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미로 역대급인 제네시스의 신차 ‘GV80’이 드디어 출시되었다. 15일 미디어 시승회를 시작으로 16일부턴 일반인 공개가 시작되었으며 예상보다 높은 시작가격 때문에 이 차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도 15일 제네시스 GV80을 경험하러 다녀왔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GV80을 둘러보고 시승해본 후기를 말씀드리려 한다. 이 차는 과연 이 가격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제네시스 GV80 시승 후기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사진 박준영 기자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자동차
제네시스에 있어 GV80은 그 어느 모델보다 중요한 차량이다. 브랜드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SUV면서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미지 리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국산차니까 이 정도면 훌륭하지”라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가격도 수입차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수준으로 출시가 되었기 때문에 이전만큼 확실한 가성비를 논하기도 어려워졌으며 수입 SUV를 포기하고 GV80을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메리트가 있어야만 한다.
“역동적인 우아함”을 담아낸 외관 디자인과 대형 SUV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추구한 제네시스 GV80은 확실히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다. 차가 조금 작아 보인다는 걱정은 실물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 느껴졌다.
GV80을 론칭하며 제네시스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노면 소음 저감 기술 등 프리미엄 SUV에 걸맞는 다양한 최신 사양들도 대거 적용하여 수입 SUV 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하지만 브랜드가 주장하는 장점과 단점은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관점에서 보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직접 타보고 느낀 제네시스 GV80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 본다.
1. 훌륭한 전면부 디자인
하지만 다소 아쉬운 후면부
첫 번째는 디자인 이야기다. 워낙 위장막과 유출 사진을 지겹게 봐왔던지라 크게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GV80’은 실물이 훨씬 더 멋있는 차량이었다. 특히 캐릭터 라인이 짙고 강인한 포스를 내뿜는 전면부 디자인은 많은 노력을 쏟은 디자이너들의 고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전면부 디자인에 힘을 너무 쏟은 탓인지 후면부에선 전면부에서만큼의 인상 깊은 부분은 없어 아쉬움도 느껴졌다. GENESIS 레터링 대신 브랜드 로고를 적용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H 트랙이 아닌 4WD 로고를 적용해서 이야기가 많았었는데 4WD가 아닌 AWD가 4로 보였던 것이었다.
2. 프리미엄 SUV가 되기 위한
다양한 옵션들
‘제네시스 GV80’에는 브랜드가 최초로 선보이는 다양한 신기술들이 적용되었다. 먼저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선보이는 최초의 후륜구동 럭셔리 플래그십 SUV이며 직렬 6기통 디젤엔진,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노면 소음 저감기술, 에르고 모션 시트, 고속도로 주행보조 2,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 여러 가지 첨단 사양들을 대거 적용하였다.
7천만 원~9천만 원대로 선택할 수 있는 SUV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데 옵션에서만큼은 역시 이번에도 제네시스가 한수 위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 제네시스는 프리미엄으로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 파워가 약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라도 이점을 가져야 한다.
(사진=제네시스)
3. 손이 닿는 거의 모든 곳에
마감 처리가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보았던 점은 바로 ‘실내 감성품질’ 부분이다. 오토포스트의 법인차인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7천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사용된 소재와 감성품질에 대한 아쉬움이 공존했었는데 GV80은 그 갈증을 말끔히 씻어내었다.
시트는 물론 도어트림, 도어트림의 아래 포켓과 B필러 부분까지도 모두 플라스틱이 아닌 마감 처리를 하여 소재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프리미엄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과도 같은 것인데 그간 해오지 못했던 것들을 실현한 것인지라 확실한 개선사항으로 칭찬해 줄 수 있겠다. 다만 앰비언트 라이트는 아직 수입차의 화려한 느낌을 따라가진 못했다.
4. 2스포크 스티어링 휠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이건 기존 현대차와 제네시스에서도 공통적으로 칭찬받던 부분인데 사용자 인터페이스만큼은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새롭게 등장한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는 기존 다이얼 방식에서 벗어난 휠 타입으로 작동되며 터치가 가능한 내비게이션 역시 사용자들에게 편리함과 직관적인 조작성을 선사해준다.
다만 내비게이션 위치가 운전자와 상당히 멀리 있어 운전 중엔 허리를 굽히지 않고는 조작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논란의 2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정상적인 그립 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렇게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5. 프리미엄 SUV의 첫걸음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주행성능
이 부분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럭셔리는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따라서 부드럽고 푹신한 승차감을 원했던 고객들의 수요를 적극 반응하여 GV80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GV80은 기존 현대기아 SUV들 대비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세팅을 가지고 있으며 엔진의 회전 질감과 변속기 세팅 역시 컴포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에 따라 스포티한 주행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즉각적인 변속직결감이나 호쾌한 가속성능을 기대하고 있다면 GV80의 주행성능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컴포트한 초점에서 본다면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주행 기본기 자체에선 기존 현대기아 SUV들 대비 꽤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성능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면 브레이크나 가속성능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3.5T 가솔린 모델을 기대해보자.
