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거래대수 300만 대를 넘어섰으며, 작년에는 무려 387만 대의 중고차가 거래되었다. 향후 2~3년 내 400만 대 돌파도 기대해볼 수 있다. 중고차 시장이 워낙 커지다 보니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한편 중고차 시장은 수입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간의 역차별이 심한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대기업 사업 제한 조치로 인해 국산 자동차 회사들이 중고차 사업에 발을 들이지 못한 반면, BMW코리아, 벤츠코리아 등은 인증 중고차를 발판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불법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역차별 받고 있는 중고차 시장에 대해 살펴본다.

이진웅 에디터

작년 중고차 거래량
역대 최대치인 387만 대
지난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 수는 역대 최대치인 387만 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중고차 거래량은 이미 오래전에 300만 대를 돌파했으며, 2013년 330만 대, 2014년 340만 대, 2015년 359만 대, 2016년 370만 대, 2017년 365만 대, 2018년 369만 대, 2019년 361만 대다.

중고차 시장이 커지는 것은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미국은 2014년 중고차 시장 규모가 3,624만 대에서 2019년 4,081만대로 증가했으며, 중국은 같은 기간 920만 대에서 1,492만대로 증가했다.

(사진=KAMA)

경제 불황 등 여러 이유로
중고차로 눈을 돌리게 된다
중고차 시장이 세계적으로 커진 이유는 경제 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신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차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났으며,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외에도 신차는 재고차가 아닌 이상 소비자에게 인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반면, 중고차는 계약 즉시 바로 가져갈 수 있는 장점과 최신 연식과 주행거리가 짧은 신차급 중고차 매물이 많아진 이유도 있다. 그렇다 보니 아예 중고차만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꽤 많은 편이다.

브랜드가 직접 매입하고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
몇몇 수입차 브랜드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란 브랜드가 직접 차를 매입하고, 점검과 수리 등을 통해 상품화한 다음 소비자에게 중고차로 판매해 수익을 얻는 사업을 말한다. 브랜드가 직접 검증한 중고차다 보니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가격은 중고차 매매상사보다 비싼 편이다.

중고차 시장이 커지는 만큼 인증 중고차 사업 역시 성장하고 있는데, BMW는 2014년 인증 중고차 판매량이 3820대에서 2018년 1만 1687대로 뛰었고, 벤츠는 같은 기간 550대에서 4640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아우디는 0대에서 4582대로, 재규어랜드로버는 61대에서 2677대로 증가했다.

(사진=한국경제)

반면 국산차는
아직 사업 시작조차 못했다
중고차 시장이 커지고 수입 브랜드들이 중고차 인기를 바탕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급속도로 키워나가고 있는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산 자동차 회사들은 정부 규제와 중고차 업계의 반발에 가로막혀 사업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사실상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완성차 회사들의 진출이 막혔다. 중소기업 적합 제도는 대기업의 신규 진입, 사업 확장 자제를 권고하는 제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SK그룹 역시 SK엔카를 설립해 운영했지만 해당 제도로 인해 사업을 매각하고 떠났다.

(사진=머니투데이)

하지만 2019년 초, 기한이 만료되자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시장 상황 조사 끝에 동반성장위원회는 11월,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소상공인 매출액 증가, 전체 시장 규모가 30조 원대로 큰 편, 대기업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고려할 때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고차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되자 국내 완성차 회사들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기존 업계가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한국경제)

시장 규제로 인해
경쟁력과 만족도 부족
국산차 업계는 중고차 거래 시장에 진입을 못하면서 수입 중고차보다 국산 중고차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만족도도 수입 중고차보다 밀린다고 주장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2017년식 제네시스 G80 가격은 신차 대비 30.7% 떨어졌지만,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벤츠의 E클래스는 25.5%, GLC는 20.6% 하락하는 데 그쳤다. 2017년식 현대차 쏘나타는 45.7%, BMW 3 시리즈는 40.9% 하락했다.

(사진=서울신문)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고차 만족도는 국산차가 2018년 7.48점, 2019년 7.61점 2020년 7.69점인 반면 수입차는 2018년 7.90점, 2019년 8.14점, 2020년 8.14점이다.

반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중고차 시장 진입 규제가 없는 미국에서는 브랜드별 중고차 감가율 간의 큰 차이가 없고, 차종에 따라 오히려 한국 브랜드 가격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진=경기도청)

소비자들도 완성차 브랜드의
중고차 진출을 원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불법행위 근절
소비자들도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간 만연했던 중고차 업계의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중고차 시장의 상황은 문제점이 심각한 편이다. 중고차는 신차와 달리 품질이 제각각인데다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이상 성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적게 가지고 있는 측은 자신에게 불리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이는 시장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중고차 시장은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딜러는 중고차의 상태를 자세히 아는 반면, 소비자는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이를 이용해 많은 딜러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해 상태가 나쁜 중고차를 비싼 값에 판다.

대표적인 유형으로 허위매물이 있다. 정상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물을 올린 후 소비자가 방문하면 ‘그 차는 방금 팔렸습니다’와 같은 핑계를 대고 다른 차를 권하는 형태다. 미끼매물은 실차는 존재하는데, 방금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등 핑계를 대고 다른 차를 권하는 형태다. 그 외에 계약금을 입금 받으면 태도를 바꿔 그 차는 문제가 있어서 못 사니 다른 차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언급하는 ‘다른 차’란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거나 정상 시세보다 비쌀 확률이 높다.

(사진=MBC)

만약 소비자가 이에 격분해 안 산다고 하면 감금이나 협박, 폭력 등을 행사해 강제로 구매하게 만든다. 침수차 사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요즘에는 중고차 무료 시승을 가장해 소비자를 끌어모은 뒤 중고차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유도하는 신종 사기 수법까지 등장했다.

작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시로 온라인 매물 3,096대를 자동차등록원부와 대조해봤더니 실 매물은 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후 허위매물과 전쟁을 선포하고 매물을 올린 사이트를 접속 차단 조치했다. 소비자 역시 “진작 이랬어야 했다”라며 호평했다.

2019년 말, 발표한 중고차 시장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가격산정 불신(31.3%), 허위·미끼 매물(31.1%) 주행거리 조작, 사고 이력 등에 따른 피해(25.3%)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A/S에 대한 불안(6.2%), 중고차 매매업 관련 제도 미비, 감독 소홀(6.1%)에 대한 불만이 그 뒤를 이었다.

중고차 시장이 투명·깨끗·선진화됐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그 이유에 대해 사고 이력 등 정보 접근 용이(31.4%), 중고차 시장 관련 제도 정비 등(18.6%), 체계적인 중고차 매매 단지(18.6%)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사진=한국일보)

완성차 브랜드의 중고차 시장 진출
반대하는 기존 중고차 업자
기존 중고차 업자들은 여전히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 진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간 매출액이 10억 원 미만인 업계가 전체의 48.2%에 달하고, 1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업체가 39.6%이다.

중고차 업자들은 “완성차 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면 중고차 매매업체는 매집을 못해 상생할 수 없고 종사자 가족을 포함한 30만 명이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호소했다. 또한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고차 가격이 더 상승해 소비자가 피해를 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진=한국일보)

하지만 이들의 호소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평소에 잘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자졍 노력도 안 하면서 대기업 진출을 반대하는 것은 무슨 심보냐?”, “현대차가 하루빨리 진출하는 게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가격 높아져도 대기업 인증 중고차 사는 게 낫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두고 현대차와 중고차 업계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 와중에 해당 사안을 최종 결정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가 7개월 이상 결정을 미루면서 소비자는 홀로 섬에 버려진 꼴이 되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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