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변속기
엔진과 함께 필수 부품
지금까지 거쳐온 변화
무려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진 현생 인류의 필수품, 자동차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 과정에는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뿐만 아니라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바퀴까지 전달해 주는 변속기의 기술 발전도 포함된다.
과거 자동차 시장에는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존재했지만 현재는 이 두 가지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변속기를 접해볼 수 있다. 현행 내연기관 자동차에 탑재되는 변속기의 역사와 종류, 작동 원리 등을 함께 살펴보자.
글 이정현 기자
최초의 변속기는 수동
지금은 감성만 남았다
동력 전달 장치 개념의 자동차 변속기는 의외로 최초의 자동차와 함께 등장했다. 1886년 발명된 칼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에는 벨트로 동력을 전달하는 1단 수동 변속기가 함께 탑재되었다. 출발할 땐 핸드 레버를 밀어 서서히 동력을 잇고 정지할 땐 레버를 당겨 시동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석 달 뒤에는 고틀리프 다임러가 2단 변속기를 개발하며 본격적인 변속기 다단화 시대가 시작되었다.
현재는 포르쉐 911, 쉐보레 콜벳 등에 7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되기에 이르렀지만 조만간 수동변속기 자체가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당할 전망이다. 과거와 달리 동력 전달 효율, 내구성, 유지 비용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대부분 자동변속기에 따라잡혔기 때문이다. 수동변속기 특유의 기계적 감성과 운전 재미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장점이 없지만 마니아들은 이 맛에 수동변속기를 고집한다.
편리한 자동변속기
요즘 급변하는 이유
지금은 사라진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올즈모빌(Oldsmobile)’은 1930년대 말 최초의 양산형 자동변속기 ‘하이드라매틱(Hydramatic)’을 선보였다. 당시 변속을 차량 스스로 해주며 시동을 꺼트릴 염려도 없는 자동변속기는 혁신이나 다름없는 사양이었다. 현재의 변속 레인지 순서인 P-R-N-D와 조작 방식이 확립되기까지 한동안 과도기를 거쳤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차에 탑재되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자동변속기 조작 방법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버튼식, 다이얼식 등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전자식 변속 셀렉터는 디자인 자유도와 공간 배치 효율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 종류가 다양해 운전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존 기계식 변속 레버를 재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각종 첨단 사양과의 연동성 때문이다. 전자식 변속 셀렉터 덕분에 원격 주차 및 출차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이상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술도 도입될 전망이다.
무단변속기
뭐가 다른 걸까?
한편 일부 차종에는 무단변속기가 적용되기도 하는데, 상당수 운전자들은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큰 차이를 체감하지 못해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연속 가변 변속기, 흔히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로 불리는 무단변속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 그대로 변속 단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비율의 기어가 맞물리는 수동, 자동변속기와 달리 금속 체인으로 된 벨트가 동력을 전달하는데, 주행 속도와 스로틀 개도량, 부하 등 주행 상황에 따라 기어비를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동력을 끊고 붙이는 변속 과정이 없어 변속 충격도 없고 연료 소비 효율이 개선된다는 장점이 있어 경차, 하이브리드 차량에 많이 쓰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출력을 전달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수동, 자동 장점 합쳤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합친 하이브리드 엔진이 있듯이 변속기에도 비슷한 개념이 존재한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 일명 DCT(Dual Clutch Transmission)는 수동변속기의 동력 전달 효율과 자동변속기의 편의성, 신속한 변속 속도를 합친 하이브리드 변속기다. 엄밀히 따지면 수동변속기 구조에 가까운 만큼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로 분류되지만 이를 다루는 운전자들은 일반 자동변속기와 다를 바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 3, 5, 7 등 홀수단과 2, 4, 6, 8 등 짝수단의 구동축이 각각 따로 존재하며 클러치판도 각 구동축에 하나씩 달려 있다. 업쉬프트와 다운쉬프트 상관없이 현재 단수의 동력이 끊김과 동시에 변속할 단수에 동력을 전달할 수 있어 변속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스포츠카, 핫해치 등 고성능 자동차에 탑재되는 경우가 많으며 동력 전달 효율이 높아 하이브리드 혹은 평범한 내연기관 자동차에 적용되기도 한다.
전기차에는 필요 없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한편 전기차에는 어떤 변속기가 탑재될까? 우선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 대부분에는 모터 회전수를 적절한 비율로 조절하는 감속기만 탑재될 뿐, 별도의 변속기가 없다. 내연기관은 시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공회전이 필요하며 특정 회전대에서만 최대 토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모터가 멈춰도 전원이 켜진 상태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뿜어낼 수 있다. 또한 회전수 범위도 넓어 감속기만으로 어지간한 속도 범위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포르쉐 타이칸, 리막 네베라 등 일부 고성능 전기차에는 2단 변속기가 탑재된다. 모터 회전수 한계를 벗어나 최고속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주행가능거리 확보를 위해 전기차에도 변속기를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머지않아 평범한 전기차에도 2단 변속기 혹은 CVT가 탑재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