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러시아 떠나는 자동차 업계
기아 현지 공장 폐쇄 검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이 8개월 넘게 이어지며 사실상 모든 산업 분야에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이미 대부분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했으며 완성차 업계의 경우 현재까지 러시아에 남아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러시아에 끝까지 남을 기세로 버티던 기아가 러시아 공장 폐쇄를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26일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아는 25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폐쇄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신차 공급은 어렵고 AS 사업만 운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글 이정현 에디터
작년 러시아 점유율 2위
올해 판매량은 65% 감소
러시아에서 국산차의 인기는 상당하다. 기아의 경우 작년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량의 12.3%를 차지해 러시아 기업 ‘아프토바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러시아 국적 기업을 제외하고 수입차 업계로 한정한다면 기아가 사실상 1위였던 셈이다.
그러나 올해 기아는 9월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5만 7천여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실적이며 같은 기간 글로벌 판매량 감소치는 4.1%에 불과해 크게 대조된다. 현재 기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현대차 공장에서 혼류 생산 중이며 연간 2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동원령으로 정상 가동 불가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격 철수
한편 러시아 정부는 지난 9월 21일부터 러시아 전역에 부분적 동원령을 선포했다. 동원 대상은 35세 미만 일병과 병장, 50세 미만 하급 장교와 55세 미만 고위 장교를 포함한 예비군으로 1급 장애인이나 4명 이상 다자녀 가구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최대 120만 명이 징집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기아는 현지 직원들이 군에 징집되는 등 정상적인 운영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
또한 26일(현지 시각) 러시아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러시아에서 전격 철수한다. 벤츠는 이번 조치를 통해 러시아 현지 판매 및 서비스 망, 모스크바 공장까지 모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는 전쟁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완성차 브랜드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