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전하지 않은 자율주행
일부 테슬라 운전자들의 꼼수
앞으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갈수록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 기술 덕에 우리 삶의 질도 대폭 개선되고 있다. 자동차 운전만 해도 직접 할 일이 눈에 띄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 차종에만 적용되었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이제 경차에서도 고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었으며, 차로 유지 보조 등 주행 보조 시스템은 운전 피로를 크게 덜어준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에 탑재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은 자율주행 레벨 2에 해당해 운전자가 항상 주행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운전자들이 주행 보조 시스템을 켠 채 스마트폰을 조작하거나 졸음운전을 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테슬라는 몰상식한 운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초강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글 이정현 기자
테슬라 오토파일럿 안전장치
간단한 방법으로 무력화 가능
테슬라 오토파일럿을 포함한 주행 보조 시스템은 운전자가 주행 상황에 집중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안전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주로 스티어링 휠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 감지하는데 가장 흔히 쓰이는 건 토크 센서 방식이다. 차로 중앙 유지 보조가 탑재되는 대부분 국산차들과 테슬라가 사용하는 방식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의 미세한 무게 변화를 감지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장치를 달 필요 없이 기존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 적당히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매달아 놓기만 해도 차량은 스티어링 휠을 잡은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를 악용한 편법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결국 아래와 같은 상황들이 발생하게 됐다.
심각한 안전 문제로 대두
대놓고 숙면 취하는 경우도
글로벌 뉴스 캐나다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지난 9월 온타리오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인 테슬라 차량 운전자가 시트를 젖히고 눈을 감은 모습이 포착되었다. 테슬라 FSD(Full Self Driving)를 켠 채 단순 졸음운전을 넘어 숙면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종종 목격담이 올라올 정도로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지난 7월 미국에서는 FSD를 켜고 주행 중이던 테슬라 차량이 앞서 달리던 모터사이클을 인지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등 오작동 사례도 발생했다.
점점 똑똑해지는 테슬라
불법 부착물 구분해낸다
테슬라 측은 이미 차주들에게 오토파일럿이나 FSD 기능만으로 차량의 독자적인 운행을 불가하다며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몰상식한 운전자들의 무모한 행태는 갈수록 심각해져 갔고 결국 ‘헬퍼’라는 제품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이는 테슬라 차량 스티어링 휠에 맞게 제작된 무게추로, 엄연히 불법 부착물에 해당한다. 보다 못한 테슬라는 결국 칼을 빼 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헬퍼 부착 등의 꼼수를 감지할 경우 오토파일럿, FSD를 강제로 무력화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행 보조 시스템의 안전 경고를 무력화하는 장치를 부착하거나 운전 부주의 행동이 감지되면 적극적으로 경고하고 스티어링 휠을 잡도록 유도한다. 아울러 불법 장치를 감지하면 주행 보조 시스템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시스템도 갖출 전망이다. 테슬라는 아직 이 내용을 공식 발표한 바 없으나 테슬라 운전 플랫폼을 제공하는 테슬라스코프(Teslascope)의 업데이트 항목 조사 결과로 알려진다.
다른 제조사들은 어떻게?
너무 철저해서 논란되기도
한편 운전자 감지 시스템이 너무 철저해서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은 계기판 근처에 장착된 센서가 운전자의 눈꺼풀 및 시선을 추적해 졸음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이는 자체적인 안전 운전 점수 시스템과 연동되어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경고를 통해 점수를 차감한다.
일정 점수 이하로 떨어질 경우 별도의 재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눈이 작은 일부 운전자들은 멀쩡히 운전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졸음운전, 주의력 분산 등의 오판을 받은 사례가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혼자 쓰는 도로가 아니다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 절실
작년 말 풀체인지된 제네시스 G90에는 국산차 최초로 적용된 사양이 있다. 기존 토크 센서 방식을 벗어나 운전자 신체의 미세 전류를 감지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지 더욱 정교하게 확인할 수 있다. 토크 센서 방식의 경우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어도 장시간 직진 상황과 같이 토크 변화가 없는 경우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처럼 자동차 제조사들이 안전상의 빈틈을 메꿔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운전자들의 의식 변화다. 운전자 감지 시스템이 발전하더라도 누군가는 테슬라 ‘헬퍼’와 같은 제품을 또 만들어내기 마련이니까. 현재의 주행 보조 시스템은 말 그대로 운전의 수고를 덜어주는 보조 수단인 만큼 주행 중 벌어지는 상황에 집중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