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최고출력 제한 건다
해제하려면 구독료 지불해야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구독제 옵션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구독제 옵션이란 차를 생산할 때 모든 기능에 대한 하드웨어를 미리 탑재하고 매월 옵션 구독료를 지불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소프트웨어 제한을 풀어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차량에 통풍 시트가 기본 탑재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능이 잠겨 있으며 매월 구독료를 지불해야 해당 기능을 마침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드웨어에 대한 가격을 차값으로 지불해 기능이 온전히 존재함에도 중복 지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 는 지난 10월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벤츠가 미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논란의 불씨가 지펴졌다. 앞으로 미국에서 벤츠 전기차를 사면 최고출력을 사용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글 이정현 기자
EQ 시리즈 전체가 대상
최고출력 24% 차이 발생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카버즈(Car Buzz)’의 20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에서 자사 차량에 최고출력 제한을 걸고 이를 해제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전기차 라인업 EQE, EQS, EQE SUV, EQS SUV를 대상으로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통해 최고출력을 20~24% 상향할 수 있으며 0-60mph(약 97km/h) 가속 시간을 0.8~0.9초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든 벤츠의 설명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300마력대 차가 200마력대로
최고출력 쓰려면 매년 163만 원
EQE 350 4매틱에는 최고출력 349마력을 낼 수 있는 모터가 탑재되어 0-60mph 가속을 5.1초에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고출력 제한 구독 서비스가 도입되면 매년 구독료 1,200달러(약 163만 원)을 내야 기존 성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 구독하지 않을 경우 해당 차량의 최고출력은 288마력으로 제한되고 0-60mph 가속 시간은 6초로 늘어난다.
EQE SUV 350 4매틱에도 같은 출력이 적용되며 0-60mph 가속 시간이 5.2초에서 6.2초로 증가한다. EQS 450 4매틱과 EQS SUV 4매틱은 443마력에서 355마력으로 제한되고 0-60mph 가속 시간은 각각 4.5초에서 5.3초, 4.9초에서 5.8초로 늘어나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홈페이지에 정확한 수치는 안내되지 않았으나 최대토크도 차이가 발생한다.
“BMW보다 심하네”
“이래서 전기차가 싫다”
카버즈는 앞서 BMW가 도입한 구독 서비스를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BMW는 일부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어댑티브 M 서스펜션 등에 옵션 구독제를 시행 중이다. BMW가 옵션 구독제를 준비하던 당시 한국 홈페이지상 옵션 구독 목록에 열선 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이 포함되어 국내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는 해당 옵션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해외 네티즌들은 “구독 모델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 “지금 갖고 있는 내연기관 차를 최대한 오래 탈 수밖에 없겠네”, “해킹해서라도 제한 풀고 싶어지겠다”, “이래서 전기차가 싫다니까”, “진짜 악랄하기 짝이 없다”며 메르세데스-벤츠를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