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평생 못 만들죠” 옆동네 일본차가 대놓고 무시해도 할 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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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중의 플래그십
기술력 총동원한 헤일로 카
잘나가는 회사는 하나쯤 있어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종, 차급별로 다양한 모델을 판매하며 그중에는 가장 고급스러운 플래그십 모델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플래그십 모델은 시장성을 철저히 고려한 양산형 자동차라는 점에서 엔트리급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완성차 회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 자동차를 만드는 만큼 어떤 모델이든 수익성 보장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수익성을 과감히 내려놓은 모델도 존재한다. 바로 ‘헤일로 카(Halo Car)’다. 헤일로 카는 대중의 관심을 끌고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홍보용 모델이자 제조사의 디자인 역량, 기술력을 영혼까지 끌어모은 결정체다. 현재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완성차 제조사는 헤일로 카를 적어도 한 종류 이상 출시한 바 있는데, 개발 비용을 높게 잡은 나머지 비싼 가격이 원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존재한다. 헤일로 카의 몇 가지 예를 함께 살펴보자.

이정현 기자

렉서스 LFA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수원ll신근”님
렉서스 LFA 인테리어 / 사진 출처 = “Wikipedia”

렉서스 LFA
개발에만 10년

렉서스가 미국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2000년, “주행 후에도 상쾌함이 느껴지는 차를 만들어보자”는 토요타 아키오 회장의 뜻에 따라 LFA 개발이 시작됐다. 당초에는 알루미늄 섀시로 개발되어 2003년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었지만 경량화 문제로 알루미늄 섀시를 과감히 폐기했고 CFRP(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섀시를 자체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100kg 감량에 성공했지만 예상보다 오랜 개발 기간과 막대한 추가 연구개발비가 투입되었으며 프로젝트 착수 10년 만인 2010년에 선보이게 된다. 가벼운 차체에 F1 엔진 장인 야마하 모터의 손길을 거친 4.8L V10 자연흡기 엔진이 프론트 미드십 레이아웃으로 탑재되었다. 6단 싱글 클러치 자동화 수동변속기가 최고출력 560마력, 최대토크 48.9kg.m를 뒷바퀴로 전달해 0-100km/h 가속 3.7초, 최고속도 325km/h의 놀라운 성능을 발휘했다.

렉서스 LFA 엔진룸 / 사진 출처 = “Wikipedia”
렉서스 LFA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수원ll신근”님

팔 때마다 1억 이상 손해
하지만 충분히 가치 있었다

하지만 이 차의 진가는 따로 있었다. 공회전 상태에서 풀 스로틀 전개 시 0.5초 만에 9,000RPM에 도달하는 리스폰스와 특유의 날카로운 사운드는 가히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LFA를 몰아본 이들은 엔진음을 ‘천사들의 합창’에 비유해 극찬할 정도였다. 렉서스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LFA를 500대 한정 판매했다. 당시 판매 가격은 4천만 엔(당시 환율 기준 약 5억 2,800만 원)으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브랜드의 동급 모델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렉서스는 LFA 한 대를 팔 때마다 1억 4천만 원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전해진다.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이유도 있지만 탄소섬유의 생산 공법은 까다로웠고 모두 최고의 숙련공들을 거쳐 수제작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LFA는 현재 렉서스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끌어올린 모델로 평가받으며 2022년 현재 평균 중고차 시세가 83만 달러(약 10억 8천만 원), 신차급 매물은 230만 달러(약 30억 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포드 GT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안산ll모하비”님
포드 GT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안산ll모하비”님

포드 GT 2세대
고객을 골라서 팔았다

포드 GT40는 촉박한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1966~1969년 르망 24시 대회에서 페라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전설적 레이스카로 꼽힌다. 이를 정신적으로 계승한 헤일로 카 ‘GT’ 1세대가 2004년 출시되었고 단종 후 약간의 공백 기간 뒤에 GT 2세대가 출시되기에 이른다.

포드는 과거 오리지널 디자인과 모터스포츠 DNA를 GT에 충실히 반영했다. 세브링 12시간 경주에 투입된 바 있는 3.5L V6 에코부스트 엔진에 7단 DCT를 맞물려 미드십 후륜구동 레이아웃으로 탑재했다. 명목상으로만 도로 주행용일 뿐 등받이 각도 외에 조절되지 않는 시트, 대부분 기능의 조작 버튼을 스티어링 휠에 몰아넣은 배치, 언제든 4점식 레이싱 하네스를 달 수 있는 시트 설계까지 트랙 주행을 전제한 모델이었다.

포드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모델인 만큼 롤스로이스와 부가티 뺨치게 까다로운 구매 절차가 화제를 모았다. GT를 구매하고 싶은 고객은 자기소개서와 그동안 소유한 차량 목록, 자선활동 내역 등을 제출해야 했으며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에는 포드 담당자와 1대1 면접도 봐야 했다. 심지어 계약서에는 구매일로부터 2년 내에 차량 재판매를 금지하는 조항도 있었다. 그럼에도 1,000대 한정 수량을 한참 초과하는 6,500명의 구매 희망자가 몰려 결국 350대를 추가 생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네시스 엑스 콘셉트 / 사진 출처 = “Wikipedia”
제네시스 에센시아 콘셉트 / 사진 출처 = “New Atlas”

현대자동차는?
출시 직전 무산

한편 현대자동차도 헤일로 카를 출시할 뻔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현대차 고성능 디비전 N을 만든 일등 공신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기술 고문은 지난 9월 외신 ‘탑기어’와의 인터뷰에서 “N 슈퍼카를 개발했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비어만 고문이 BMW에서 현대차로 넘어오고 N 브랜드를 설립한 초기 BMW 시절 미드십 PHEV 스포츠카 i8 개발을 진두지휘한 경험을 살려 미드십 스포츠카를 계획했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회사 내부에서 ‘회장님 차’로 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리어 미드십 엔진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한 카본 터브 섀시가 적용되었으며 혼다 NSX보다 강력한 성능을 갖췄지만 결국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해당 모델을 출시할 경우 가격이 15만 달러(약 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누가 현대차를 2억 원에 사냐“는 이사회의 강경한 반대로 출시가 무산되었다. 이후 비어만 고문은 i20 N과 벨로스터 N, 아반떼 N 등 대중적인 고성능 모델 개발에 집중했다.

현대 N 비전 74 콘셉트 / 사진 출처 = “Wikipedia”

가치 높아진 지금
내놓을 때가 됐다

하지만 현대차도 슬슬 헤일로 카를 내놓을 때가 됐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놀랍게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말이다. 지난 7월 N 데이 2022를 통해 공개된 N 비전 74 콘셉트카는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 어느 완성차 회사도 시도한 적 없는 수소연료전지+리튬이온 배터리 하이브리드 고성능 파워트레인에 포니 쿠페를 재해석한 레트로 디자인 조합은 현대차에 관심이 없던 이들마저 한순간에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차가 출시된다면 10만 달러 넘는 가격표가 붙어도 기꺼이 사겠다“는 반응이 수많은 공감을 얻은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각종 권위 있는 상과 ‘올해의 차’ 타이틀을 휩쓰는 지금이야말로 현대차가 헤일로 카를 내놓을 때가 아닐까? 렉서스 차량을 사는 고객들이 “LFA를 만든 브랜드인데 당연히 믿고 사죠”라고 말하듯 현대차도 같은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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