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스파이샷플러스 “10년 지나도 중고 매물 씨가 말랐습니다” 그 시절 작정하고 만들었던 비운의 명차

“10년 지나도 중고 매물 씨가 말랐습니다” 그 시절 작정하고 만들었던 비운의 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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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의 상징 V8 엔진
국산차에도 탑재되었다
역대 V8 모델 살펴보니

현대 제네시스 BH

자동차 엔진에는 다양한 실린더 레이아웃이 존재한다. 경차에 주로 적용되는 3기통, 가장 흔한 4기통과 스포츠 지향 모델, 고급차에 장착되는 6기통 및 8기통, 슈퍼카나 대형 플래그십 세단에 주로 적용되는 10~16기통 찾아볼 수 있다. 8기통의 경우 직렬, W형, 수평대향 등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V형 8기통, 즉 V8 배치가 가장 보편적이다. 기름값이 저렴하며 자동차 산업 초기부터 V8 엔진을 주로 만들었던 미국에서는 엔진은 일반 세단이나 픽업트럭 등에도 적용될 정도로 V8 엔진이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국산차의 경우 V8 모델이 극히 드물다. 국내 자동차 보급이 본격화된 시기에는 V8 엔진이 딱히 필요 없을 정도로 엔진 기술이 발전했으며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의 먹성으로 유지비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기량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현재 체계도 한몫해 V8 엔진이 탑재된 국산차는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현재는 환경 규제 및 다운사이징 열풍 등의 이유로 국산 V8 신차를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어떤 모델들이 존재했는지 돌아보았다.

이정현 기자

현대 에쿠스 1세대 / 사진 출처 = “Wikipedia”
쌍용 체어맨 W / 사진 출처 = “Wikipedia”

현대 에쿠스 1세대
쌍용 체어맨 W

그랜저를 시작으로 국산 고급 세단 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1990년대 당시 국내 완성차 업계는 대배기량 경쟁이 한창이었다. 1997년 기아차가 3.6L V6 엔진을 얹은 엔터프라이즈를 내놓으며 기존 국산 최고 배기량 타이틀(다이너스티. 3.5L V6)을 빼앗긴 현대차는 1999년 에쿠스에 4.5L V8 엔진을 추가해 자존심을 회복하게 된다. 당시 엔진 기술력이 무르익지 않았던 현대차는 미쓰비시의 오메가 엔진(8A8 형식)을 가져와 얹었지만 국산차 최초 V8 모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08년, 쌍용차는 체어맨 W를 출시하며 에쿠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전부터 메르세데스-벤츠와 꾸준히 기술을 제휴해왔던 쌍용차는 체어맨 W 최상위 트림에 5.0L V8 엔진을 추가했는데 벤츠 W220 S500에서 가져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또한 당시 경쟁 모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오토 홀드를 포함한 EPB, 900만 원 상당의 17-스피커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 등으로 무장해 국산차 최초로 가격 1억 원을 넘기도 했다.

기아 모하비 전기형 / 사진 출처 = “엔카닷컴”
현대 에쿠스 2세대 / 사진 출처 = “Wikipedia”

기아 모하비 초기형
국산 V8 엔진 황금기

같은 해 기아차는 바디 온 프레임 형식의 플래그십 SUV 모하비를 출시했다. 현행 모델까지 이어져 온 3.0L 디젤 S 엔진을 포함해 3.8L V6 람다, 4.6L V8 타우 엔진도 마련되어 국산 SUV 가운데 최초로 V8 엔진을 얹은 SUV가 되었다. 비록 가솔린 엔진과 SUV 조합을 선호하지 않았던 당시 소비자 성향과 높은 유지비 부담으로 인해 몇 년 만에 3.8L 람다 엔진 모델과 함께 단종되었지만 유일한 국산 V8 SUV라는 점에서 요즘도 회자되곤 한다.

