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중국 회사인 볼보
S90은 중국에서 전량 생산
국내에선 스웨덴산으로 표기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볼보는 사실 예전부터 순수 스웨덴산 자동차로 보기 어려운 상태를 유지해왔다. 1999년 볼보 그룹이 승용차 사업부를 포드에 매각했으며 포드는 경영난이 장기화하자 2010년 볼보를 지리자동차에 팔았다. 졸지에 중국 국적이 되어버린 볼보는 현재 스웨덴, 벨기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8개 공장 중 중국에만 3개 공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S90을 포함해 국내에 판매되는 일부 모델도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회사 국적뿐만 아니라 생산 지역까지 중국이라니 소비자 입장에선 찜찜할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차량의 품질은 스웨덴 본토 생산분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품질에 차이가 없다고 해도 중국산과 스웨덴산의 가치가 같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중국산 볼보가 스웨덴산으로 둔갑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현실이 돼 화제다.
글 이정현 기자
‘Made by Sweden’ 번호판
중국, 미국, 벨기에 산도 동일
볼보가 국내 판매 모델에 장착되는 번호판 가드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볼보 차량에 달려 나오는 순정 번호판 가드의 스웨덴 국기와 “Made by Sweden” 문구가 문제가 된 것이다. 지난 24일 파주 세관은 국내에 판매되는 볼보 차량의 이러한 번호판 가드 디자인이 원산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볼보 차량 가운데 일부는 스웨덴이 아닌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다. S90은 중국에서, S60은 미국에서, C40 리차지와 XC40은 벨기에에서 만들어져 수입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차량에도 동일한 번호판 가드가 부착되어 실제 차주들 중 상당수가 차량 원산지를 스웨덴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파주 세관은 작년 12월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번호판 가드를 모두 교체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한차례 시정 명령 내렸지만
소극적 조치에 재차 명령
그러나 볼보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 등 정확한 내용을 알리지 않고 번호판 가드를 무상으로 교체해 준다는 내용만 공지하며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따라서 이번 시정 명령은 보다 못한 세관의 한층 강력한 조치인 셈이다. 파주 세관 측은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는 행위는 차주가 피해를 입지 않더라도 매우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볼보의 시정률에 따라 실제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대외무역법 제33조 원산지 표시 규정에 따르면 판매 업자가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기하는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며 최종적으로 해당 상품의 판매 금지에 처할 수도 있다. 볼보와 같이 원산지 오인을 유발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뒤늦게 조치 들어간 볼보
‘Safety For Life’로 수정
그러나 최근 볼보 측 공지에 따르면 “대외무역법 제33조에 규정된 원산지 오인 표시에 해당해 파주 세관장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라는 내용을 추가했으며 작년 12월 12일 이후 판매 차량의 번호판 가드 문구는 ‘Safety For Life’로 수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에 관해 “볼보가 S90 세단을 한국 시장에 출시했을 때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말이 나왔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존 볼보 차주들은 번호판 가드를 교체해야 할 의무가 없으나 볼보는 희망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번호판 가드를 무상 교체해 주고 있다. 볼보 관계자는 “작년 12월 19일부터 번호판 가드 무상 교체에 들어갔으며 많은 고객들이 교체 받았다”라며 “서비스센터에 예약 후 방문하면 무상 교체 조치를 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