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부쩍 더워졌다. 건물 밖을 나가면 모든 공기가 후텁지근하게 느껴지고, 마스크 때문에 숨도 막힌다. 올해는 장마도 빨리 온다 하니 벌써부터 한여름이 걱정이다. 그런데, 날씨만 뜨거우면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자동차 시장도 뜨겁다. 잘 팔려서? 물론 ‘역대급’이라 불리며 잘 팔리는 차들도 있지만 오늘은 그런 이야기 아니다. 말 그대로 ‘불이 나서’ 뜨겁다.

최근 들어 자동차 화재가 말썽이다. 그중에서도 현대차의 볼륨 모델이 주말 동안 이틀 연속 화재로 시끄러웠다. 그중 하나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사고 이후 소식이 잠잠하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최근 이슈 되고 있는 현대차 화재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신형 G80 화재
도로공사 “낙하물로 인해…”
그러나 여전히 논란
현대차가 ‘화재’라는 키워드로 도마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건 최근 신형 ‘G80’ 화재 사태부터다. GV80 진동 문제, G80 조립 불량 문제 등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화재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비판 목소리도 절정에 달하게 된 것이다.

지난 4일, 창원 남해고속도로 징주 방향 창원 2터널 부근에서 신형 G80 화재가 발생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차라 화재 원인에도 관심이 쏠렸다. 사고 발생 초기 대부분 새롭게 개발된 엔진의 문제라고 추측했으나, 이후 다른 것이 화재 원인이라고 보도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신형 G80 화재 원인은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G80 화재 발생 전 1차로에서 달리던 1톤 포터 트럭 화물칸에서 종이 박스가 낙하된 것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라며, “이후 1차로에서 뒤따라오던 G80이 낙하된 종이 박스를 그대로 받고 주행한 후 차량과 박스가 마찰이 생겨 화재가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이 내용이 보도된 이후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블랙박스까지 저장 안 되었다니 소설을 써라”, “그렇다고 한들 차에 불이 날 수 있냐”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화재 원인과 더불어 현대차에서 요즘 옵션으로 제공하는 ‘빌트인 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비판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조사 측에서도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오토포스트 독자 ‘김민혁’님 제공)

뒤이어 신형 그랜저
“가속 브레이크 모두 먹통”
“1분 만에 모두 불탔다”
‘G80’ 화재 사고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과 이틀 만에 ‘더 뉴 그랜저’ 전소 사고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차량 결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오토포스트는 해당 차주와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차주의 진술에 따르면 G80과는 다르게 외부적 요인이 없고, 화재가 발생하기 전 전조증상까지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페이스리프트 된 ‘더 뉴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이며, 최상위 ‘캘리그래피’ 트림이다. 차주 김민혁 씨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출고한 지 6개월, 누적 주행거리는 3,000km밖에 되지 않은 새 차나 다름없는 상태였으며, 뒷자리 비닐도 다 뜯지 않았을 정도로 애지중지하며 관리했다고 한다.

화재가 나기 전 그랜저는 전조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김민혁 씨는 “불이 나기 30초 전부터 전조증상이 있었다”라며, “보닛 쪽에서 금속으로 된 기계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액셀이랑 브레이크 둘 다 아예 작동하지 않았고, 그리고 바로 연기가 난 뒤에 불이 붙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기판에는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메시지가 떴다”라고 말했으며, “전조증상이 일어나기 전 운행 상황에서 낙하물을 밟았다던가 하는 이상한 점은 없었냐”라는 질문에는 “이상 상황 같은 건 전혀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사진=오토포스트 독자 ‘김민혁’님 제공)

G80가 다르게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고, 계기판에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까지 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량 결함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한 김민혁 씨에 따르면 차는 1분 만에 모두 불탔고, G80과 다르게 완전히 전소됐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또한 출고한 지 6개월, 즉, 출시 초기에 출고된 차량이라는 점과 더불어 6개월간 3,000km밖에 주행하지 않은 새 차 수준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김민혁 씨는 “무슨 상황인지 전혀 믿음이 안 갔고, 불이 다 꺼지고 난 뒤 다 타버린 차를 봤을 때 친구 하나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젠 수입차 제조사도
이용하는 제도의 빈틈
사실 자동차 결함이나 품질 문제가 발견되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차도 사람이 만드는 물건인지라 우리가 이상적으로 ‘차에는 결함이 없어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사실 완벽한 차는 없다는 것에 거의 대부분 동의하실 것 같다.

모든 제조사 제품에는 결함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제조사마다 이미지를 다르게 갖고, 또 그 제조사를 다르게 평가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결함이 발견된 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제조사를 향한 생각과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최근 결함이 발견되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 중 한국에서 대처를 잘 한곳이 있을까? 거의 대부분 비슷한 태도로 나오거나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국산차 제조사뿐 아니라 수입차 제조사까지 비슷한 태도를 보이면서 “살 차가 없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고 그에 따른 피해자가 발생한다. 피해의 정도는 조립 불량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것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결함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문제가 발견되면 일부 미디어나 매체를 통해 소식이 보도된다. 보도를 접한 소비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그 뒤로 소식이 잠잠하다. 혹은 제조사 측에서 “인정할 수 없다”라며 반박해버린다.

