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stagram)

연이은 결함과 리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자동차 제조사가 어디일까? 벌써 답을 눈치챈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정답은 현대차다. 우리나라에서 국산차로 분류되는 제조사는 자그마치 5곳이다. 각각의 사정으로 오롯이 국산차로 칭하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지만, 보통 자동차 사이트에는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를 국산차로 분류한다.

한 나라에 무려 5개의 국산차 기업이 있다는 건 다른 의미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점유율을 살펴보면 실상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무려 80% 이상을 웃돈다. 일부 네티즌은 이를 두고 “한국은 현대차 공화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 흥행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르노삼성
점유율 6.1%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르노삼성은 임원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고 인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0년 르노삼성은 11만 6,166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출이 전년 대비 80% 가까이 떨어지면서 경영정상화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를 맞았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완전변경 신차를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니, 내수 상황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2020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한 점도 큰 위기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
점유율 5.5%
쌍용차는 작년 12월, 기업 회생 신청과 자율구조조정 지원프로그램을 신청한 바 있다. 동시에 쌍용차는 M&A를 전제로 KDB산업은행과 대주주인 마힌드라, HAAH 등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긴장감이 확대됐다. 그 이유는 즉슨, 마힌드라와 유력 투자자인 HAAH 사이에서 쌍용차 매각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ARS 진입과 동시에 매각이 완료돼 회생 절차를 취하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면서 사실상 쌍용차가 마지막으로 내밀 수 있는 카드는 P 플랜밖에 없다. P 플랜은 법원이 기존 빚을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하지만 P 플랜은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 주는 만큼 채권단과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해서 그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점유율 83.1%
작년 한 해 동안 현대차는 41.5%, 기아는 34.8%, 제네시스는 6.8%의 점유율 차지했다. 고급 브랜드로 상당한 가격을 호가하는 제네시스마저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보다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가히 놀랄 만하다. 현대차의 흥행은 올해 1월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 판매량이 지난해 1월 대비 성장했다. 특히 기아의 경우 국내와 해외 판매량이 모두 지난해 12월보다 늘어났다. 1월이 비수기임을 고려하면 꽤 놀라운 성과다. 일부 전문가는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제네시스와 RV의 판매 호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GV70, 투싼, 카니발, 쏘렌토 등 신차이면서 SUV인 차종들의 실적이 좋았던 것을 보면, 합리적인 분석일 수 있겠다.

자세히 살펴보면
르쌍쉐도 나쁘지 않다
현대차가 유독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이유가 뭘까? 먼저 오해부터 풀고 가도록 하겠다. 일각에선 “르쌍쉐가 훨씬 비싸다”라는 이유로 현대차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사실 가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르노삼성 SM6와 쏘나타를 비교 선상에 둬보자. 쏘나타 2.0 가솔린의 기본 가격은 2,386만 원부터 3,298만 원까지다. 여기에 최상위급 트림을 선택한다고 가정하고 빌트인 캠, 파노라마 선루프 등의 옵션을 더하면 실구매가 3,859만 원이 책정된다.

SM6 가솔린 터보 1.8의 기본 가격은 2,450만 원부터 3,265만 원까지 형성돼 있다. 최상위 트림에 만약 선택 옵션인 이지 커넥트 패키지,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등을 선택한다면, 447만 원이 추가된다. 취득세 등을 고려한 실 구매가는 약 3,966만 원으로, 쏘나타보다 약 100만 원 더 비싸다. 하지만, 쏘나타와 달리 터보 가솔린이라는 점을 참작하면 매우 괜찮은 가성비를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정보의 격차
다른 이유도 있다. 이번에는 정보의 격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네티즌은 아마 평소에도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항간에는 분명 자동차를 어렵게 생각하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도로에서 거의 3초마다 볼 수 있는 현대차가 더 익숙하고 편할 것이다. 거기에 현대차는 TV나 SNS를 봐도 매번 광고를 기가 막히게 뽑아내면서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현대차에 관한 관심이 더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국에서 한국차가 잘 팔리지”
“르쌍쉐, 공격적인 마케팅은 어디에?”
한국에서 한국 차가 잘 팔리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르노삼성과 쉐보레는 이제 국산차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유럽에서 독일 차가 많이 팔리고, 일본에서는 일본 차가 많이 팔리는 것처럼 한국에서 한국 차가 많이 팔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 르쌍쉐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안 하는 것도 문제로 볼 수 있다. 소비자가 항상 말하는 불만 중 하나가 바로 “신차 출시 대응”이다. 현지에서 제작하는 모델의 경우, 국내에 이 차를 들여오는 데 시간차가 발생하면서 신차의 메리트를 잃게 되는 것이다. 비록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비자 사이에서 “비싸다”라는 오명이 있는 것도 이들이 헤쳐 나가야 하는 문제점 중 하나다.

“결함만 좀…”
“르쌍쉐가 못 하는 거다”
일명 현대차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꽤 다양했다. 먼저 일각에선 “현대차가 잘 하는 게 아니라, 르쌍쉐가 못 하는 거”라는 의견이 있었다. 여기에 “다 좋은데 결함만 안 생겼으면 좋겠다”라며 결함의 근절을 바라는 소비자도 있었다.

더불어 몇몇 소비자는 “현대차를 견제할 수 있는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윈윈이지”라며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보장함과 동시에 자동차의 품질 향상을 원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더하여 “대안이 없어서 산다는 말은 이제 질린다”, “대안 운운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내 선택으로 차를 고르고 싶다”라는 반응도 많았다.

어찌 됐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잘나가는 걸 보면 기분이 좋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해외 영화에서 현대차 엠블럼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현대차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왜일까?

현대차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대안이 없다는 것”은 칭찬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의 점유율에 안주하는 행위는, 결국 현대차 자신을 옭아매는 사슬이 될 것이다. 전 국민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반대로 대안이 많은 자동차 시장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해야 하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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