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되는 자동차들
원인 모를 오류 넘쳐나
시트가 혼자 움직이기도
현재 판매되는 자동차들은 과거와 달리 수많은 일들을 수행해낸다. 이동 수단의 역할을 넘어 뮤직룸이나 영화관이 되기도 하며 운전을 일정 부분 도와줘 운전자의 피로를 상당 부분 덜어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동차 디지털화의 부작용이 속출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내비게이션 설정이 갑자기 초기화돼 즐겨찾기 목록이 모두 사라지는가 하면 신호 대기 중 운전석 전동 시트가 갑자기 뒤로 움직인 사례도 보고됐다. 한 전기차 오너는 평소 자동차 제조사의 커넥티드 앱을 통해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는데 표시된 잔량보다 실제 주행 가능 거리가 적어 난감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오류의 원인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았을뿐더러 불편을 넘어 사고로 이어지는 등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글 이정현 기자
현대차 블루링크 오류
원격 제어 5시간 먹통
지난 15일에는 현대자동차 커넥티드 앱 ‘블루링크’가 갑자기 작동 불능 상태에 빠져 5시간 동안 많은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블루링크의 주요 기능은 차량 원격 제어로 도어 잠금 및 공조 장치를 미리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당시 현대차는 긴급 출동 서비스로 도어 제어를 도왔지만 운전자 모두가 원활하게 이용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 10월 카카오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 때도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바 있다. 현대차는 카카오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 음성 안내 기능을 내비게이션에 탑재했는데 카카오 서버가 먹통이 되자 현대차 음성인식 내비게이션도 덩달아 멈춰버린 것이다. 이후 현대차는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해킹 위험도 심각
실제 사례도 있어
이와 같은 시스템 결함보다 심각한 위협으로 꼽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해킹이다. 자동차가 외부 네트워크와 연동되는 커넥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며 차량을 대상으로 한 해킹의 위험이 열린 셈이다. 지난 2015년 미국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는 지프 체로키 차량을 약 16km 떨어진 곳에서 해킹하는 데에 성공했다.
도어락부터 계기판 등 각종 전자 장비뿐만 아니라 전동식 스로틀과 스티어링 시스템 등 차량의 움직임과 직결된 부분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모습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되었고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러한 우려가 지프 차량뿐만 아니라 크라이슬러, 닷지 등에서도 나타남에 따라 FCA 그룹(현 스탤란티스)는 산하 브랜드 차량 140만여 대를 리콜했다.
기계식 부품의 전자화
완성차 업계 대책 필요
커넥티드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동차 내 기계 장치들의 전자화로 인한 문제점도 거론된다. 자동차 주요 부품들이 모두 기계식이었던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 했을 위험 요소들이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서울 한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차량이 화재에 발생해 탑승자 A씨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테슬라 차량의 전자식 도어는 화재로 인해 작동하지 않았고 A씨는 결국 탈출하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차량 내 전장품 적용 비율이 높아지고 외부 네트워크와 긴밀히 연결되며 자동차 이용과 관리가 쉬워진 건 사실”이라며 “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나 그로 인한 사고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종종 이슈가 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또한 이러한 전자제어 계통의 오류가 원인으로 밝혀지는 만큼 완성차 업계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자화 시대에 언젠가는 올라왔어야 할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