한국에서 이미 이런 과정은 익숙해진 지 오래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한 시기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그 이후 어떻게 해결되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거의 없다. 제조사나 해당 문제를 조사한 정부기관은 명확한 해답이나 결과를 내놓지 않는 것도 다반사다.

주목할 점은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의 대처와 처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짜놓은 매뉴얼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데, 소비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된다고 알려져 있는 미국에선 어떨까? 비슷한 사례, 최근 한국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화재’와 관련된 이야기로 비교해보자.

지난달 5월 기아차는
엔진 화재 위험 때문에
22만 9,000대를 리콜했다
지난달 5월, 미국에서 기아차가 대규모 리콜에 들어갔다. 미국 NHTSA는 최근 기아자동차가 22만 9,000대에 가까운 차량을 대상으로 리콜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리콜 이유는 엔진 화재였고, 2020년 4월 10일부터 리콜을 시작한다고 차주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안전 리콜 보고서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해 2월 14일에 해당 문제를 NHTSA에 보고했다. 대상 차량은 ‘세도나(국내명 ‘카니발’, 2006~2010)’, ‘쏘렌토(2007~2009)’다. 기아차에 따르면 ABS 모듈을 제어하는 HECU에 습기가 유입되어 전기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이 문제로 인에 엔진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HECU는 시동이 꺼져있고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전류가 흐른다. 이 이야기는 즉, 차량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엔진에 불이 붙을 수 있으며,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이 리콜과 관련하여 아직 부상자가 있다는 보고는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아차는 현재 차주들에게 재산 피해나 부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차고가 아닌 사유지에 차를 주차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차주는 엔진에서 타는 냄새가 나거나 연기가 나는 등 화재 징후가 보이는지 지켜보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선 현대기아차가
차주들에게 9,300억 원 배상
이 역시 지난 5월 소식이다.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소유주들이 7억 6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300억 원에 가까운 합의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수백만 명의 현대자동차 소유주들이 진행했던 캘리포니아 집단 소송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해당 문제는 2018년에 처음으로 제기됐다. 작년에 처음으로 발표된 합의서에는 수리 및 수리 비용에 대한 보상, 손상된 엔진의 무료 소리 또는 교체, 엔진 수리 기간, 보증 및 차량 가치 손상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에 해당되는 모델은 현대자동차 ‘쏘나타(2011~2019)’, ‘싼타페 스포츠(국내명 싼타페, 2013~2019)’, ‘투싼(2014~2015 / 2018~2019)’, 기아자동차 ‘옵티마(국내명 K5, 2011~2019)’, ‘쏘렌토(2012~2019)’, ‘스포티지(2011~2019)’ 등이며, 해당되는 차주는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오토포스트 독자 ‘김민혁’님 제공)

비슷한 사고 다른 대처
한국과 미국의 차이
자동차는 가장 안전해야 하는 기계 장치 중 하나다. 가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수준일 뿐 아니라, 작은 사고가 생명을 좌우할 정도로 예민한 기계 장치다. 자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다는 것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 소비자들이 유독 ‘자동차 화재’라는 키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 화재가 아예 없었으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발생 빈도가 많다. 월평균 300건 이상 자동차에선 화재가 발생한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화재 원인은 기계적, 전기적 결함이다. 즉, 피할 수 없는 사고이기 때문에 제조사의 관심과 대처가 그 어느 사고보다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화재는 한국과 미국 가릴 것 없이 발생한다. 그런데 왜 소비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걸까? 이미 많이 알려졌듯 비슷한 사고에서 제조사는 전혀 다른 태도와 대처를 보였다. G80이나 그랜저 화재 원인이 어떻든 제조사에선 최소한 공식 입장 정도는 내놓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들이 침묵하게 되면 여기저기 원인에 대한 근거 없는 추측들이 난무하고, 이를 접한 소비자들만 불안에 빠진다. 제조사에서 원인에 대한 설명과 공식 입장을 빠르고 투명하게 밝히는 것을 싫어할 소비자는 없다. 더 나아가 논란과 의혹이 커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몇 년째 제자리인 법과 제도
보여주기식은 이제 익숙하다
몇 년째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반복되고, 피해자도 분명히 있지만 문제 해결은 제자리다. 우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 문제가 비단 제조사에게만 있다고 할 수 없다. 제조사는 문제없는 차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분명해야 하지만, 이를 관리 감독하는 주체의 역할도 분명 중요하다.

예컨대, 법과 제도에 따라 제조사의 태도는 다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슷한 화재 사고에서도 소비자가 보상받는 차원이 다르며, 제조사와 정부 간의 문제 해결 과정조차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의 레몬법처럼 단순 권고 사항에 그친다면 제조사는 냉정하게 문제를 시정할 필요도 없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지만 소비자는 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는 몇 년째 제자리다. 폭스바겐 디젤 사태 이후 말이 많았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여전히 실효성이 없고, 레몬 법도 도입 때만 시끄러웠을 뿐 이쪽 역시 실효성이 없긴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바꿔달라 아우성, 제조사는 가만있어도 되는 상황,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이들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결과들이다.

소비자들은 신차를 출고할 때 생산 라인 검수 파트가 해야 할 검수를 직접 하고 있다. 동호회에는 신차 검수 리스트가 표로 정리되어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실효성 없다’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오늘날 자동차 시장의 문제점을 대변해 주는 사회 문화 모습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