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건은 일반적인 세단을 기반으로 하며, 해치백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트렁크 활용성을 높인 모델을 뜻한다. 세단의 편안한 승차감에 SUV의 실용성을 합친 것으로, 패밀리카로 손색없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유럽에서는 왜건의 인기가 상당하며, 웬만한 세단 모델에는 파생형으로 왜건 모델이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패밀리카로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저조한 편이다. 요즘에는 왜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판매량은 세단이나 SUV에 비하면 극히 일부 수준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에서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춤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매번 저조하다는 왜건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세단을 기반으로
트렁크를 확장한 형태
이름도 다양하다
왜건은 어원이나 형태나 모두 옛날 마차에서 비롯된 자동차 형태다. 일반적인 세단에서 트렁크 부분을 루프 높이까지 확장하고 승객 공간과 트렁크 공간의 경계를 없앤 모습이다. 해치백과 형태가 비슷하게 생겼는데, 2열 시트 뒤 트렁크 형태와 D필러의 유무를 보면 둘을 구분할 수 있다.

이름도 지역마다 다양하게 불린다. 미국에서는 스테이션 왜건, 한국은 이를 줄인 왜건, 영국에서는 에스테이트, 프랑스에서는 파밀리알 브레크, 이탈리아에서는 파밀리아레, 독일에서는 한때 바겐이라는 이름을 썼지만 자동차라는 뜻도 되기 때문에 요즘에는 콤비라고 부른다.

브랜드별로 왜건 모델을 지칭하는 표현도 있다. BMW는 투어링, 벤츠는 에스테이트, 아우디는 아반트, 폭스바겐은 바리안트, 볼보는 한때 에스테이트를 썼지만 지금은 숫자 앞에 V를 쓴다.

일반적으로 왜건은 뒷부분이 박스 형태로 이루어져 있지만 벤츠 CLS나 CLA의 왜건 모델, 페라리 FF, GTC4루소 등은 뒷부분이 쿠페처럼 유려하게 떨어지는데 이는 슈팅브레이크라는 별도의 용어를 사용한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SUV와 미니밴도 넓게 보면 왜건의 한 범주라고 볼 수 있다.

편안함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자동차
왜건은 세단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승차감이 매우 편안하며, 트렁크 공간이 대폭 확장되고 승객 공간과의 경계를 없애 더욱 실용적이다. 따라서 한 가족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으면서 짐도 많이 실을 수 있는 그야말로 패밀리카의 이상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유럽에 왜건이 상당히 많으며, 유럽에서 시판하고 있는 세단 모델(F세그먼트급 제외)에는 거의 대부분 파생형으로 왜건 모델이 있을 정도다. 흔히 독일 3사라고 불리는 BMW, 벤츠, 아우디는 물론 폭스바겐 재규어, 볼보, 푸조 등에서 왜건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현대기아차도 유럽에 i40, 프로씨드 등의 왜건을 시판하고 있다.

왜건의 디자인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으며
사회적 지위를 차로 판단했기 때문
패밀리카로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건은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고전했다. 이유는 다양한데, 첫 번째로 왜건의 디자인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으며 사회적 지위를 차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자동차 발전사와도 관련이 있는데, 지금은 모든 가정에 차가 한대씩은 다 있지만 옛날에는 소형차라도 가지고 있으면 부자로 인정받는 시대였다. 그렇다 보니 고급스럽고 매끄러운 디자인을 가진 세단 위주로 자동차 시장이 발전되어 왔다.

반면 왜건은 디자인 특성상 짐차, 장의차 인식이 강한 편이다. 즉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멀어 소비자들이 왜건을 선호하지 않는다. 지금도 차로 사회적 지위를 판단하는 경향은 어느 정도 남아있는데, 한 예로 모임에서 그랜저를 타고 나가면 상대방으로부터 성공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지만 왜건을 타고 가면 고급 수입차라도 “왜 이런 차를 샀나?”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고급차의 판매량은 여전히 세단이 많은 편이며, 대기업 등에서 임원에게 지급되는 법인차도 그랜저, G80 등 세단 종류다. 정상들이 타는 의전차 역시 방탄 기능이 적용된 고급 세단이다.

(사진=강원도민일보)

유럽과 다른
국내 지형과 환경
두 번째는 지형과 환경 특성상 왜건이 발달하기 어렵다. 왜건이 인기 많은 유럽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자동차로 국경을 넘나드는 초장거리 여행 수요가 많아 여행 시 짐을 많이 실어야 하며, 인구가 적은 시골 지역까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승차감을 중요시한다. 이런 유럽의 환경에 아주 적합한 차가 바로 왜건이기 때문에 크게 발달할 수 있었다.

반면 국내는 국토가 좁으며, 3면이 바다이고 위쪽은 북한이 가로막고 있어 자동차로 해외여행을 할 수가 없다. 세단만으로도 한 가족 자동차 여행에 필요한 짐을 싣기 충분하다. 도로포장은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산악 지형이 많아 이 지역에서는 SUV 필요성이 더 커진다. 거기다가 배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왜건이 발달하기 더욱 어렵다.

SUV, 미니밴이 왜건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다
세 번째는 SUV와 미니밴이 왜건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다. SUV와 미니밴은 기본적으로 차가 크기 때문에 실용성이 왜건보다 높다. 동급 모델이라면 SUV가 적재 공간이 넓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거기다가 SUV는 지상고가 높아 험지 주행에도 어느 정도 용이하며, 미니밴은 옵션에 따라 4열 시트까지 설치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을 태우기 용이하다. 거기다가 요즘에는 승차감도 세단만큼 많이 좋아졌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실용적인 차가 필요하다면 SUV나 미니밴을 찾지 왜건을 찾지 않는다.

