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모습은 마치 폭군과도 같다. 압도적인 판매량과 더불어 모든 차종을 보유하면서 경쟁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유일한 경쟁 상대는 현대차와 기아차 서로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무자비한 모습을 보이는 현대기아차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경쟁하기 위해 달려들어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짜야 한다. 하지만 이 전략이 국내 소비자들은 탐탁지 않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 모델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혁 에디터

기아
텔루라이드

기아차의 준대형 SUV인 텔루라이드는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 해외 공략 모델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모델이다. 201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를 공개했고, 당시 모하비의 후속 모델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기아차는 모하비를 유지하고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면서 소문을 종식시켰다.

이후 2018년 9월에 미국 시장에 사전 공개하였고, 2019년 1월에 정식 출시했다. 현대 팰리세이드의 플랫폼을 공유하고 전륜구동에 모노코크 방식을 적용했고,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만 생산된다. 전체적으로 각진 디자인을 적용했고, 이 디자인은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해외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2019년 11월엔 모터트렌드 주관 2020년 올해의 차 SUV 부분에 선정되었고, 2020년 1월엔 북미 올해의 자동차에서 올해의 SUV로 선정, 2020년 4월엔 국내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2020 월드 카 어워드에서 2020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었다.

출시된 첫 달에는 300대 정도가 판매되었으나, 이후엔 5,000대가 넘게 판매되었고, 심지어는 6,000대까지 돌파했다. 심지어 미국에서 텔루라이드 한 대를 두고, 세 명의 입찰자가 달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텔루라이드는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 시장의 출시를 가장 원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팰리세이드와 여러 가지가 겹치는 이유로 인해 국내 출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
i 3형제

i30은 국내에서도 판매 중이긴 하지만, 고성능 모델인 i30 N은 볼 수 없다. 더불어 같은 i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i10, i20도 없다. 국내 시장에선 i30와 i40를 판매했지만, 두 모델 모두 어정쩡한 위치와 비싼 가격으로 준수한 평가에 비해 저조한 판매량을 보였다.

결국 i40는 단종을, i30는 N 라인을 제외한 모든 라인업을 단종시켰고, 이마저도 곧 단종을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i 라인업의 나머지 모델들을 국내에 출시하지 않고, 해외 공략 모델로 출시했다.

i10은 유럽, 인도, 동남아 전략형 경차 모델이고, 모닝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여기에 N 라인까지 보유하고 있다. i20은 소형차로 클릭의 후속 모델이고, 호주, 인도, 유럽 지역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i20은 WRC에 출전하여 라운드 우승, 시즌 최종 우승까지도 오른 랠리카로도 활용되었다.

i30 N은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시작을 이끈 모델이다. 2017년에 i30 패스트백과 함께 공개되었다. i30 N은 고성능 핫 해치라는 평가를 받으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었다. 하지만 i 삼형제는 점점 큰 차체의 모델들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다. 특히 유럽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경차, 소형차, 해치백 모델의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기아
프로씨드와 쏘넷

프로씨드는 원래 3도어 해치백 모델로 출시했다. 고성능 모델인 프로씨드 GT는 골프 GTI와 경쟁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해치백 모델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2018년부터 5도어 슈팅 브레이크 모델로 변경되었다.

씨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했지만, 왜건 모델인 만큼 후면부의 디테일을 변경했다. 최근 기아차가 선보이고 있는 얇은 형태의 리어램프에 양쪽을 이어 놓은 형태다. 여기에 하단 디퓨저와 듀얼 머플러가 적용되었다. 국내에는 왜건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상황이라 출시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쏘넷은 기아차가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출시한 소형 SUV다. 올해 2월에 콘셉트카를 공개하였고, 8월에 출시하였다. 기아차 최신 SUV 패밀리룩이 적용되었고, 콘셉트카 시절의 디자인도 그대로 이어왔다.

국내 소비자들은 “차라리 스토닉을 단종시키고 쏘넷을 들여오라”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셀토스와 위치가 겹치기 때문에 국내 시장으로의 출시는 미지수다.

현대 싼타크루즈
출시 예정

해외 공략 모델로 출시를 기다리는 모델이 하나 있다. 바로 신형 투싼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다. 2015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콘셉트카를 공개했고, 당시엔 싼타페를 기반으로 제작했다.

북미 시장을 현대차가 공략하기에 너무 부족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었고, 현지 딜러들이 라인업의 확장 필요를 꾸준히 언급했고, 현대차는 이에 싼타크루즈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드사이즈 픽업트럭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크로스오버 형태의 싼타크루즈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해외 공략 모델들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텔루라이드는 정말 국내 출시해라”, “들여오면 구미가 당기는 모델들이 많네”, “한국에서 돈 벌어서 해외에서 복지 사업하냐” 등 해외 공략 모델들이 국내에 출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더 좋은 사양과 가격 정책으로 해외에 출시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견이 많았다.

“딱 봐도 우리나라에선 안 팔리겠구만”, “시장 자체가 다른데 우리나라에서 팔리겠냐”, “텔루라이드 빼곤 다 별로구만” 등 해외 공략 모델이 국내에서 안 팔리는 이유와 해외에서만 판매하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차량이 다르다

해외 공략 모델을 왜 국내로 도입하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각각 나라마다 선호하는 모델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시로 유럽은 경차, 소형차, 해치백, 왜건 등 작고 실용적인 모델을 선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형 이상의 모델들이 선택받는 상황이다.

중국은 넓고, 긴 세단을 선호하고, 미국은 대형 SUV, 대형 픽업트럭,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모델들을 선호한다. 각 나라마다 생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환경을 공략하려고 만든 모델들 이어서 국내 시장엔 맞지 않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겹치는 모델들이 많다

현대기아차는 서로 겹치는 포지션을 줄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외 공략 모델까지 들여온다면, 기존의 모델들이 애매해지거나, 판매량이 저조해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꺼려 할 만한 상황이다.

반대로 야심 차게 국내로 들여왔지만, 해외 공략 모델이 저조한 성적을 낼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만들 바엔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사진=빅터뉴스)

국내 생산 노조의
완강한 거부

해외 공략 모델들은 모두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다. 국내 생산 노조들은 해외 공략 모델들의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 노조는 해외 공략 모델들을 국내로 도입하면 자신들의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텔루라이드 도입 의견이 거셌을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파업 기간 중에 해외 수입 물량으로 대체된다면 협상 수단마저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전해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절대로 해외 공략 모델들을 국내 시장에서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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