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 한 아우는 없다’. 어떤 일에 있든 아우가 형, 오빠, 누나 또는 언니보다 못한다는 속담이다. 형제 관계의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에 잘 어울리는 속담이기도 했다. 모델 사양, 가격 등 모든 면에서 현대차가 우세했고, 이는 판매 실적으로도 이어지면서 기아차는 서자의 서러움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이 끝자락으로 향하는 현재, 기아차가 현대차의 판매량을 역전하면서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공들여 발전시킨 디자인이 호평을 받으며 그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선 현대기아차의 형제 대전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혁 에디터

2020년 9월과 10월
기아차는 현대차를 앞질렀다
2020년 9월과 10월에 기아차는 현대차를 앞질렀다. 포터 2와 봉고 3 같은 승합차를 제외한 승용차 기준의 내수 판매 실적을 이긴 것이다. 10월 기아차 내수 판매 실적은 4만 634대다. 현대차의 내수 판매 실적은 3만 8,793대다. 1,841대 차이를 내며 앞서나갔다.

9월 내수 판매 실적에서도 기아차가 현대차보다 1,350대를 더 판매하며 1위를 차지했다. 몇몇 특정 모델들이 월간 실적에서 현대차를 앞지른 적이 있었지만, 두 달 연속 내수 판매 실적 1위 등극은 이례적인 일이다.

10월 베스트셀링 모델은
그랜저가 아닌 카니발
2020년으로 접어들면서 압도적인 판매 실적을 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그랜저다. 하지만 최근 조금씩 삐끗거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10월에 카니발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카니발은 10월에 1만 1,979대를 판매했고, 그랜저는 1만 926대를 판매했다.

이미 9월에도 카니발이 그랜저를 바짝 추격하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놨었다. 카니발은 9월에 9,931대를 판매했고, 그랜저는 1만 1,590대를 판매했다. 1,659대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주요 모델별 대결
기아차가 앞서는 상황
주요 모델별 대결에서도 기아차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중형 세단 대결은 K5가 쏘나타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K5는 6만 7,627대를 기록했고, 쏘나타는 4만 1,589대를 기록했다.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등장한 K5가 호평을 받으면서 쏘나타를 압도하고 있다. 반대로 쏘나타는 ‘메기를 닮았다’, ‘디자인 너무 이상하다’, ‘우리가 알던 쏘나타가 맞냐’ 등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국민차라는 호칭에 걸맞지 않은 판매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중형 SUV 대결도 흥미롭다. 비슷한 시기에 각각 페이스리프트와 풀체인지를 거친 쏘렌토와 싼타페의 대결이다. 결과는 쏘렌토의 우세다. 쏘렌토의 출시된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판매 실적은 6만 4,490대를 기록했다. 싼타페의 출시된 2020년 7월부터 10월까지 판매 실적은 1만 9,075대를 기록했다.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싼타페 또한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판매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디자인은 등장 전부터 소비자들에게 최악의 디자인이라고 지적받을 정도로 혹평을 받았다. 반대로 쏘렌토는 직선적인 디자인을 적용하여 호평을 받았고, 이는 판매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그랜저가 압도적이지만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준대형 세단의 대결은 그랜저가 압도적인 승리다. 그랜저의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 실적은 12만 3,461대를 기록했고, K7은 3만 5,796대를 기록했다. 이에 기아차는 K7의 모델 변경을 진행 중이다.

변경된 디자인을 적용하고 K7마저 그랜저를 이기게 된다면, 현대차는 아반떼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뒤집힌 순위가 굳혀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카니발이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의 분발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서자는 서럽다?
이길 수 없는 싸움 중인 기아차
현대기아차는 형제 제조사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제외한 플랫폼, 파워 트레인과 같은 모든 부분에서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차는 기아차의 하극상을 막기 위해 현대차에 더 유리한 조건을 많이 걸었다.

기아차 대비 더 좋은 사양을 현대차에 추가하는 것, 기아차가 먼저 모델을 출시하면 시장 동향을 파악 후 개선된 사양을 현대차에 추가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이로 인해 기아차가 상당히 불리한 싸움 중인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으로
우뚝 선 기아차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특히 디자인으로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더 많은 인정을 받았다. 똑같은 모델이라면 더 이쁜 디자인을 찾는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의선 회장이 부회장 시절부터 기아차는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경영을 쌓아왔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디자인 고문을 영입한 이후부터 꾸준히 해외 유명 제조사의 디자이너들을 영입해왔고, 그들이 주축이 되어서 만들어진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판매 실적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또한 한몫을 했다.

기아차 디자인에 대한 호평과
결국 한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반응
소비자들 또한 기아차의 디자인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디자인은 정말 기아차 인정이다”, “최근 현대차의 디자인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기아차 디자인이 훨씬 사고 싶게 생겼다” 등 기아차 디자인에 대한 호평과 현대차는 저런 디자인으로 지속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불어 “어차피 한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 “현대차나 기아차나 똑같은 것이다” 등 결국 현대기아차는 하나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도 많았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는 기아차이지만, 큰 걸림돌이 앞에 놓여있다. 바로 노조가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미 조합원의 73% 이상의 지지를 얻은 상태로 언제든 파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좋은 분위기를 다 엎어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많다. 노조 또한 이 부분을 우려하여 신중한 분위기다.

소비자들 또한 노조의 파업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최근 잦은 파업과 근태 부실 등의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고, 소비자들은 노조 편이 아닌 기업의 편에 서고 있을 정도로 지쳐있는 상황이다. 서로 원만하게 해결하여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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