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양한 SUV들을 내놓겠다던 쉐보레의 야심찬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에 출시되었다. 현재 국내 소형 SUV 시장은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터인데 티볼리가 독식하고 있던 왕좌는 어느덧 기아 셀토스에게로 넘어간 상황이다.
홀로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는 셀토스를 꺾기 위해 한국지엠이 출시한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는 꽤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펼치면서 셀토스의 새로운 적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과연 트레일블레이저는 셀토스와 비교해 보면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 차량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기아 셀토스 비교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2019년 소형 SUV 왕은
기아 셀토스였다
기아 ‘셀토스’에게 있어 2019년은 기분 좋은 한 해였다. 작년 7월 출시 이후 줄곧 꽃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판매를 시작했던 쌍용 ‘티볼리’와 현대 ‘코나’등 다른 소형 SUV들을 저 멀리 따돌리고 1위 자리를 지켰다. 하반기부터 판매한 차량이 소형 SUV 판매량 1위를 석권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혜성처럼 등장한 셀토스는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큰 소형 SUV였으며 디자인 역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2천만 원 가격대로 구매가 가능해 사회초년생들이 첫차로 셀토스를 많이 구매하게 된 점 역시 판매량에 기여했다.
가장 타격이 컸던 티볼리
애매해진 국산 소형 SUV 시장
사실 셀토스의 등장으로 가장 어려움을 맞은 브랜드는 쌍용자동차다. 그간 소형 SUV 시장에서 굳건한 왕의 자리를 지켰던 티볼리인 만큼 셀토스 앞에서의 몰락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작년 베리 뉴 티볼리로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완전한 신차인 셀토스에게 대적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현재 국내 소형 SUV 시장은 포화상태다. 다양한 종류가 있을뿐더러 같은 소형 SUV이지만 사이즈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어디까지 소형 SUV로 분류해야 하나”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베뉴부터 셀토스까지
광범위한 선택지
국내에 판매 중인 소형 SUV들 중 가장 작은 ‘베뉴’는 경차를 SUV로 늘려놓은 것과 비슷한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길이 4,040mm, 너비 1,770mm이며 그보다 조금 더 큰 ‘스토닉’은 길이가 4,140mm, 코나는 4,165mm다.
그동안 티볼리는 4,205mm라는 동급 차량들 중 큰 길이를 자랑해 비교적 넉넉한 실내공간을 장점으로 내세웠으나 기아 셀토스가 이보다 더 큰 4,375mm로 출시되어 티볼리는 이마저도 내세울 수 없게 되었다. 쌍용 코란도 길이가 4,450mm이며 현대 투싼이 4,475mm이니 셀토스는 차급에 애매하게 걸쳐있는 사이즈라고 봐도 되겠다.
길이 4,425mm
소형 SUV 중 가장 긴 트레일블레이저
그런데 이번엔 셀토스의 제대로 된 적수가 등장했다. 쉐보레가 출시한 트레일블레이저가 그 주인공이다. 이 차는 셀토스보다도 더 큰 크기를 자랑한다. 소형 SUV로 분류가 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길이 4,410~4,425mm, 너비 1,810mm, 높이 1,635~1,660mm로 길이 4,375mm, 너비 1,800mm, 높이 1,600~1,620mm인 셀토스보다 조금 더 크다.
현대 투싼이 길이 4,475mm, 너비 1,850mm, 높이 1,645~1,650mm를 자랑하기 때문에 거의 투싼급에 맞먹는 차체 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에서 동급 중 가장 큰 차라는 것은 나름의 메리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트레일블레이저의 셀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과연 트레일블레이저는 셀토스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두 차량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았다.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제공하는 트레일블레이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총 3가지 파워트레인 조합을 가지고 있다. 가장 기본형 모델엔 1.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되어 최대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22.4kg.m을 발휘하며 공인연비는 12.6~13.0km/L다. 1.35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대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을 발휘하고 공인연비는 12.9~13.2km/L다. 두 엔진은 모두 CVT 무단 변속기와 조합을 이루게 된다.
