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말이 있다.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그 시대의 대표로 기억되는 사건이나 인물, 물건을 뜻한다. 그랜저는 첫 출시된 1986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의 대명사로 자리해왔다. 그리고 지난 2019년 말, 파격적인 변신을 통해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국민차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시대를 풍미하고 국민차로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여준 그랜저가 재고차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자동차 딜러들이 그랜저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재고차 구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랜저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 때문이라고 하는데, 과연 무슨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재고차 구매를 권유하는 그랜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2020년 자동차 시장의
주인공은 그랜저였다
지난 2019년 말, 지금까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되며 뜨거운 시장 반응을 이끌었다. 초기 디자인 공개 때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총 14만 대 이상의 차량이 판매되며 국내 자동차 판매량 수치에 획을 긋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매달 8천 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아직까지 건재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성과를 이뤄낸 그랜저를 견제하기 위해 기아는 동급 경쟁 모델 K7의 한 단계 위 버전인 K8을 출시했지만, 당분간 그랜저의 높은 판매량은 이어질 전망이다.

고급차 이미지에 이어
국민차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성공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중후함과 고급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운 그랜저는 지난 2005년, 상대적으로 젊은 디자인의 TG 그랜저를 출시했다. 기존 그랜저의 인식에 반하는 차량의 모습에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랜저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꾸준히 젊은 디자인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서서히 젊은 이미지를 쌓아오던 그랜저는 지난 2019년 혁신적인 디자인 변화를 통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기존 성공의 아이콘이라는 인식으로 중장년층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면서도 젊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수요층까지 사로잡았고, 뛰어난 시장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략적인 가격 구성도
판매량 증가 요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작년 그랜저가 이룬 쾌거가 디자인 하나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전략적으로 구성된 트림 사양과 가격 범위로 인해 소비자들의 시선이 그랜저에게 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중형 풀옵션 차량 가격과 그랜저 기본 트림의 가격대는 완전히 겹친다.

쏘나타 가솔린 2.0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가격은 3,298만 원, K5 가솔린 1.6 터보 시그니처 트림의 가격은 3,151만 원이다. 기본형 그랜저 가솔린 2.5 프리미엄의 가격은 3,294만 원으로, 이 둘과 완전히 겹치는 양상을 보인다.

그랜저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재고차 구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선 현대차가 그랜저 재고 처분에 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랜저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이미 생산된 재고 차량 구입을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업사원들은 소비자에게 재고 차량 중에서 옵션과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였고, 현재까지 그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그랜저가 재고 처분에 나섰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는 현재 전 세계 제조업계를 강타한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 때문이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 공장 가동이 중단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던 작년 국내 자동차 시장과 달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며 경기 침체, 소비 위축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은 생산 설비 증축을 멈추고 위기관리에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반도체 생산량이 현격히 줄었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엔 반도체 수급난이 불어닥쳤다. 현대자동차도 반도체 수급난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울산 1공장을 멈춰 세웠으며,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 공장도 이틀간 가동을 멈췄다.

“풀체인지를 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
그런데 일각에선 그랜저 재고차 권유가 단순히 반도체 수급난 때문이 아닐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차체를 키워 신형 K8을 출시한 기아의 뒤를 이어, 현대자동차도 그랜저 풀체인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르면 2022년 상반기에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될 수도 있다는 예측을 보이고 있다. 물론 자세한 일정이 공개되진 않았고, 시기적으로 근접한 것도 아니지만 풀체인지 소식이 전해진 이후의 판매량 감소나 재고 조정을 위해 일찍부터 대비하고 있다는 추측이다.

이르면 내년, 풀체인지 소식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네티즌들은 해당 소식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2019년 말 페이스리프트 진행 후 2022년에 풀체인지가 진행될 것이란 예측에 짧은 모델 변경 시기를 지적하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벌써 풀체인지냐?”, “모델 변경도 어지간히 해라”, “작년에 산 차가 일 년 만에 구형이 되겠다”, “왜 그렇게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냐?” 등 비판을 보내기도 했다.

앞서 페이스리프트에서 대규모 디자인 변화가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디자인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냐?”, “왜 이렇게 디자인을 자주 바꾸냐?”, “구형될까 무서워서 차 못 사겠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디자인 변경으로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략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다가올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을 기대해 본다
그랜저의 동급 경쟁 모델 K7이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체를 키운 K8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실내외 디자인과 함께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할 K8의 등장을 반겼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급화 전략을 통해 차량 가격을 올린 만큼, 추후 그랜저도 K8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가격 상승을 진행할 것이란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까지 그랜저 풀체인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해진 내용은 없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그랜저가 자동차 업계의 중심에 위치한 차량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2022년 상반기, 그랜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기대해 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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