세단보다 비싼
가격 문제
그나마 세단보다 가격이 저렴하면 국내에서도 수요가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왜건은 루프를 트렁크 끝까지 확장했기 때문에 원재료가 세단보다 많이 들어가며, 가격도 당연히 세단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지금은 국내에서 단종된 i40을 살펴보자면 2018년식 신차 가격이 세단 모델은 2,502만 원부터 시작했지만 왜건 모델은 2,576만 원부터 시작한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선호되지 않는 종류인데다 가격마저 세단보다 비싸니 왜건을 선택할 이유가 더더욱 없는 것이다.

북미나 호주, 일본도
왜건 인기가 낮다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 호주, 일본도 왜건의 인기가 낮은 편이다. 북미나 호주의 경우 대도시를 벗어나면 비포장도로가 은근히 많으며, 국토가 넓어 쇼핑하러 장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쇼핑 한번 하러 가면 물건을 대량으로 구입하며, 배달비가 상당히 비싸 물건들을 직접 싣고 와야 한다. 거기다가 듬직한 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왜건보다는 픽업트럭이나 SUV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일본은 국내보다 왜건 인식이 좋은 편이지만 보통 왜건보다는 미니밴을 선호하는 편이다. 차종마다 규격이 엄격한데다 도로 폭이 좁은 편이여서 실내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전고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일본 경차만 봐도 크기에 비해 전고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전고가 낮은 왜건보다 전고가 높은 미니밴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왜건을 잘 만들기로
명성이 높은 볼보 V60, V90
국내에서 왜건 판매량은 낮지만 수입차를 중심으로 꾸준히 왜건 모델이 출시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왜건 모두 유럽산이다. 국내에서 판매량이 저조하더라도 단종하면 그만이며, 남은 물량마저 처리되지 않으면 왜건의 인기가 많은 본국으로 다시 돌려보내면 그만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일반적으로 볼보 하면 안전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왜건 역시 잘 만들기로 명성이 높다. 현재 국내에 V60 크로스 컨트리와 V90 크로스 컨트리를 판매하고 있다. S60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V60 크로스 컨트리는 올해 10월까지 1,723 대를 판매했다. 세단인 S60과 SUV인 XC60보다 휠베이스가 길어 실내 공간이 상당히 넓으며, 적재 공간도 XC60보다 넓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출시 당시 대기 기간이 무려 1년이 넘었으며, 시간이 지난 지금도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현재 2.0 가솔린 단일 트림으로 판매 중이다.

V90 크로스 컨트리는 올해 10월까지 367대를 판매했다. 플래그십 모델인 S90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실내가 상당히 고급스러우며, 마치 거실처럼 아늑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외에 차고를 높이고 19인치 휠을 장착해 SUV 수준의 험지 주파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왜건이 세단과 SUV 사이에 위치했다면 V90 크로스 컨트리는 왜건과 SUV 사이에 위치했다고 볼 수 있다. 엔진은 2.0 가솔린이 탑재되며 AWD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3시리즈 투어링
스포츠 왜건 시장을 노린다
스포츠 세단의 정석으로 불리는 3시리즈, 지난 7월에는 이를 베이스로 만든 왜건 모델인 3시리즈 투어링을 국내에 출시했다. 3시리즈가 갖고 있던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그대로 이어받았으며, 고급스러운 외관, 혁신적인 사양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기존 대비 전장은 76mm, 전폭은 16mm가 증가해 더 날렵한 비율을 자랑하며, 휠베이스도 41mm 증가해 실내공간이 더욱 여유롭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기본 500리터이며,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510리터까지 증가한다. 엔진은 2.0 디젤(320d)과 2.0 가솔린(320i), 3.0 가솔린(M340i) 세 가지가 탑재된다. 출시 이후 10월까지 135대를 판매했다.

크기는 작지만 엄연히 왜건
미니 클럽맨
미니 클럽맨은 미니 쿠퍼에서 트렁크 공간을 늘린 것으로, 크기는 작지만 엄연히 왜건으로 분류되는 모델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왜건으로, 올해 10월까지 2,164대가 판매되었다. 미니 특유의 개성 있는 디자인이 왜건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으며, 양문형 트렁크 도어를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엔진은 1.5 가솔린과 2.0 가솔린, 2.0 디젤이 탑재되며, 2.0 가솔린에는 고성능 모델인 JCW가 있다. 옵션 사양은 미니쿠퍼랑 동일하다. 현재 국내에서 구입 가능한 왜건 모델 중 가장 저렴하며, 3,650만 원부터 시작한다.

왜건을 향한
푸조의 도전 508SW
푸조는 중형 세단인 508을 기반으로 한 508SW를 국내에 시판하고 있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헤드램프와 블랙으로 처리된 테일램프 디자인 등 세단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이 그대로 왜건으로 이식되었으며, 루프 라인을 다듬어 슈팅 브레이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적재 공간은 기본 530리터이며,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1,780리터까지 확장 가능하다. 실내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엔진은 2.0 디젤 GT 라인 단일로만 판매 중이다. 평가는 괜찮은 편이지만 고급차인 V60과 비슷한 가격으로 인해 판매량은 올해 10월까지 48대에 불과하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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