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부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무려 11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정도면 브랜드의 존폐 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에 대한 긴급 대책으로 마힌드라 그룹이 1,300억 원가량을 지원했지만 쌍용차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지속해서 수익이 나야 다음 신차 개발이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는데 쌍용차는 오랜 기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가 이렇게 부진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작년 야심 차게 출시한 신형 코란도의 실패가 크게 한몫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쌍용차 뷰티풀 코란도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3,5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신차 ‘뷰티풀 코란도’
쌍용차는 지난해 2월 말 코란도의 풀체인지 모델인 뷰티풀 코란도를 론칭하였다. 티볼리 이후로 오랜만에 등장하는 완전한 신차인 만큼 쌍용차 오너들과 많은 사람들은 코란도를 주목했다. 4년간 3,50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개발한 신형 코란도는 ‘가성비’ 좋은 패밀리 SUV라는 이점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쌍용차는 예전부터 꾸준히 이야기하던 지프 스타일 코란도가 아닌 티볼리를 닮은 패밀리룩 디자인을 사용하여 도전보다는 보수적인 노선을 택했다. 코란도가 티볼리 디자인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모험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풀체인지를 앞둔
투싼보다 안 팔리는 뷰티풀 코란도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안타깝게도 그리 좋지 못했다. 출시 초기 첫 달 3월 2,202대를 판매하여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다음 달부터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까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현재는 풀체인지를 앞둔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보다도 더 안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완전한 신차가 풀체인지를 앞둔 구형 모델보다도 더 안 팔린다는 것은 쌍용차 입장에서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뷰티풀 코란도는 신차효과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한 셈인데 이렇게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애매한 포지션
첫 번째 이유는 소형과 준중형 SUV들 사이에서 애매하게 포지션을 잡아 양쪽 모두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란도는 차체 크기로 보면 투싼, 스포티지와 직접적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준중형 SUV다. 하지만 요즘은 소형 SUV와 가격 격차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포지션이 애매하게 겹치게 된다.
이는 코란도뿐만 아니라 투싼과 스포티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올해 등장할 풀체인지 모델은 현행 모델보다 차체 크기를 키운다. 혼자 남게 되는 코란도는 소형과 준중형 SUV 사이에 위치하게 되어 모두와 경쟁해야 하며 가격적인 부분에서 다른 브랜드들보다 훨씬 저렴한 편도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가성비와 옵션 측면에서
큰 메리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라이벌들 대비 가성비나 옵션 측면에서 큰 메리트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형 코란도는 티볼리에 사용된 1.6 디젤과 1.5 가솔린 터보 엔진을 그대로 적용하였으며 적용된 옵션들이나 가격적인 부분 모두 라이벌 SUV들 대비 큰 메리트를 보여주진 못하였다.
쌍용차에 주행 기본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것이기 때문에 옵션이나 가성비 측면에서라도 승부를 걸어야 했지만 이 부분에서도 크게 눈에 띄는 강점이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당연히 뷰티풀 코란도를 선택할 마땅한 이유가 거의 없었다.
코란도가 아닌
큰 티볼리가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론 가장 핵심인 디자인이다. 코란도라는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쌍용차는 스스로 그 이름이 가진 가치를 무너트리고야 말았다. 신형 코란도는 더 이상 코란도가 아닌 조금 큰 티볼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과감한 모험을 하기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티볼리로 성공한 것을 교훈 삼아 같은 논리를 코란도에 적용한 것으로 판단되나 이는 큰 실수였다. 티볼리와 옵션 구성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으며 이미 티볼리 디자인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신선함이 전혀 없었다. 패밀리룩 디자인을 추구하려면 공통된 디자인 요소를 사용하더라도 코란도만의 특징이 존재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뷰티풀 코란도에서 별다른 특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데
쌍용만 모르는듯하다
쌍용차에겐 매우 쓴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겠지만 코란도가 실패한 요인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당장 네티즌과 마니아들이 뷰티풀 코란도에 늘어놓는 다양한 의견들만 살펴보아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마니아 층이 그렇게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줘도 들은 척을 안 하니 당연히 실패하죠”라고 하는가 하면 “옛날 코란도의 네모난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신형 코란도의 디자인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마니아들은 꾸준히
지프 코란도를 요구했었다
그간 꾸준히 쌍용차 마니아들은 레트로 코란도를 원했으나 쌍용차의 답변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지프 코란도의 개발은 어렵다”라는 말뿐이었다. 그들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브랜드의 존폐를 논할 정도가 되어버린 지금 시점에선 당시의 선택이 옳았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쌍용차에게 있어 과거의 코란도는 과거의 쌍용차를 상징하는 아이콘 그 자체였기 때문에 현 상황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신차 개발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하니 쌍용차 경영진들은 마니아들의 요청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이고 지나온 날들을 회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원래 쌍용차는
도심형 SUV를
잘 만들던 회사가 아니다
쌍용차는 지프 코란도의 부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지금 당장은 많이 팔릴 수 있는 차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라는 식의 답변을 하였다. 수요가 적은 정통 오프로더보다는 요즘 인기가 많은 도심형 SUV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원래 쌍용차는 도심형 SUV를 잘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뒤늦게 라이벌들을 쫓아 뷰티풀 코란도를 개발하여 출시했지만 상품성과 가성비로 라이벌들을 견제하지 못했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마니아들이 원했던 지프 코란도를 부활시켰다면 지금 상황보다는 더 주목받으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며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었지 않을까.
랜드로버 디펜더는
쌍용차에게 좋은 교과서다
이런 쌍용차에게 랜드로버 디펜더는 아주 좋은 교과서 같은 존재다. 신형 디펜더는 과거 디펜더의 각진 디자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은 완전한 신형 모델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였으며 시대에 맞춰 재탄생시킨 새로운 랜드로버의 헤리티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쌍용차역시 오프로드 성능에만 치중한 랭글러 같은 지프를 내놓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과거의 상징적인 부분들을 계승하되 현재 상황에 맞는 자동차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쌍용차와는 접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코볼리보다는 더 잘 팔리고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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