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20년 동안 현대차그룹을 이끌었던 정몽구 회장이 물러나고 수석부회장 자리에 있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8년 9월에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지난 2년간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왔으며, 이날부터 회장에 올라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를 개막한다. 물러난 정몽구 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되었다.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취임식에서 앞으로의 경영 방향에 대해 언급했으며, 첫 공식 행보로 수소 경제 관련 활동에 나섰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20년 만에 세대교체된 정의선 체제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사진=동아일보)

1994년 현대정공 입사 이후
다양한 업적을 쌓아왔다
먼저 정의선 회장이 그동안 쌓아온 주요 업적에 대해 살펴보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의선 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현대모비스 부사장, 기아자동차 사장, 현대차 부회장을 거쳐 2018년,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위기 때마다 정의선 회장에게 중책을 맡겨 경영 능력을 테스트했고, 정의선 회장은 혁신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기아자동차 사장을 맡았을 당시, 저조한 판매 실적을 ‘디자인 경영’으로 정면돌파했다. 특히 이를 위해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폭스바겐 그룹에서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신의 한수로 평가되고 있으며, 지금의 기아를 있게 했다.

(사진=조선일보)

현대차 부회장을 맡은 2009년에는 금융위기가 온 적 있었는데, 이때 미국에서 구매 후 1년 내 실직하게 되면 차를 되사주는 파격적인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은 적 있다. 이후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고성능 N 브랜드,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출범시켰다. N 모델 개발을 위해 BMW M에서 근무하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현대차그룹 고성능 차량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오른 뒤에는 기업문화를 진일보시키는 데도 성과를 보였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소통하고 있으며, 현대차의 뿌리 깊었던 군대 문화를 수평적 문화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로 고정되었던 직원들 복장을 자율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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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과감한 투자와 협업, 인재영입을 통해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고 있으며, 수소 연료전지 시장 확대 및 수소 경제 구현 공감대 확산, 올해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장에서 선전을 이끌어 왔다.

물론 실패도 경험한 적이 있다. 한때 벨로스터와 i30, i40 세 차종을 묶어 PYL로 마케팅했는데, 국내에서 해치백과 왜건의 인기는 상당히 낮았기에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결국 2016년 사실상 폐지되었고, 벨로스터 N을 제외한 나머지 차량들은 단종되었거나 단종될 예정이다. 다행히 다른 성과들이 매우 훌륭했기에 커리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의선 신임 회장의 취임사를 살펴보면 회사의 미래는 H Y U N D A I로 요약할 수 있다. 한 글자씩 풀어보면 Humanism(인간 중심 경영), Young(젊은 조직과 도전), Ubiquitous(현실과 가상세계의 연결), Network(국내외 업체와의 협력), Diversity(미래교통수단의 다양화), Agile(민첩한 조직과 변화 능동 대응), Investment(과감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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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sm
인간 중심 경영
7가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인류라는 단어를 7번이나 사용하며, 인간 중심 경영을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즉 정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결실을 모든 고객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라며 “모든 기업 활동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의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적 성장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사람을 함께 생각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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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젊은 조직과 도전
Young은 젊은 조직과 도전을 표현하는 단어로, 취임사에서는 개척자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 그룹이 놀라운 성과를 만든 저력이 있다고 강조하며 임직원을 다독였다.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응하는 과정이 힘들 수 있지만, 창의성을 갖고 힘을 모으면 충분히 해나갈 수 있으며,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환경과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신입사원 공채를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고, 수시 인사와 복장 자율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체질 개선을 거듭했다. 정 회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수평적인 기업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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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iquitous
현실과 가상 세계의 연결
정 회장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빠르게 현실화해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라며 스마트시티를 예시로 들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부터 ‘인간 중심 스마트시티 자문단’을 운영해 미래도시가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답을 찾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정 회장은 자문단을 운영할 정도로 스마트시티 구축에 관심을 두고 있어 관련 분야의 연구도 지속할 전망이다. 사람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스마트시티’에서는 기술을 바탕으로 모두에게 평등한 이동 기회가 주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자율 주행 기반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원하는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호출을 통해 서비스를 누릴 수도 있다. 2021년에 자율 주행 친환경 택시를 시범 운영할 목표를 밝혔는데, 스마트시티가 이를 선보일 무대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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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work
국내외 업체와 협력
정 회장은 그간 현대차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전략적 협업 체제를 통해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앞당기려 했다. 이미 전기차 개발을 위해 지난해 리막 오토모빌리에 8천만 유로(투자 당시 한화로 1,100억 원)를 투자했으며, 자율 주행 기업 앱티브에 20억 달러(약 2조 4천억 원)을 투자해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미국 ‘카누’와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는 전기차를 개발 중이며, 영국의 전기 상용차 업체 어라이벌에 1억 유로(약 1,346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따라 만나 전기차 및 배터리 사업 협력을 도모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미래 모습을 빠르게 현실화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도 미래차 전환을 앞두고 세계적 기업과 협업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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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ersity
미래교통수단의 다양화
정 회장은 “고객들이 자동차를 넘어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과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목적지까지 가는 마지막 수단), 로봇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사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바뀔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전담하는 ‘UAM 사업부’를 신설했고, 2028년 이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또한, 전동 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 수단을 활용한 공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나아가, 차에 싣고 다니며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는 ‘빌트인(built-in)’ 타입 전동 스쿠터를 2021년께 신차 선택 사양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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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le
민첩한 조직과 변화 능동 대응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을 반복 언급해 달라진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나서줄 것을 강조했다. 최근 들어 현대차는 품질 강화에 신경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일부 신차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하자 신차 디자인을 공개한 뒤 약 한 달 동안 일반 도로에서 수백 대의 차를 테스트해 시장에 판매하기로 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인 직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을 통해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며 “항상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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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과감한 투자
정 신임 회장은 그룹 성장을 위해 투자 역시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글로벌 사업장에서 총 1조 5,653억 원을 시설과 설비투자에 투입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현대, 기아차 상반기 연구개발비 합산액은 처음으로 2조 원이 넘어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폐쇄된 GM 공장을 인수했다.

