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맘 먹고 질렀는데… 그랜저 대기표 뽑은 사람들, 중고차 받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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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확대 요구
화물연대 파업 지속
입장 차이에 갈등 고조

지난 24일부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전국 16곳에서 동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출정식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한 달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고 겨우 생활비를 가져가는 화물노동자는 더는 죽음과 고통을 연료 삼아 화물차를 움직일 수 없다”라며 “안전운임제만이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제도”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고 있는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 화물차주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규정한 제도로 과적, 졸음운전 등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되어 폐지를 앞두고 있던 안전운임제에 대해 정부는 3년 연장을 제안했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기존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국한되었던 적용 품목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현일 기자

사진 출처 = “데일리안”

정부와의 첫 협상 결렬
각 산업계 피해 막심

지난 28일, 화물연대와 정부는 파업 닷새 만에 정부세종청사에서 머리를 맞댔지만, 협상은 1시간 50분 만에 소득 없이 끝났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등 기존 요구사항과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요구했지만,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 품목에 대해서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고, 그 외 품목 확대는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운송 거부로 인한 산업계 피해는 확산하고 있다.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132개 레미콘 공장 중 35곳이 가동을 멈췄고, 전국적으로 하루 약 617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가 가장 큰 시멘트 업계를 제외하고도 휘발유 대란 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 역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뉴스1”

자동차 업계도 출고 난항
임시방편으로 로드 탁송 시작

화물연대 파업에 카캐리어 기사들이 대거 참여함에 따라 완성차업계에서는 또다시 출고 난항을 겪고 있다. 탁송 차량 확보가 어려워지자 현대차그룹은 파업 첫날부터 공장에서 지역 출고센터까지 직접 차를 몰아 옮기는 ‘로드 탁송’을 임시방편으로 시행하고 있다.

로드 탁송은 이미 지난 6월에 시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대와 기아 모두 파업을 대비해 인력을 충원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배송센터 직원들을 투입해 울산공장에서 영남·칠곡센터까지 신차를 직접 옮기고 있으며, 기아자동차는 하루 500~700명의 일당제 기사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광주공장에서 조립을 마친 신차들은 29일 기준 6천여 대가 로드 탁송으로 운송된 것으로 전해지며, 모집된 기사들은 하루 약 15만 원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 “뉴시스”

“이건 중고차 아닌가요”
출고 포기 고려하기까지

현대차그룹은 로드 탁송 차량에 대해 엔진과 일반부품 계통 보증 범위에서 2,000km의 주행거리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여 넘게 출고를 기다리던 계약자들은 받지도 않은 신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이 신경 쓰여 신차 출고 포기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반떼 출고가 예정됐던 한 소비자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로드 탁송으로 신차를 받을 거였다면 애초에 중고차를 샀을 것”이라는 불만을 내놓았고, 또 다른 소비자는 “로드 탁송 시 늘어나는 주행거리, 흙먼지, 돌빵 등이 걱정돼 결국 해당 차를 취소하고 카캐리어로 운반이 가능한 다른 브랜드의 차를 계약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차 역시 출고 지연에 따른 생산 차질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로드 탁송을 멈출 수 없는 처지다.

사전 계약자 11만 신형 그랜저
출고 적체 우려에 노심초사

사전 계약자가 10만 9천여 명으로 알려진 신형 그랜저는 이번 파업의 최대 피해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는 예약 물량을 내년까지 모두 인도하겠다며 올해 안으로 1만 1천 대 판매를 공표했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로드 탁송이 불가피해졌고, 그랜저의 플래그십 이미지에 따라 이를 거부하는 계약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예정자가 로드 탁송을 거부할 경우 순번에서 밀려 또다시 긴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겹쳐 사실상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로드 탁송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없도록 안전 운행과 차량 보호에 온 힘을 쏟고 있다”라고 전했지만 일각에서는 별도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꼭 신차 나올 때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한편,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로드 탁송 문제에 네티즌들은, “로드 탁송이 불안하긴 하지…”, “보증기간이 돌 빵 없애주나요”, “기업이 대책 마련할 시간을 주다니…”,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로드 탁송의 또 다른 문제점은 출고 예정 차량을 제때 찾으러 가지 않으면 순번이 밀린다는 것이다. 이에 한 소비자는 차량 출고를 위해 연차까지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혼잡을 초래하는 화물연대 파업, 부디 조속한 합의와 업무 재개가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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