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줄어드는 신차 시장
럭셔리 브랜드는 호황
가격 인상 예고한 포르쉐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업계는 공급과 수요의 밸런스가 깨져버린 중국발 코로나 팬데믹을 기회 삼아 전례 없는 수준의 신차 가격 인상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급등한 금리, 불경기 등으로 수요가 줄고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진정세에 접어들자 상황은 다시 급변하는 중이다. 한때 1~2년 대기는 기본이었던 차종이 이제는 재고가 쌓여 생산량 조절에 들어가는 등 당시에는 상상조차 못 한 일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고급 수입차 업계는 불경기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호황이다. 이에 포르쉐는 올해 중반부터 출시될 신차의 가격을 대폭 올리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은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외신 ‘오토카(Autocar)’의 보도에 따르면 루츠 메쉬케(Lutz Meschke) 포르쉐 재무책임자(CFO)는 “더욱 높은 마진을 위해 차량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글 이정현 기자
가격 10~15% 올린다
단, 신규 전기차에 한정
루츠 메쉬케는 “향후 출시될 전기차 가격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10~15% 더 비싸게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카이엔, 마칸, 718 박스터의 전동화 모델들이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가 동급 내연기관 모델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인 만큼 10~15% 수준은 그리 높은 인상 폭이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예로 BMW 7시리즈의 국내 판매 가격은 약 1억 5,840만 원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전기차 모델인 i7의 경우 시작 가격이 2억 1,570만 원으로 훌쩍 뛴다. 기본 가격만 해도 동급의 내연기관 모델보다 36% 이상 비싼 셈이다. 통계상으로도 포르쉐가 밝힌 10~15% 수준의 인상 폭은 양반인 편에 속한다. 뉴욕타임스는 작년 말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6만 1,488달러(약 8,055만 원)로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의 평균가 4만 9,507달러(약 6,485만 원)보다 24%가량 비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공개 언급은 이례적
숨은 속내 따로 있어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의 고위 임원이 직접 나서 향후 출시될 전기차가 내연기관 모델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최근 들어 테슬라가 전 세계 전기차 업계의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하며 전기차의 평균 가격이 하향세에 접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루츠 메쉬케는 “주주들에게 높은 영업 이익 추구를 지속할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가격 책정을 예고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루츠 메쉬케의 발언이 영업 이익률을 20%까지 상향하겠다는 포르쉐의 미래 전략 ‘로드 투 20(Road to 20)’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감소 우려에
“살 사람은 산다”
지난 14일(독일 현지 시각) 포르쉐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작년 포르쉐는 전년도 16%보다 2% 증가한 영업 이익률 18%를 기록했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업계 중 1위에 달하는 영업 이익률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시기에 이러한 가격 정책을 앞세운다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메쉬케는 “우리는 어려운 시기에도 가격 인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차피 포르쉐는 비싸도 살 사람은 다 사는 브랜드인 만큼 적당한 수준의 가격 인상으로 수요 감소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타이칸에 이은 포르쉐 두 번째 전기차 ‘마칸 EV’는 오는 2024년 출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