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남차카페 ‘이주환’님 제보)

누구나 무심코 한 말이 와전에 와전을 거쳐 전혀 다른 얘기가 된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원래의 의도와 전혀 다른 말들이 다시 내 귀에 들려올 때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고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원래의 취지가 퇴색하는 경우가 있다. 도로 위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데, 그중 하나로 말할 수 있는 게 오늘 얘기할 ‘차량용 스티커’다.

차량용 스티커는 본디 초보운전임을 알려 배려를 구하는 용도,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 최악의 상황에서 아이를 구하고자 하는 선한 용도로 사용됐다. 하지만 근래에는 재미를 변명 삼아, 선을 넘는 스티커가 다수 포착되고 있다. 심지어는 이런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을 두고 “도로 위 보복운전 유발자들”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중에서도 최근 하얀색 카니발에 붙은 스티커가 화제다. 안 그래도 “카니발은 과학”이라는 오명까지 있는데,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카니발에 붙은 차량용 스티커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사진=베이비타임즈)

이 차량용 스티커의
원래 용도는 무엇일까?
우리가 도로에서 종종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본다. 이때 대다수 소비자는 이 스티커를 두고 “아이가 타고 있으니, 상대 운전자들이 더욱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뜻” 혹은 “아이들을 태운 차량이 비록 천천히 운행하더라도 이해해달라는 뜻”으로 그 의미를 해석한다.

하지만 해당 차주들이 이 스티커를 붙이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유래는 교통사고 등의 위급한 상황에서 작은 몸집의 아이가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데서 시작된다. 차주들은 이 스티커로 구조 요원이나 다른 운전자에게 아이가 차량에 있음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그 기저에는 사뭇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의
역사 그리고 진실
사실 이 스티커는 미국 유아용품 회사인 세이프티 퍼스트의 창립자인 마이클 러너가 고안해 히트를 친 상품으로, 미국에서는 ‘Baby on board’ 스티커로 통한다. 대다수 네티즌은 “해외에서 큰 교통사고가 났는데 구석에 있어 눈에 띄지 않던 아기가 폐차장에서 죽은 채 발견된 후 생긴 것”으로 스티커 부착 문화의 유래를 짐작한다.

그럴싸한 내용이지만, 이것은 지난 2002년 무렵부터 미국에 돌았던 일종의 도시 전설에 불과하다. 확실한 근거가 없는 이 이야기는 오히려 한 기업이 부모의 심리를 공략해 마케팅으로 활용됐다. 실제로 1984년 9월에 1만 개가 팔렸던 ‘아기가 타고 있어요’ 표지판은 이듬해부터 매달 50만 개씩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사진=조선에듀)

눈살이 찌푸려지는
차량 스티커들
현재 국내에는 매우 다양한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가 판매되고 있다. 저마다 예쁜 디자인과 기발한 문구를 선보이지만, 그중에서는 오히려 타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스티커가 다수 존재한다.

유명한 예로,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성깔 있는 아들이 타고 있어요’ 등이 쓰여있는 스티커를 말할 수 있다. 이에 몇몇 소비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뜸 반말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고 명령을 받는 기분이다”,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줄어든다”라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 주로 구매하는 차에 많이 붙여져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카니발이다. 그런데 카니발은 도로 위에서 악명이 높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카니발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스티커 붙여져 있어 화제다.

카니발은 과학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사실 처음부터 카니발이 소비자 사이에서 악명 높은 차로 불린 것은 아니었다. 카니발은 국내 RV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모델이며, 동시에 동급 시장에서 적수가 없어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세대부터 이 차량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각종 매체에 종종 난폭운전과 얌체 운전 그리고 보복운전 차량으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카니발에는 양아치+카(car)를 합한 합성어로 일컬어지는 ‘양카’나 ‘과학차’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여기에 일부 소비자가 아이가 타고 있다는 스티커를 붙인 카니발이 오히려 깜빡이를 켜지 않고 끼어들거나, 주차 구획을 넘어서 주차하는 등의 행동을 포착하는 경우가 늘면서, 지금은 그 인식이 더욱 굳건해진 상황이다.

(사진=네이버 남차카페 ‘이주환’님 제보)

흰색 카니발에
붙은 스티커가 화제다
최근 한 동호회 카페에서 위와 같은 사진의 흰색 카니발이 포착됐다. 자세히 보면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 아래에 “건들면 님 삶도 거기까지예요”, “차주가 무섭거든요” 등의 협박성 문구까지 볼 수 있다.

이 문구는 사실상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배려의 태도도 아닐뿐더러, 앞서 언급한 카더라, 즉 사고 시 아이 먼저 구해달라는 취지에도 어긋나는 스티커다. 물론 차주는 재미 삼아 붙인 것일 수도 있지만, 과연 타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장난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누구나 답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경적 울리면 한 대 맞겠다”
“저런 거 붙이면 더 건들고 싶다”
물론 독특한 차량용 스티커를 두고 재미있고 기발한 표현들이 많아 신선하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는 도를 넘은 표현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스티커가 상당히 많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위에 소개한 카니발의 경우는 기존의 인식까지 더해져 그 반응이 더욱 적대적이었다.

일각에선 “진짜 살벌하네”, “경적 울리면 맞겠다” 등 협박성 문구에 반감을 드러냈다. 더하여 일부 소비자는 “카니발 계약했는데, 망신 다 시키네”라며 카니발에 대한 편견을 가중시키는 행동에 비판을 더하기도 했다.

몇몇 네티즌은 “카니발+브렌톤+화이트+아이가타고있어요 스티커= 과학이다”라며 ‘카니발은 과학’이라는 웃기고도 슬픈 명제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게다가 “저런 거 붙이면 더 건들고 싶더라”, “저런 건 나 건드리라고 광고하는 거다”라며 해당 스티커는 배려를 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오히려 보복운전을 유도하는 스티커라고 말하는 소비자도 다수 존재했다.

(사진=보배드림)

스티커보다는
이런 걸 더 신경 쓰는 게…
한편, 일부 차주들이 해당 스티커를 고르는 노력만큼 아이의 안전을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아이를 안고 조수석에 타거나, 심지어 아이를 안은 채 운전을 하는 운전자를 흔히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안고 앞 좌석에 탑승할 경우, 아이는 경미한 사고에도 에어백의 폭발력에 의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실제로 도로교통법 제50조 1항에는 유아의 경우 유아보호용 장구를 장착한 후 좌석 안전띠를 매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이는 의무사항이며 위반 시 3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안전운전일 것이다.

이외에도 한 커뮤니티에는 ‘빵빵대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림’이란 협박성 문구가 적힌 스티커 사진이 올라와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다양한 스티커 사용에 대해 자신의 차를 꾸미는 건 차주의 자유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른 운전자의 운전을 방해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대다수 네티즌이 “우리 아기 까칠하다, 건들지 말라, 알아서 피해 가라 식의 문구를 보면 배려해 주고 싶은 생각이 오히려 들지 않는다”라며 “부탁이 아니라 협박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라는 의견을 더하는 상황이다. 정말 내 아이를 지키고 싶고, 우리 가족을 지키고 싶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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