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앞둔 부가티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
‘시론 프로필리’ 공개
순수한 기계적 감성을 제공하는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슈퍼카 및 하이퍼카 전문 제조사들도 예외 없이 전동화를 준비 중이며 부가티는 전기 하이퍼카 제조사 ‘리막’과 손잡고 첫 전기차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부가티의 상징 W16 엔진을 얹은 마지막 모델 ‘시론 프로필리(Chiron Profilée)’를 공개해 주목받는다.
세상에 단 한 대만 존재하는 시론 프로필리는 애초에 부가티 내연기관 역사의 종지부를 찍고자 개발된 모델이 아니었다. 부가티는 시론의 여러 파생 모델 중 하나인 퓨어 스포츠(Pur Sport)의 개발 과정에서 몇몇 단골 고객들의 문의를 받았다. 현행 시론에 더욱 섬세하고 절제된 디자인과 성능 향상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글 이정현 기자
계획에 없었던 모델
특별히 추가했다
당시 부가티는 퓨어 스포츠를 포함한 시론의 한정 수량 500대분 생산 슬롯이 모두 차 추가 양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론 프로필리는 자칫 디자인 스케치로만 남을 수도 있었으나 부가티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양산 직전 단계의 프로토타입 모델 한 대를 판매용 사양에 맞게 수정하고 공도 주행이 가능하도록 유럽 기준에 맞춰 인증받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간 부가티가 생산해왔던 다른 모델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자체 품질 기준을 통과할 수 있도록 다듬고 유럽에서 단일 모델 유형의 승인을 획득했다. 이처럼 자동차 제조사가 신모델을 단 한 대만 판매하기 공을 들이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부가티는 장 부가티(Jean Bugatti)의 첫 작품 중 하나인 ‘타입 46’ 모델의 디자인에서 모델명 ‘프로필리’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향상된 코너링 성능 제공
0-200km/h 5.5초면 충분
위로 솟아오른 고정형 리어 윙은 퓨어 스포츠의 350km/h보다 빠른 380km/h의 최고속도에서도 변경된 전면 스플리터와 함께 주행 안정성을 보장한다. 넓어진 전면 공기 흡입구와 말굽형 그릴은 라디에이터로 더 많은 공기를 공급한다. 기어비는 시론 스포츠보다 15% 짧아졌고 각 바퀴의 캠버 각이 더 공격적으로 변경되었으며, 서스펜션은 10% 더 단단해졌다. 따라서 시론 일반 모델에 비해 향상된 코너링 성능을 제공한다.
부가티답게 1,50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 바탕으로 0-100km/h 가속 2.3초, 0-200km/h 가속은 5.5초 만에 끊는 무서운 가속력을 선사한다. 대시보드, 도어 패널 및 센터 콘솔 등 인테리어 곳곳에 시론 프로필리만을 위한 직조 가죽이 적용되었는데, 가죽 스트립 길이만 2.5km에 달한다.
가격 정해지지 않았다
내년 자선 경매로 판매
부가티는 내년 2월 1일(현지 시각) 파리에서 개최되는 RM 소더비(RM Sotheby) 경매에 차량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부가티의 나머지 라인업이 매진된 데다가 후속 모델은 전기차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시론 프로필리는 순수 내연기관이 탑재된 마지막 모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부가티는 경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러모로 상징적인 이 마지막 한정판 모델의 주인은 누가 될지, 얼마나 비싼 가격에 판매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