1. 새로운 사양은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얼마나 체감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GV80을 시승하면서 느낀 점 한 가지는 “기존 현대차 보다 참 좋아지긴 했는데 GV80만의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하다”였다. 다양한 최신 사양들이 적용되었다고 주장을 했지만 브랜드가 주장하는 새로운 사양과 개선사항들을 운전자와 탑승객들이 얼마나 느끼고 체감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적용하여 승차감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다른 동급 프리미엄 SUV 들과 크게 차이를 느낄 순 없었으며 노면 소음 저감기술 역시 100km/h 이내에선 정숙함을 잘 유지하였으나 고속 영역에서는 풍절음이 눈에 띄게 유입되는 모습이었다.
(사진=제네시스)
또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역시 아이나비에서 먼저 적용했던 기술이며 실제 도로 상황을 비춰주는 것은 좋지만 크게 실용적인 기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차로 변경까지 직접 수행해 주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 2 역시 작동은 하지만 아직까지 조금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제네시스 GV80이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기존 현대기아 SUV들보다는 확실히 기본기 측면에서 발전을 이루었고 훌륭해진 것은 사실이나 안타깝게도 이 정도는 이미 라이벌로 지목하는 다른 SUV들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정타에서 자꾸 갈증이 난다.
(사진=제네시스)
2. 성인 남성은
앉기 힘든 3열 시트
제네시스 GV80은 기본 5인승과 옵션으로 7인승이 제공된다. 7인승을 추가하려면 100만 원을 더 내야 하는데 7인승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곡 매장에서 시승이나 전시차를 통해 3열 공간을 확인해 보길 바란다. 3열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헤드룸이 부족해 정자세로 앉기는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아이들을 태우는 용도로만 활용이 가능한 3열 좌석으로 보였다. 3열에 대한 활용성이 중요한 고객들이라면 조금 더 큰 대형 SUV나 팰리세이드를 선택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3. 더 이상 가성비로
승부하기 어려운 가격
“이 가격이면…”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지만 GV80은 그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는 가격대다. 6,580만 원으로 시작하는 기본 가격에 4륜 구동 옵션만 추가하더라도 7천만 원이 넘으며 중간 정도의 사양을 갖춘다면 8천만 원을 넘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풀옵션으로 출고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만 시승차로 제공되었던 풀옵션 사양은 출고가가 9천만 원이 넘는 자동차였다. 이 가격대면 메르세데스 벤츠 GLE 300d나 볼보 XC90을 노릴 수도 있는 가격이다.
GLE의 옵션이 아쉽다면 GV80을 선택할 수 있지만 조금 더 투자를 해서 BMW X5를 구매한다면 탄탄한 옵션도 거의 그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곧 출시될 링컨 에비에이터나 캐딜락 XT6 역시 비슷한 가격대로 출시될 전망이기 때문에 GV80을 구매하려면 더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풀옵션 출고 비율이 낮은 것을 생각하면 대부분 실제 출고가는 7천만 원 중반~8천만 원 초반대가 가장 많을 것인데 이 정도 가격대 역시 SUV가 아닌 세단으로 눈을 돌려보면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진다.
4. GV80만의 임팩트가 부족했다
이것은 개인적인 아쉬움 일 수도 있지만 GV80은 만족감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자동차였다. 우선 국산차도 이제 이 정도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부분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은 냉정한 법.
수입 미드사이즈 라이벌 SUV 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정도 좋고 훌륭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GV80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사양이나 메리트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엔 아쉽게도 임팩트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첫 출발이 좋은 GV80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길
다만 여러 네티즌들의 우려와는 달리 GV80은 계약을 시작한 첫날 10,000대를 돌파하면서 올해 목표 판매량의 절반을 하루 만에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인터넷에서 까이면 흥한다”라는 속설은 이번에도 역시 통한듯하다.
제네시스 GV80을 시승해본 후기는 분명 수입 SUV 들과 비교해도 그들과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온 기본기와 고급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해주고 싶다.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은 꽤 잘 만들었으며 키보드로 쉽게 폄하될 자동차가 아니다. 하지만 동급 수입차를 포기하고 GV80을 선택할만한 매력은 아직 부족했다는 점이 앞으로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GV80 살거에요?” 라는 물음엔 “저는 X5를 더 좋아해요” 라고 대답하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