모하비에 적용되었던 V8 타우 엔진은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최초의 국산 V8 엔진이다. 첫 시도였음에도 고출력과 배기량 대비 우수한 연비, 부드러운 회전 질감 등을 인정받아 2008년부터 3년간 위즈오토 선정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었다. 이때는 국산 V8 모델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기아 모하비 외에도 현대 2세대 에쿠스 등 기함급 세단에 적용된 것은 물론, 준대형급 후륜구동 세단인 제네시스(BH)에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현대 제네시스 프라다 / 사진 출처 = “Wikipedia”
현대 제네시스 DH 5.0 수출형 / 사진 출처 = “Canadian Auto Review”

현대 제네시스 프라다
지금도 독보적인 가속력

현대차는 2011년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하우스 프라다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네시스 프라다를 출시한 바 있다. 국내 1,200대, 수출 800대까지 총 2,000대 한정 생산된 제네시스 프라다에는 북미 사양의 5.0L V8 타우 GDI 엔진이 적용되었다. 최고출력 430마력에 최대토크 52kg.m로 국산 최강 동력 성능을 발휘했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내연기관 탑재 국산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0-100km/h 가속 4.8초, 0-200km/h 가속은 14~15초에 끊어 이를 따라잡을 모델은 전기차인 기아 EV6 GT뿐이다.

하지만 제네시스 프라다의 판매량은 현대차의 예상보다 훨씬 저조했고 은근슬쩍 3.8L V6 엔진도 추가해버리는 바람에 한정판으로써의 의미는 사실상 퇴색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결국 후속 모델인 제네시스 DH부터는 내수용 모델에서 V8 사양이 빠졌다. 북미 수출용 사양에는 최고출력이 425마력으로 디튠된 대신 최대토크는 53kg.m로 개선되고 실용 영역대 토크 세팅이 최적화된 엔진이 적용되었다.

기아 K9 2세대 전기형 / 사진 출처 = “Wikipedia”
제네시스 EQ900 / 사진 출처 = “Wikipedia”

기아 K9 퀀텀
제네시스 EQ900

한편 기아차도 기함급 세단에 V8 엔진을 얹은 시절이 있었다. 2012년 플래그십 세단 K9이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현대 에쿠스의 판매량 간섭을 방지하고자 V6 엔진만 출시했으나 2014년부터는 5.0L V8 타우 엔진을 얹은 ‘K9 퀀텀’을 추가했다. 같은 시기 생산된 북미 수출형 제네시스 DH와 마찬가지로 현대 파워텍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으며 최고출력 425마력, 최대토크 53kg.m를 발휘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해 2021년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는 V8 엔진이 제외되었다.

현대차는 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하며 당해 출시할 3세대 에쿠스의 제네시스 편입 문제를 놓고 깊게 고민했다. 결국 제네시스 브랜드에 편입하기로 결정한 현대차는 1999년부터 쭉 이어져 온 에쿠스 모델명을 3세대부터 EQ900로 바꿨다. 비록 이름은 바뀌었지만 브랜드 내에서도 기함급인 만큼 5.0 V8 타우 엔진 사양이 보존되었다. 이는 후기형 모델명이 G90로 바뀐 2018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제네시스 G90 4세대 롱 휠베이스 / 사진 출처 = “Wikipedia”

V8 제외된 신형 G90
국산 8기통 역사의 끝

그러나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에 따라 이전부터 뜨거웠던 다운사이징 열풍은 플래그십 대형 세단 시장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K9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V6 엔진만 남겨진 데에 이어 제네시스도 결국 4세대 G90에서 V8 엔진을 제외하고 만다. 이로써 8기통 엔진이 탑재된 국산차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현행 G90에는 3.5L V6 람다 엔진이 탑재된다. 스탠다드 휠베이스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kg.m를 내는 트윈터보 사양, 롱 휠베이스 모델에는 트윈터보와 슈퍼차저를 함께 얹어 최고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kg.m를 발휘하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적용된다. 동력성능은 기존 자연흡기 V8 엔진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수준이지만 V8 특유의 우렁찬 사운드와 감성은 V6에 무슨 짓을 해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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