4륜 구동을 선택하게 되면 1.35 가솔린 터보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는 것이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였지만 변속기가 달라지게 되는데 연비는 CVT보다 조금 떨어진 11.6km/L이며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1.6 디젤엔진을 적용한 기아 셀토스보단 출력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솔린 터보와 함께
디젤도 선택 가능한 셀토스
가솔린 터보 엔진만 존재하는 트레일블레이저와는 다르게 셀토스는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1.6 디젤 엔진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배기량이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조금 높으며 이에 따라 힘도 조금 더 좋다.
셀토스에 적용되는 1.6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대출력 177마력과 최대토크 27.0kg.m을 발휘하며 11.8~12.7km/L를 자랑한다. 디젤 엔진은 최대출력 136마력과 최대토크 32.6kg.m을 발휘하며 16.4~17.6km/L를 자랑하여 엔진 선택의 자유는 셀토스가 조금 더 낫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실내
실내는 막상막하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부분이라 어떤 게 더 좋다고 쉽게 이야기하긴 어렵다. 쉐보레는 그간 내장재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아왔는데 기아 셀토스 역시 출시 초기부터 내장재 품질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으므로 이 부분은 두 모델이 서로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두 차량 구매를 생각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양쪽 전시장에 모두 방문하여 꼭 직접 타보고 결정하길 권해드린다. 자동차는 모름지기 직접 타 봐야 한다.
트렁크 용량은
셀토스가 조금 더 우세하다
트렁크 용량은 트레일블레이저가 기본 460리터, 셀토스가 498리터를 제공하여 셀토스가 소폭 앞서는 모습이다. 두 모델 모두 2열 폴딩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형 SUV 급에서 누릴 수 있는 적재공간은 비슷한 수치를 보여준다.
다만 트레일 블레이저는 수납공간이 조금 작은 대신 동급 최초로 전자식 트렁크 및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 기능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실내 옵션역시
큰 차이가 없다
그간 현대기아자동차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동급 모델들 대비 풍부한 편의 사양과 옵션이었다. 그러나 셀토스와 트레일블레이저에 적용된 옵션 목록을 살펴보면 서로 크게 뒤떨어지는 부분이 없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특히 쉐보레는 그간 항상 옵션으로 지적받아왔던 만큼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차선유지 보조, 반자율 주행 시스템 등 첨단 사양들을 빼놓지 않고 탑재하여 출시해준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정도면 상품성만 놓고 봤을 땐 충분히 셀토스를 견제할 수 있을 거 같아 보인다.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선보인 쉐보레
그렇다면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은 어땠을까. 쉐보레가 경쟁력을 위해 셀토스의 가격대와 거의 비슷하게 맞추어서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래도 셀토스 보단 조금 더 비싸다. 셀토스는 1.6 디젤을 선택할 수 있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가솔린밖에 없으므로 같은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기본 사양은 1,995만 원, 셀토스의 기본 사양은 1,965만 원으로 시작가격은 30만 원 차이가 난다. 두 모델 모두 실구매 가격은 2,100만 원을 넘으며 4륜 구동을 적용한 최고 사양으로 올라가게 되면 실구매 가격은 3천만 원을 넘어가게 된다.
다만 대부분 이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풀옵션으로 출고하는 비율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구매 가격대는 2천만 원 중반~후반 정도에서 갈라질 전망이다. 중간 트림 가격은 셀토스와 트레일블레이저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가격보단 취향에 따라 두 차를 선택하면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선택하면 페이퍼스펙이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쉐보레 특유의 기본기와 함께 셀토스와 비슷한 수준의 편의 사양을 누릴 수 있어 초기 반응은 괜찮아 보인다. 가격은 저렴하지도, 비싸지도 않고 딱 셀토스와 경쟁하기 위한 수준으로 책정이 된 느낌이 짙다. 그래도 항상 판매량은 현대차를 앞지르지 못했던 쉐보레이기에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 가능성을 섣불리 점치기 보다는 조용히 지켜보는 게 좋을듯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