설비뿐 아니라 연구개발 투자도 늘렸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1조 3277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상반기 연구개발비 지출액은 2018년 1조 460억 원, 2019년 1조 1525억 원 등으로 3년 연속 늘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그룹 총 투자를 연간 20조 원 규모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소경제위원회 회의 참석
상용차 수소 인프라 구축 나서
정의선 신임 회장은 취임 후 수소 경제로 첫 공식 행보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민간위원 중 한 명으로 참석했다. 수소경제위원회는 위원장인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산업부, 기재부, 행안부 등 8개 관계부처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소 경제 컨트롤 타워다.

이번 회의는 1차 회의 이후 세 달여 만에 열린 2차 회의로, 현대차는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 특수 목적 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채결했다. 수소 상용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이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사진=부산일보)

코하이젠은 내년 2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2021년부터 기체 방식의 상용차 수소 충전소 10개를 설치할 예정이며, 오는 2023년에는 액화 수소 방식의 수소 충전소 25개 이상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액화 수소 방식의 수소 충전소는 기체 방식의 충전소와 비교해 연료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작은 부지에도 설치할 수 있으며, 저장 효율도 뛰어나 대용량의 수소 충전이 가능해진다.

현대차는 차량 판매를 넘어 수소차 리스, 수소 충전소 운영, 수소 공급 등 수소 생태계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도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상용차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는 한편, 정부 기관은 물론 관련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산업 전 부문에서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친환경 자동차 라인업 확대
정의선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앞으로의 신차 방향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발표한 2025년 전략과 올해 정의선 회장이 발표한 신년 메시지를 살펴보면 대략적인 방향을 알 수 있다.

현대차는 고성능 N 브랜드를 이용해 고성능 차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벨로스터 N, i30 N, i30 N 라인, 아반떼 N 라인, 코나 N 라인을 출시했으며, 향후 코나 N, 투싼 N, 쏘나타 N 라인 출시가 계획되어 있다. 이외에도 기존 모델을 강화거나 아예 N 전용 모델을 지속적으로 추가해나갈 방침이다.

(사진=motor1.com)

또한 2025년까지 그룹 전체 합쳐서 총 44종의 친환경 라인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총 24종에 이르는 친환경 모델을 판매했다. 현재 계획으로는 하이브리드 13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종, 순수 전기차 23종, 수소전기차 2종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에서는 아이오닉을 브랜드명으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내년에는 현대에서 아이오닉 5, 기아에서 CV, 제네시스에서 G80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리고 제네시스는 전 라인업을 전동화할 계획이며, 현재 모델명 앞에 e를 붙인 상표명을 출원한 상태다. 앞에 언급한 N 브랜드도 점차적으로 전동화할 예정이며, 최근 810마력을 발휘하는 전기 고성능 차인 RM20e을 선보여 가능성을 보였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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