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겨레뉴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삼성병원에서 향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약 6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나고야 만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정계 및 기업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에선 소문난 자동차 광이던 고 이건희 회장의 애마들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불거졌다. 그가 가진 100대가 넘는 차량들은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슈퍼카들이었기 때문에 자산 가치로 따지자면 400억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고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 사랑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사진=아시아경제)

공식 석상, 행사 땐 언제나
마이바흐를 타고 나타났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소문난 자동차 광이었다. 순수 자산만 17조 원 규모로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이건희 회장은, 평소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 일반인들은 평생 한번 타볼까 말까 한 슈퍼카들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또한 그는 마이바흐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공식 석상을 포함해 다양한 행사에 참석할 땐 언제나 마이바흐와 함께했다. 당시 7억 원 이상을 호가하던 초호화 세단 마이바흐를 한 대도 아닌 시리즈별로 가지고 있어 한때 화제가 됐었다.

(사진=스포츠서울닷컴)

“오픈카 타고 다니는 회장님”
그의 자동차 사랑이 드러나다
2011년엔 2004년부터 타고 다니던 마이바흐 차량을 오픈카 버전인 랜덜렛 으로 교체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간 마이바흐 62를 꾸준히 애용하던 이건희 회장은 2011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 IOC 위원들을 맞이하는 자리에 새로운 마이바흐 오픈카를 타고 나타난 것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새롭게 구매한 마이바흐 62 랜덜렛은 뒷좌석 천장을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오픈카다. 외관 디자인은 일반 마이바흐 62와 비슷하지만, 뒷좌석 루프 부분 재질이 소프트톱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쉽게 구분이 가능했다. 대기업 총수가 이와 같은 컨버터블 차량을 타고 다니는 건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그의 자동차 사랑이 여실히 드러난 에피소드였다.

(사진=한겨레뉴스)

“보유한 슈퍼카만 100대 이상”
어마 무시했던 그의 차고
그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새벽마다 슈퍼카 드라이빙을 즐기는 모습도 종종 포착이 되어 화제가 됐었다. 오랫동안 각별한 차사랑을 보여줘 왔던 이건희 회장이기에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2009년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포착된 이건희 회장의 차고는 매우 화려했다. 포르쉐 911의 가장 강력한 로드카 라인업은 911 터보는 쿠페와 카브리올레 버전이 같이 주차되어 있었고, 서킷 주행에 최적화된 911 GT3 RS는 물론 GT2 버전도 존재했다. 그 외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들뿐만 아니라 부가티 베이론 같은 하이퍼카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

(사진=한겨레뉴스)

당시 일각에선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를 좋아해 컬렉션을 즐기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직접 고성능 스포츠카들을 몰며 서킷 주행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부자의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하기도 했으나, 실제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건희 회장의 운전 실력은 수준급’이며, 고성능 스포츠카들을 서킷에서 능숙하게 다루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을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는 종종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직접 고성능 슈퍼카들을 몰고 주행하는 장면들이 포착되기도 하여 그의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사진 속 차량은 벤츠의 고성능 한정판 모델인 SL65 블랙 시리즈 차량이다.

“계약금은 주고 가셔야죠”
재미난 일화도 존재했다
그와 관련된 재미난 일화도 존재한다. 포르쉐를 구매하기 위해 포르쉐 매장에 들린 이건희 회장은 총 6대를 계약했으며, 이에 자리를 뜨려 하자 담당 딜러는 “계약금을 주고 가셔야 한다”라며 이 회장을 붙잡았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당황하지 않고 수행비서에게 “지갑을 가져와라”라고 한 뒤 계약금을 포함한 대금을 모두 즉납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

포르쉐와 비슷한 벤틀리 사건도 존재했다. 차량 구매를 위해 벤틀리 매장에 방문한 이건희 회장은 “수수료라도 아낄 겸 ‘리스’로 구매하라”는 담당 딜러의 제안에 “그렇게 해달라”고 답했고, 이에 삼성캐피탈 측에 이건희 회장의 신용 조회까지 하여 삼성캐피탈 측에선 난리가 났었다는 후문이 있다. 당시 해당 에피소드는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었고 네티즌들은 “저런 영업 사원에겐 상을 줘야 하나 상벌을 줘야 하나 혼란이 생긴다”라며 웃음 가득한 의견들을 나누기도 했었다.

2009년 폐쇄 이후
코스 확장 및 보수 공사 이후
2013년 재개장 된 용인 서킷
이건희 회장이 즐기던 용인 서킷은 당시 코스가 짧고 8자 코너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코스를 가진 서킷으로 불려왔다.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차를 타기 시작한 2009년엔 돌연 일반인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폐장이 되었고, 보수공사에 들어간다는 짧은 안내만을 전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 본인만 쓸려고 닫은 거다”, “회장 지시로 서킷 확장하려고 닫은 거다”라는 다양한 루머들이 생산되었고, 결국 2013년 실제로 서킷은 확장 및 보수공사가 진행되어 다시 일반인들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해 쓰러져 입원하면서 서킷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건희 회장이 즐겨타던 슈퍼카들은 삼성화재가 운영하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근처에 있는 삼성 자동차 박물관 뒤편 대형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평소엔 창고에 있던 자동차가 이건희 회장이 차를 타는 날짜가 되면 스피드웨이로 옮겨지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슈퍼카들은 계속해서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AMG 스피드웨이로
운영되고 있는 중
이후 2018년 5월엔 메르세데스 벤츠 측이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과 제휴협력을 맺어 명칭이 AMG 스피드웨이로 바뀌었다. 세계 최초의 ‘메르세데스 AMG 전용 트랙’이 된 것이다. 벤츠 코리아는 향후 국내에 출시될 AMG 신차들을 이곳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개장식 땐 AMG GLC 63 S 4MATIC 쿠페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AMG만이 이용할 수 있는 트랙은 아니긴 때문에 슈퍼레이스 같은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의 행사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때문에 AMG 본사에선 ‘AMG 브랜디드 서킷’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진=한겨레뉴스)

그렇다면 100대가 넘으며, 재산 가치로는 400억 원이 넘는 어마 무시한 규모인 이건희 회장의 슈퍼카들은 모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건희 회장이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슈퍼카들은 처분 절차를 밟을지, 아니면 삼성 측, 또는 이재용 부회장이 관리를 할지 향후 행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를 삼성 관계자에게 문의해본 결과, “아직은 정해진 바가 없으며, 정해지더라도 대외적으로 이를 알리기보단 회사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할 방침”이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네티즌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아끼던 애마인 만큼 기존 삼성 박물관 차고에 모셔두고 잘 관리하지 않겠냐”라는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그의 손길이 묻어있는 의미 있는 차를 처분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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