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내수 차별 논란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국내에서는 이상이 없다던 차가 미국에서는 리콜 대상이 되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내수 모델은 해외 모델과 달라 해당 사항 없다”라며 일관했다. 이어 곧바로 내수 차별 논란이 일자 “내수 모델과 해외 모델에 큰 차이는 없다”라며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8월 28일 미국에서 차량 27만 2,000여 대에 대한 리콜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내 리콜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없다. 내수 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끊임없는 결함에도 국내 리콜을 꺼리는 현대차의 불편한 진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원섭 인턴

내수 차별 논란
현대차의 모순적인 태도

2016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의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52번의 리콜을 시행했다. 그중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리콜이 진행된 경우는 24건으로 미국 리콜 수의 46.1%에 불과하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내수 차별 논란이 끊임없이 대두되는 이유다.

리콜 횟수뿐만 아니라 리콜 대수의 차이도 상당히 크다. 같은 기간 현대차가 미국에서 리콜한 차량은 404만 5,637대인 반면 국내에서 리콜한 차량은 120만 7,592대에 불과하다. 시장의 크기 차이로 인한 결과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과 미국 내 판매량은 큰 차이가 없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10년의 보증 기간 동안 최대 16만 km까지 보증한다. 반면에 국내의 보증 기간은 절반 수준인 5년이고 최대 10만 km까지만 보증해 준다.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며 자발적으로 보증해 주고 리콜에 나서는 현대차그룹이 유독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박용진 의원은 “현대차는 내수 모델과 수출 모델에 차별이 없다면서 리콜은 차별을 두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는 내수 모델과 수출 모델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내수 차별에 대한 현대차의 모순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소비자들이 여럿 존재한다.

국내 판매량 비율
3년 연속 17% 유지

현대차그룹의 전체 판매량 중 국내 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16.6%, 2018년 16.9%, 2019년 17.5%다. 3년 동안 17%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의 미국 내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구수와 국토 면적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현대차가 글로벌 제조사이기 이전에 한국 제조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작년 현대차 전체 판매량 중 미국 내 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18.4%로 국내 판매량 비율과 10%도 차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국내 판매량 비율이 23.9%로 치솟았다. 이에 “국내 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한 만큼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70%에 이른다

국내 판매량 비율과 더불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판매량 비율도 상당하다. 3년 동안 70%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독보적인 선두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다고 봐도 무관하다”라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최근 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점유율이 1% 포인트 가량 상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충 해도 국내에서는 잘 팔릴 것이다”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졌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행보에 “국내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인 것 같다”라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기 전에 한국 기업이고 국내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 만큼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에 맞먹는 국내 판매량
그런데도 미국이 먼저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3년간 국내 판매량과 미국 내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시장 모두 120만 대에 이르는 판매량을 보이는 중요한 시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국내 시장보다 미국 시장을 더 중요시 여긴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에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미국과 국내 시장이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어서 현대차그룹이 리콜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즉, 미국에서의 리콜과 보상 기준을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현대차그룹이 짊어지는 피해가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목숨보다 돈이 중요하니까 리콜을 안 하는 것이다”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
법과 제도의 차이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에 비해 국내 소비자 보호법은 한없이 약한 수준이다. 미국을 따라서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레몬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의 레몬법은 법적인 강제성을 가지지만 국내 레몬법은 권고 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사는 레몬법을 굳이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

일부 소비자들은 정부의 기업 중심적 태도를 꼬집었다. “소비자 보호법 강화는 기업의 활동을 위축 시킨다”라며 관련 법안이 국회에 머무르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한 소비자는 “사람보다 돈이 중요한 대한민국에서는 돈 안 되는 소비자들보다 돈 되는 기업이 더 중요하다”라며 “결국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법과 제도에 앞서
자발적인 움직임 필요

“현대차그룹은 법과 제도가 있어야만 올바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라는 말이 있다. 제도가 강한 미국에서는 눈치를 보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현대차그룹의 태도를 비꼬는 말이다. 아무리 법과 제도가 강하더라도 항상 빈틈은 생기는 법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법과 제도의 빈틈을 노려 불합리한 행위를 하곤 한다.

국내의 법과 제도가 부족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전에 제조사가 책임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법의 테두리가 없더라도 자동차가 가장 안전해야 하는 기계장치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법의 문제가 아닌 최소한의 도덕적 문제라는 것이고, 이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결국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버리고 말 것이다.

신뢰의 문제
책임감이 필요하다

제조사와 소비자 간의 관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제조사의 기술력과 품질을 믿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자동차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현대차그룹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몇몇 소비자들은 “이대로 가면 신뢰를 잃고 전체 시장의 17%라는 중요한 시장에서 찬밥 신세가 될 수도 있다”라며 현대차그룹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70%라는 독보적인 판매량도 옛말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70%”라는 말은 곧, “국민 70%가 지지하고 응원한다”라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소비자들의 강한 움직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현대차가 변화하지 않고 모순되고 불합리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남는 건 소비자들의 분노뿐이다. 이미 국내에는 3개의 완성차 기업이 더 있고 수입차도 좋은 대안으로 떠오른다. 소비자들이 가진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현대차그룹이 위기를 느껴야 될 이유도 많아졌다는 지적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제조사로서 당연한 도리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똑똑해진다면 더욱 수준 높은 책임감이 필요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권리는 소비자들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발적이고 강한 움직임으로 제조사들이 소비자 중심적 태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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