 단도 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라이벌들 대비 상품성과 기본기가 너무 떨어져 비교하기가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의 경쟁을 제쳐놓고 국내에서만 보더라도 기존 카니발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소비자들을 통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이런 많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카니발을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와 해외 소비자들에게 카니발(세도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점은 다음과 같다.

1. 차체 강성이 너무 약하다
첫 번째는 바로 자동차의 뼈대인 차체 강성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서 특히 더 자주 거론되는 문제로 카니발은 2톤이 넘는 무게 대비 차체 강성이 너무 약하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무게가 무거운 만큼 그를 받쳐줄 탄탄한 차체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곧 등장할 신형 카니발은 3세대 플랫폼을 활용하여 기존 모델 대비 차체 강성과 비틀림 강성을 대폭 개선했다고 전해졌다.

2. 승차감과 주행 기본기가 떨어진다
두 번째는 바로 탑승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승차감과 주행 기본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카니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멀미 나는 승차감”일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불만이 제기되어 왔다. 일부 카니발 차주들은 너무 물렁한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해 서스펜션을 사제로 교체하는 경우도 꽤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승차감과 함께 주행 기본기 자체도 수입 미니밴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브레이크는 2톤이 넘는 무게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감각이 둔한 일반인이 운전하더라도 브레이크가 밀리는 것을 쉽게 느낄 수준이라고 하니 이 부분 역시 자주 지적될 수밖에 없다.

3. 남다른 특별함이 전혀 없다
세 번째는 라이벌들 대비 카니발의 장점이라고 어필할 만한 장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만큼은 세제혜택이나 버스전용차로 이용 같은 혜택들을 장점으로 어필할 수 있지만 해외에 나가면 이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카니발은 시트 배열이나 공간 활용성, 기능 측면에서도 다른 라이벌 미니밴들을 앞서나갈 특징이 전혀 없다는 것이 주요 패인으로 작용했다.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건 오직 가성비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적은 예산으로 미니밴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굳이 카니발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 카니발은 4세대 신형 KA4 출시를 앞두고 있다. 3세대 플랫폼의 적용과 4륜 구동 탑재,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추가 등 많은 변경사항으로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아쉽게도 알려진 대부분의 사양은 카니발에 적용되지 않았다.

신형 카니발은 2.2 디젤 신형 R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며 다운사이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었던 가솔린 엔진은 오히려 배기량을 늘린 3.5 자연흡기 가솔린 람다 엔진을 장착한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소식이 없으며 4륜구동 역시 장착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조합해 보면 휠베이스가 30mm 늘어나며 플랫폼의 변화와 각종 첨단 사양들이 추가되는 것 이외엔 별다른 특별한 소식이 없다.

최근 북미시장 미니밴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는 2열 시트를 플로어 아래로 수납할 수 있는 독특한 기능을 선보여 단숨에 판매량 3위로 뛰어오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시트 자체를 탈거하여 다른 곳에 보관해야 하는 라이벌 미니밴들과는 다르게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시트를 차량 내에 숨길 수 있어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굳건한 미니밴 시장에서 카니발이 성공하기 위해선 라이벌 미니밴들에는 없는 특별한 사양이 존재해야 한다. 하이브리드나 4륜구동 같은 사양들로라도 차별화를 주기를 기대했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소식만을 종합해보면 북미시장에서의 입지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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