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비전 74와 등장한 RN22e
현대 N이 개발한 고성능 전기차
이제는 고성능도 넘보는 현대
현대자동차는 더 이상 과거에 패밀리카나 만들던 브랜드가 아니다. 물론 그 당시의 현대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사실이고, 그 마음도 분명히 이해하지만, 현대자동차가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현대는 이제 산하에 4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기업이다. 완성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기아와 서브 브랜드인 전기차의 아이오닉,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고성능 서브 브랜드인 현대 N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 N은 현대자동차 전체의 기술적 지평선의 최전선에 있다 할 수 있다. 현대 N을 보면 현대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데, 최근 보여준 행보는 정말 미래를 현재로 가져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N이 자랑스럽게 내놓은 두 대의 콘셉트카, 포니를 베이스로 한 N 비전 74와 아이오닉6을 베이스로 한 RN22e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은 후자인 RN22e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고, 현대가 이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지도 이야기해보자.
글 오대준 기자
아이오닉6 N은 절대 아니다
고성능 전기차의 미래다
사실 디자인을 보고 RN22e가 아이오닉6의 N 모델일 것이라고 예상하리라 생각한다. 에디터도 처음에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이오닉6 N은 출시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과거 현대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현대는 쏘나타 N을 마지막으로 중형차의 N 버전 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양산형 아이오닉6 N을 기대하고 있던 독자들이라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의 모델의 출시 유무가 아니라, 더 큰 그림을 한번 보도록 하자.
RN22e는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고성능 전기차 개발 계획의 최전선에 있는 콘셉트 모델이다. 비록 현대가 전기차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선두는 뒤가 아니라 앞을 보아야 한다. 전기차 시대에도 높은 성능에 수요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대 N은 그런 미래의 수요를 위한 연구를 계속하기 위한 실험용 모델로서 RN22e를 개발한 것이다.
N 비전 74와 함께 ‘롤링 랩’
고성능 기술 테스트 차량
RN22e뿐 아니라 현대 N은 비전 74를 내놓으면서 세계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어놨다. 하지만 두 모델은 현대 N이 지금까지 다양한 모터스포츠에 참여하여 쌓아온 노하우를 전기차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와 개발에 사용될 실험용 프로토타입, 즉 롤링랩 시리즈 모델들이다. 롤링랩은 2012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로, 모터스포츠에서 사용된 고성능 기술을 양산형 모델에 적용하기 위해, 둘 사이를 연결해줄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 프로젝트이다.
롤링랩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산물이 우리가 공도에서도 종종 만나는 벨로스터 N, 코나 N, 아반떼 N이다. 비록 일부 운전자들에 의해 그 이미지가 조금 훼손되었지만, 양산형차의 고성능 모델이 이 정도로 보편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RN22e 역시 이러한 롤링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이오닉 6을 베이스로 만들어졌으나, 실제 내부를 뜯어보면 일반 아이오닉 6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성능을 보여준다.
RN22e는 800V의 고전압 시스템과 전륜 감속기 디스커넥터 등의 혁신 기술들이 적용되었다. 플랫폼은 아이오닉 5, 6과 같은 E-GMP이지만 여기에 벨러스터 N을 베이스로 한 노하우까지 담아냈다. 전기 모터가 앞뒤로 장착된 사륜구동 방식을 갖추고 있으며, 이렇게 탑재된 부품들의 주행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대차 역사상 가장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아이오닉6의 외관을 갖게 되었다.
현대가 노리는 과거 일본차 위상
대중적 고성능차의 대표
현대차가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집착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물론 전체 라인업 성능의 상향평준화일 것이다. 고성능 라인업에서의 노하우와 기술의 축적, 그리고 이어지는 기술 단가 절감은 곧 이 기술이 일반 라인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더 넓게 본다면 대중적인 고성능 모델 시장을 선점했던 일본의 선례를 보았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파워는 압도적이다. 이는 물론 일본 브랜드가 높은 신뢰도와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패밀리카, 픽업트럭을 출시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동시에 과거 일본의 저렴한 고성능 모델들이 보여준 기억이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머슬카가 사랑받았던 이유도 기본적인 내구성과 성능에 튜닝을 더해 고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고, 토요타의 수프라, 마쓰다의 RX-7 같은 모델이 서구권에서 사랑받았던 이유도 흔히 말하는 ‘가성비’ 때문이었다.
어제의 현대가 아닌 내일의 현대
곧 양산될 고성능 현대차를 위해
북미, 유럽 시장에서의 현대차의 이미지는 지금까지 SUV, 세단 등의 일반적인 양산차를 만드는 브랜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이 현대차에는 이미지 쇄신과 기술 혁신이 가능한 기회의 순간인 것이다. 과거의 선례를 바탕으로 현대의 시대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현대는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대가 보여준 고성능 전기차 기술은 다른 모든 브랜드들보다 가장 양산에 가까운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국내외의 많은 네티즌, 마니아들의 vision 74의 양산을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말 양산차에 적용될 만큼 접근성이 좋은 기술은 RN22e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